기포의 새벽 편지-232
동봉
제9장 일상무상분3
사람이 사람을 싫어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싫어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자 사람이
남자 사람을 싫어할 수 있습니까
그럼요 당연하지요
여자가 남자를 싫어할 수 있고
남자가 여자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남녀간에는 끌리지 않나요
끌리는 만큼 밀어냄도 있습니다
에이,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남자가 여자를 싫어하고
여자가 남자를 싫어할 수 있습니까
분명 싫어할 수 있다니까요
아무리 극이 다르다 해도
밀어내는 힘斥力은 늘 있습니다
같은 극끼리 밀어내는 힘을
전자기력電磁氣力이라 한다면
같은 극끼리 한 데 뭉칠 수 있는 힘을
강한 핵력强力이라 할 것입니다
사람 사이에 싫어함이 있다면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기 때문인데
밀어내는 힘이라고도 하지만
다른 말로 반중력反重力이지요
반중력이라면 절반의 중력입니까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절반의 중력이 아니라
안티 그래비티Anti-gravity지요
곧 중력과 정 반대의 힘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남자는 여자의 격려를 기다리고
여자는 남자의 사랑을 기다립니다
따라서 남편이 아내에게서
가장 듣고 싶은 격려의 말은
"사랑해" 보다는
"애썼어, 든든해, 당신 멋져~"이고
아내가 남편에게서
가장 기다리는 말은
"당신 애썼어, 사랑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글쎄 귀동냥으로 들은 것일 뿐
실제 그런지는 잘 모릅니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아직까지 남녀의 성심리를 잘 묘사한
스님네 율장《사분율》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중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과연 중력을 눈으로 볼 수 있습니까
척력Repulsion이 있다지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지요
그러나 없는 게 아닙니다
사랑의 힘도 미움의 힘도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없다고 단정지을 수는 또한 없습니다
왜냐하면 삶의 세계에서
사랑과 미움이란 늘 현존하니까요
분명 존재하기 때문에 묘유지만
질량이 없으므로 진공입니다
꼴을 찾을 수 없으므로
우리는 무상이라 하지만
이미지가 있는 까닭에 일상입니다
묘유진공妙有眞空이기에
진공묘유眞空妙有입니다
무상일상無相一相이기에
일상무상一相無相입니다
<기포의 새벽 편지-231>에서
나는 일상무상을 펼 때마다
거꾸로 무상일상이 떠오릅니다
그리고 무상일상을 떠올리면
저 유명한 진공묘유가 생각나고
드디어 그 진공묘유가
원자의 세계로 나를 이끌고
증기Steam를 생각하게 합니다
이 증기 때문에 아까운 물리학자가
목을 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요
루드비히 에두아르트 볼츠만은
바로 원자 때문에 삶을 마감했습니다
'죽음'이라는 길을 스스로 택할 때
그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수증기가 원자알갱이로 되어 있다는
그 하나의 생각을 받아들이지 못한
허울 좋은 종교 때문이었습니다
하나님의 성스러운 창조물이
눈으로도 확인할 수 없는
겨우 작은 알갱이球라는 데서
그것도 수증기 속 원자입자라는 데서
신성모독이라는 굴레를 씌웠으니
아무리 종교가 인간 위에 군림하는
살벌한 시대를 살았다고는 하나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습니다
아직도 기독교 국가에서
많은 퍼센테이지 국민들이
진화론을 믿지 않고 있습니다
제임스 어셔(1581~1656)대주교의
성경연대 계산법에 따라
우주와 태양계, 지구의 역사를
기원전4004년으로
끝까지 고집하며 밀고 나갑니다
수증기는 물이 100°C를 오를 때
기화현상에서 생기는 부산물입니다
이 부산물이 대기와 마찬가지로
모두 원자로 되어 있습니다
어디 증기 뿐이겠습니까
산도 들도 바다도 호수도 강물도
코끼리처럼 큰 동물에서
아주 작은 곤충들과
심지어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원자 아닌 것이 없습니다
우리 인간의 몸도 원자지요
으레 원자알갱이의 집합체입니다
우리《금강경》의 설을 빌리면
세계도 미진도 일합상까지도
모두 원자요 원자며 원자입니다
따라서 생명체만이 아니라
무생물도 원자의 집합일 뿐이며
대지도 공기도 원자들입니다
원자의 세계를 벗어나서
세상의 질료인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수증기이겠습니까
물이며 얼음이며 이슬이겠습니까
자연계에서 찾을 수 있는
92종의 원소들이겠습니까
나중에 핵반응으로 생겨난
원소들까지 합하면 103종인데
이들이 다 원소를 달리할 뿐
우리는 모두 원자라 부르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름은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원소들이
12개인가 몇개인가 더 있으니
그렇게 본다면 원소는
지금까지 115가지인 셈입니다
원자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수증기 속에는
원자가 얼마쯤일까요
그냥 통째로 다 원자 뿐이니까
수를 헤아린다는 게 불가능합니다
영국의 식물학자였던
로버트 브라운Robert Brown (1773~1858)이
1827년 물에 꽃가루를 띄우면서
꽃가루의 움직임에서
원자를 발견했다는 '브라운 운동설'은
무용담처럼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꽃가루 운동
이른바 브라운 운동을 놓고
브라운은 원자의 운동일 것이라고
잠작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를 보다 확실하게
원자의 움직임으로 천명한 사람은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앨버트 아인슈타인이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볼츠만은
죽기 한 해 전에 원자설을 확정한
아인슈타인의 논문이 발표되었지만
그런 사실을 모른 채
신성모독의 시선을 의식하며
스스로 목을 매 자살한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요
원자의 지름을 재는 단위가 있는데
나노Nano의 10배 작은 크기로
옹스트롬Angstrom이라 합니다
나노가 10억 분의 1m라면
옹스트롬은 100억 분의 1m로서
곧 1억 분의 1cm입니다
그래도 이해가 어럽지요
머리카락은 육안으로 보기에
가장 가느다란 원통입니다
이 머리카락의 지름(직경)에
원자 100만 개를 늘어놓는다면
어떻습니까?
느낌이 대충 오시는지요
그래도 원자 크기가 워낙 작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고요
가령 350cc 머그mug잔에
물을 가득히 담았다고 했을 때
그 잔 속 물에 담긴 원자의 숫자가
대충 몇개쯤이나 될 것 같습니까
이는 그 머그잔으로
전세계 바닷물을 계산한 잔 수보다
머그잔 속의 원자 숫자가
훨씬 더 많습니다
이토록 작디 작은 원자가
우리 인간의 육안으로 보이겠습니까
당연히 보이지 않습니다
이 원자의 내부에 들어있는 핵은
너무 작은 세계니까 접겠습니다
닐스보어와 다른 스타일이면서
원자 연구에 있어서는
같은 길을 걸었던 영국의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
그가 원자 내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원자가 가장 작은 단위였으니까요
이처럼 작은 원자를
부처님께서는 있다 보셨을까요
아니면 없다 보셨을까요
으레 없다고 보신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없을까 하고 보면
결코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앞의 얘기로 돌아가
수증기를 다시 보겠습니다
수증기는 물이 끓어서 생긴
물의 변화가 가져온 꼴입니다
물은 육안으로 분명 존재합니다
물은 모양이 자유로우며
중력의 법칙을 따라 아래로 흐르지요
물이 얼면 고체가 됩니다
물은 이처럼 주어진 상황에 따라
혹은 고체가 되고
혹은 기체가 되며
평온의 상황에서는 액체입니다
바로 이러한 물의 특성을
불교의 법에 비유하곤 합니다
불교는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합니다
동일한 모습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상근기 중생을 만나면 상근기가 되고
중근기를 만나면 중근기가 되며
하근기를 만나면 하근기가 됩니다
법에 무슨 근기가 있느냐고요
법에는 근기가 없지만
중생들 근기따라 법을 맞춰나갑니다
불법은 꼴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일상一相을 고집하지 않고
상황 따라 모습을 그에 맞추기에
꼴이 없습니다 무상無相입니다
꼭 수증기 비유가 아니더라도
예로부터 수증기는 꼴이 없습니다
그런데 꼴 없는無相 수증기가
모터를 돌립니다
꼴 없는 수증기가 무쇠솥 뚜껑을
그대로 열어젖힙니다
수증기의 힘이 아닙니다
수증기에 내재된 원자의 힘입니다
물이 끓으면
분자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무거운 무쇠솥 뚜껑을 열어젖히고
엄청난 힘으로 모터를 돌려
증기기관차를 구르게 하는데
물분자 증기분자 속에 함유되어 있는
원자가 함께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납니다
물은 끓어도 분자의 활동력으로
몸집을 키우듯이
물은 얼어도 부피가 늘어나면서
독을 깨고 파이프를 동파시킵니다
여기도 원자가 들어있는 까닭이지요
수증기를 보면
진공이고 무상입니다
수증기를 보면
텅 빈 진공상태가 맞는데
그 안에는 묘유가 내재되어 있지요
수증기를 보면
어떤一 꼴相이 없습니다
그러기에 꼴없음無相입니다
제10장 장엄정토분에서는
원자 내부를 들여다보겠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정토를 잘 가꾸어갈 것인지
깊이 한 번 생각해보아야 하겠는걸요
08/20/2015
사랑의 명절 칠석날ㅡ
곤지암 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