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크론병 환자들은 섬유질 섭취를 자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소에 함유된 섬유질이 설사를 촉진해 크론병 증상이 악화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모든 크론병 환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조 교수는 "크론병 환자 중 '장협착' 진단을 받은 환자들의 경우에만 섬유질 섭취를 조절하면 된다"고 말했다.
크론병은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의 일종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크론병 환자가 2009년 1만 2473명에서 2013년 1만 6138명으로 5년 새 29.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구화된 식습관, 흡연을 주로 하는 20~30대는 증가율이 각각 41%, 47%로 다른 연령대보다 빠른 것으로 밝혀졌다.
- ▲ 조선일보 DB
크론병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지만 서구형 식습관, 흡연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크론병 증상으로는 복통, 설사, 혈변 등이 있으며, 이유 없이 체중이 감소하기도 한다. 크론병은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설사로 인해 치루·치핵·항문협착 위험이 커지고, 대장암 발생 위험도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아진다.
크론병이 진행되면 장 내 염증으로 인해 장이 좁아지는 '장협착'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섬유질은 장에서 소화가 잘되지 않아 변의 양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장이 좁아진 장협착 환자의 경우 변의 양이 늘어나면 염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크론병 환자에게 섬유질 섭취를 자제하라고 하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이다. 김경조 교수는 "전체 크론병 환자 중 장협착이 나타나는 사람은 20%에 불과하다"며 "따라서 모든 크론병 환자가 섬유질 섭취를 절제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크론병의 경우 장에 염증이 생긴 상태이므로 채소를 과다하게 섭취하면 염증을 자극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섬유질이 들어있는 식품을 극도로 제한하면 변이 단단해져 크론병에 의해 생긴 치루나 치핵 등의 질환이 심해질 수 있다. 따라서 크론병이 있다고 해도 장협착 진단을 받지 않은 사람이라면 과도하게 섬유질 섭취를 제한할 필요가 없다.
/ 이현정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