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께! 길고 긴 겨울이 물러가고 봄볕이 따사로운 날입니다. 결코 물러갈 것 같지 않던 겨울도 부활의 기운이 번지는 봄이 되니 서서히 물러가고 있습니다. 그 동안도 평안하시지요 저희 가족도 여러분들의 기도 덕분에 건강히 각자의 자리에서 잘 하고 있습니다. 부족한 저희를 위해서 기도로 후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기도편지를 통하여 로마니(집시)족들의 삶에 대해서 말씀드렸을 때 많은 분들이 집시들은 어쩜 그렇게도 어렵게 사는지 모르겠다고들 하셨습니다. 그렇지만 얼마 전에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을 보니 우리 나라도 4, 50년 전만 해도 말할 수 없이 어려웠었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6. 25 직후인 1954년도 대구의 모습입니다.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들을 제가 다시 편집을 했는데 사진을 보면서 정말 우리도 교만해져서는 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 이만큼 살게 된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며 늘 겸손한 마음으로 빚을 갚으며 살아야겠구나 싶었습니다. 우리 역시 많은 외국 사람들과 외국교회의 도움으로 그 어려움 속에서 일어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희 역시 로마니(집시)족 사람들이나 헝가리 사람들 앞에서 조금이라도 그들을 무시하는 교만한 마음이 일까봐 늘 조심하며 진심으로 빚 갚는 심정으로 저들을 섬기려 하고 있습니다. 두 달 만에 기도편지를 또 드립니다. 그 동안에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중 몇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1. 노에미와 마르띠
지난 번 기도편지에서 말씀드렸듯이 저희는 앞으로 로마니(집시) 아이들을 여 나므 명 정도 데려다가 그들과 함께 살면서 양육하여 로마니(집시) 교회 목회자나 사회 지도자로 키우기로 했습니다. 현재 4명의 아이들은 이미 결정되었고, 두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기도하고 있는데 거의 결정되었습니다. 그 두 아이는 노에미(나오미)와 마르띠(마태)입니다. 지난 1월 온 세상에 눈이 하얗게 쌓인 날 저희 부부는 최영 선교사님과 함께 노에미네 마을을 방문했습니다. 최영 선교사님은 지난 번 <기도편지>에 C선교사님이라고 소개드렸던 분으로 8년째 이곳에서 로마니(집시)선교를 하고 있는데 저희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이 분 내외분 때문이었습니다. 작년에 4명의 아이들을 선발하여 자주 집시촌에 들어가서 그 아이들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등 친해지고 있으며, 동시에 노에미와 마르띠라는 두 아이를 최영 선교사님께서 소개해 주셔서 함께 그 마을로 가게 된 것입니다.
최영 선교사님은 그 날 저희가 키우기로 결정한 토미와 선교사님의 딸 예원이를 데리고 오셨습니다. 함께 노에미의 마을에 도착하여 교회에 갔더니 노에미의 부모님과 목사님 내외분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 목사님은 헝가리 분으로 경찰관이었다가 목사님이 되셔서 집시교회를 하시는 분입니다. 그리고 노에미 아버지는 그 교회 장로님으로 아이가 생기지 않자 고아인 노에미를 입양해서 키웠습니다. 그런데 노에미를 입양해서 키우자 하나님께서 아들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그 아들이 마르띠로 노에미의 남동생이 됩니다. 두 아이 다 장로님의 자녀로서 정말 잘 컸습니다. 노에미는 장차 신학을 공부해서 목사가 되고 싶어합니다. 헝가리 개혁교회는 여자 목사도 세우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그래서 그 두 아이를 데려오기로 했는데 현재 기도 중입니다만 그 부모님이나 아이들 모두 좋아합니다. 그 두 아이들도 저희 집에 오게 될 것입니다. 위해서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노에미네 마을에 다녀와서 우리 아이 토미와 함께 미쉬콜츠 다운 타운에 있는 맥도널드에 갔습니다. 집시촌에서만 자란 토미는 한 번도 그런 곳에 가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것이 신기한 듯 쳐다보면서 햄버거를 두 개나 먹고 프랜치 프라이드와 아이스크림까지 잘 먹었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서점에 가서 원하는 것을 사 주니까 너무 좋아했습니다. 저희가 낳은 자식이 아닌데도 마치 내 자식처럼 그 아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뛰고 숨이 멎을 것 같았습니다. 주님의 은혜이지요.
2. 써보 다니엘(Szabo Daniel) 목사님
써보 다니엘 목사님은 헝가리 개혁교회 원로목사님으로서 은퇴한 지금도 개혁교회 신학교에서 강의를 하시고, 헝가리 개혁교회 장로회 총회 회장직을 맡고 계시면서 저희를 위해서 많은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최영 선교사님 가족도 이 분 때문에 이곳을 선교지로 정하게 되었는데 이분은 평생 집시선교를 하신 분입니다. 저희 역시 이 분의 도움과 헝가리 개혁교회가 스폰서를 해 줘서 비자 연장을 위한 서류를 다 했습니다. 현재 장기 비자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한 다니엘 목사님과 함께 얼마 전에는 이곳 초등학교에 가서 교장선생님을 만났습니다. 여름 방학 쯤에 선발된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9월 초에 시작되는 첫 학기 때부터 학교를 다니게 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아이들의 전학 문제와 의료보험 및 사회보장 혜택 문제 등을 학교 측에 알아봐야 합니다. 저희가 아이들을 단체로 키우는 것에 대해서 학교나 정부, 그리고 사회보장국 등에서 문제가 없는지에 대해서 현재 알아보고 있으며, 그래서 교장선생님을 만난 것입니다.
그 교장 선생님은 저희의 모든 계획을 들으신 다음 위원회를 통해서 상의한 다음 알려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전혀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 걱정 말라고 하셨습니다. 써보 다니엘 목사님은 또한 얼마 전에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헝가리 개혁교회 장로회 총회에 저희를 데리고 가셔서 총회 앞에서 저희와 저희 사역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저희가 비자를 받을 수 있도록 후원해 주신 것을 감사하며 저희 사역을 소개했습니다.
3. 집시촌 교회 방문 및 예배
저희는 그 동안 주일 날 미쉬콜츠의 헝가리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하고, 집시촌에 들어가서 우리 아이들과 함께 그들의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을 저희 집으로 데려오기 전에 아이들과 그 가족들까지 좀 더 친밀해 질 필요가 있어서입니다. 토미처럼 아이들을 저희 집으로 데려오기도 하고, 또 앞으로 그 부모들도 초대하여 식사 대접을 하며 저희 사는 것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집시촌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면 마치 우리 어렸을 때 시골교회처럼 정겹습니다. 함께 찬양할 때는 얼마나 뜨거운지 모릅니다. 그나마 기타는 있지만 드럼이 없어서 알미늄 우유통을 두드리며 찬양을 하는데도 말입니다. 사진에 알미늄 우유통을 두드리는 아이가 우리 집에 올 마르크의 형입니다. 마르크는 예배 끝난 후에 받은 빵 한 개를 호주머니에 넣고 그 우유통을 내게 보여주었습니다.
4. 기도 모임 그룹과 집시촌 학교 방문
저희는 이곳에 와서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인도하심을 볼 때마다 얼마나 놀라운지 모릅니다. 그 중에 하나가 이곳에서 9년째 기도 모임을 갖고 있는 헝가리인 다섯 부부를 만난 일입니다. 이 그룹의 멤버들은 전부 친한 사이이며, 이 지역에서 각계 각층의 지도급 사람들입니다. 고등학교 교장이 한 분, 의사가 두 분, 경찰관, 엔지니어, 약사, 간호사 등의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주님의 인도로 만나서 그 기도 모임에 참석을 하게 되었고, 지난 주에는 저희 집에 초대하여 저녁을 대접했습니다. 저희가 집시 아이들을 키우고, 장차 집시족 교육 선교를 하려고 한다고 하니까 정말 고맙게 생각하며 무엇이든 저희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이 분들은 현재 동구권은 물론이요 유럽 전체에 집시 문제가 큰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지만 헝가리인들은 도저히 집시선교를 할 수 없다고 하면서 저희가 대신해 준다고 하니 너무 감사하고 존경스럽다고 하면서 기도는 물론이요 필요한 도움이 있으면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분들의 말대로 현재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집시 문제입니다. 지난 번에 헝가리 선교사회 모임이 있어서 갔는데 모임이 열린 헝가리 교회에서 담임으로 시무하시는 이쉬트반 목사님이 나와서 헝가리 역사와 현 상황 등에 대해서 말씀하시는데(윗 사진 하단 맨 왼쪽) 유럽에서의 집시문제는 “시한폭탄”과 같은 상황이라고 하면서 집시선교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집시 문제를 해결하는 길은 교육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이 말은 이쉬트반 목사님만 하신 말이 아닙니다. 그 기도모임 그룹의 모든 멤버들은 물론이요 헝가리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동일한 목소리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무엘 목사님과 함께 했던 미쉬콜츠 집시촌 학교 방문은 하나님의 특별한 섭리였습니다. 얼마 전에 이곳에서 저희가 출석하는 교회 담임이신 사무엘 목사님과 함께 한 학교를 방문했습니다. 그 학교는 미쉬콜츠 변두리에 있는데 1학년부터 7학년까지 200여명의 학생이 있었습니다.
그 지역은 미쉬콜츠에서 유명한 로마니(집시)족 지역으로 거의 100%가 집시아이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 그 학교를 운영하기가 어려워서 사무엘 목사님이나 기독교 단체 혹은 어느 교단이나 교회에서 운영을 해준다면 정부에서 지원하겠다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사무엘 목사님은 목회를 하면서 자신이 속한 교단 산하 사회사업 본부의 일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무엘 목사님은 저희 역시 집시 교육 선교에 비젼이 있음을 아시고 저희와 함께 그 학교를 방문하여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입니다(위 사진 맨 아랫 단 오른 쪽).
학교는 관리를 하지 않아서 엉망이었는데 기독교 재단에서 운영을 하면 미션스쿨이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저희는 이곳에 와서 정말 유럽의 집시문제는 교육 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데려다 교육시키기로 했고, 장차 주변의 집시 마을에 교회를 개척하는 일도 하겠지만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로마니(집시) 학교를 세우는 것이 꿈입니다. 그런데 저희뿐만 아니라 사무엘 목사님을 비롯해서 헝가리 크리스찬 중에도 그런 분이 많습니다. 우리가 한 마음이 되면 집시 교육을 위한 기독교 학교도 가능할 줄 믿습니다.
그래서 이 비젼을 놓고 기도하는 중에 사무엘 목사님과 함께 집시학교를 방문하게 되었고, 또 정부에서 그런 제안을 해 오게 되어 하나님께서 어떻게 인도하실지 기대가 많이 됩니다.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5. 헝가리어 공부
저희들은 현재 매주 세 번 정도 집에서 헝가리어를 개인교습 받고 있습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자신감이 생기고 점점 나아지고 있습니다.
6. 다음은 저희의 기도 제목입니다. (1) 저희가 영육간에 건강하여 이 사역을 잘 감당할 수 있도록. (2) 선발된 4명의 아이들과 기도 중인 노에미와 마르띠, 그리고 앞으로 선발될 아이들을 위하여. (3) 아이들의 전학과 학교 적응을 위해서. (4) 좋은 이웃과 적당한 지역에 이 사역을 할 수 있는 크기의 집을 구할 수 있도록. (5) 이 사역에 필요한 물질과 자원이 충분히 채워질 수 있도록. (6) 이 사역이 저희 은퇴할 때까지는 물론이요, 저희가 떠난 후에도 계속 될 수 있도록. (7) 저희 부부의 비자 연장이 잘 되고, 헝가리어 실력도 발전할 수 있도록. (8) 좋은 현지인 동역자를 많이 만나서 동역할 수 있도록. (9)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저희 아들(한울)과 딸(솔지)을 위하여. (10) 저희의 양가 부모형제와 소속선교회(GMP), 파송교회(산호세 주님의 침례교회)와 후원교회 및 성도님들을 위하여.
다시 한 번 부족한 저희를 기도해 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열심히 사역하여 주께 영광 돌리고 그 은혜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저희를 대신해서 교회 앞에 안부해 주시고 감사인사 전해주시기 바랍니다. 부활의 기쁨과 소망이 온 교회와 각 가정에 넘치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주의 평화! 헝가리 집시선교사 박완주 박미영(한울 솔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