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섬을 다녀 왔습니다.
좋은 사람이랑...
여름에 다녀오고 다시 가서 가을에 다시 글을 올립니다.
위의 메타세콰이어 푸른 잎이 아래그림의 색이 되도록 지난 이제야 제대로 글이 올려집니다.
가을 여행은 참 행복했습니다.
밤 아홉시 배를 타고 들어간 남이섬은 선착장에 도우미가 봉고차를 타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위해 서둘러 씻고 잠을 청했습니다.
제 방은 투투별장의 타조방이엇습니다.
까치방은 작다고 조금 이라도 넓은방을 배려해준다는 안내양의 도움이 있었지만
목욕탕에 들어서면 찌그덩 거리는 소리에 소스라쳐 놀래는 수준이었습니다.
방갈로였죠..
다소 난감하긴 했지만 함께 간 친구는 이 정도면 어디냐고 절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나 날이 새고 보니 테라스에 낙엽이 한가득 쌓여
낡은 방이 도리어 로맨틱했음을 알았습니다.
그러니 매사에 서둘러 판단할 일은 아닙니다.
지나고 보면 깨닫게 되는 많은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새벽 산책길 단풍이 얼마나 고운지
여기저기 사진을 찍으면서 저도 자연의 하나가 되도록 셔터를 부탁했습니다.
자그마한 피사체인 저를 보며 자연 속의 나, 세상속의 나의 크기를 돌아 봅니다.
아침 산책후 호텔에서 샌드위치와 우유로 조식을 하고 안 가본 곳을 돌아보고는
싸간 커피를 갈고 뜨거운 물을 부어 맛잇는 커피를 향내나게 끓였습니다.
그러나 설탕이 없으니 그만 에스프레소가 향기만 좋은 커피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아무리 향이 좋은 에스프레소도
설탕의 도움없인 제 맛을 다하기란 힘드는 것이죠.
그러니 적절한 이웃의 도움이 없다면
잘한다는 칭찬을 듣기가 어려운 일이라는 이치를 또 깨닫게 됩니다.
제가 혹여라도 인정 받을때 제게 도움이 되셨던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며 축복을 빕니다.
남이섬에 인파가 몰려들기 시작하는 시간, 열 시가 넘자
춘천에 있는 소양댐에 가 보기로 하고는 우린 남이섬을 떠났습니다.
남이섬은 세시간 코스.....입니다.
그리고 춘천을 향해가는 강가는 가을빛이 한창이었습니다.
눈 닿는 곳마다 단풍의 향연이어서
원래 내장산 단풍을 가려다가 방향을 튼 섭섭한 마음도 싹 가셨습니다.
강촌역도 넘겨다 보고 MT의 메카, 대성리도 스쳐 지났습니다.
오빠가 군대가서 면회 다니던 길 가평을 지나니
춘천을 알리는 이정표가 쉴 새없이 나타납니다.
소양댐은 예나 지금이나 크고 장관이었고 가을 산의 낙엽그림이 한창이었는데
도로는 울긋불긋 낙엽터널입니다.
마치 벚꽃터널처럼....
남편과 데이트 하던 젊은 날의 추억들이 스쳐갔습니다.
지난 날을 추억할 일이 많으면 오래 살았다는 증거죠?
소양댐 근처엔 먹거리 장터가 벌어져 있어요.
가게 이름이 번호와 광주집, 남원집, 춘천집하는 걸 보니 늘상 이렇게 열리는 모양입니다.
한 장에 칠 천원하는 바가지 감자전을 먹고 나니 배고픔이 싹 가셨습니다.
부침개 위로, 간장 위로, 느티나무 잎새가 떨어져 내렸지만
전혀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없습니다.
마치 꽃같았거든요.
오래전 남편과의 사랑을 회고하며 가을 길을 걸어 보고
양평을 오다가 '왈츠와 닥터만'이라는 유명한 커피전문점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요번 남이섬 여행을 마쳤습니다.
이곳도 워낙 유명해 그날도 사장님 취재로 촬영이 한참이었습니다.
강가에 가까이 한 커피전문점인 이곳도 친구의 안내로 알게 되었습니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은총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더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고
어느 날 누구에겐가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집니다.
이번 남이섬 여행은 '젬마 자연되기 컨셉사진'을 찍었습니다.
가을 풍경 속의 한 사람이 되니
내가 자연인지, 자연이 저인지 모르겠습니다.
사진속의 제가 돋보이지 않도록 찍어달라던 제 바람대로
자연속에 들앉은 제가 낙엽 같아 보이나요?
언젠가 세월 지나 세상 낙엽처럼 홀홀히 떠나더라도
바람에 한들대며 떨어지는 단풍나무 씨앗처럼 기쁘게 내려앉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