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 제일 먼저 꽃을 피우는 나무가 동백이라면 야생화로는 복수초(福壽草)가 있다. 아직 채 녹지 않은 눈을 비집고 털옷처럼 두터운 짧은 잎을 걸치고 황금빛 샛노란 꽃을 피워내는 복수초를 보면 아름답다는 표현을 넘어 경이로움을 느끼게 된다.
봄의 전령사로서 우리 야생화를 대표하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새해 복과 장수를 가져다주는 꽃이라 하여 복수초(福壽草)라 불리지만 얼음새꽃, 눈새기꽃이라는 예쁜 우리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 외에 설련화, 원일초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올해는 유난히 따듯한 겨울 날씨로 2월이 채 가기도 전에 전국 여기저기서 복수초의 개화를 알리는 꽃소식이 숨 가쁘게 들려온다.
지난해는 복수초 자생지를 찾아다니다가 3월말경이나 되어 조계산에서 때늦은 복수초를 만났었다. 올해는 눈 속에 핀 복수초를 사진에 담고 싶어 눈을 기다리다가 더는 못 참고 전북 변산에 복수초가 피었다 하여 내변산에 설을 전후하여 두 번을 찾아갔다. 꽃망울이 맺힌 모습과 이제 꽃잎을 펼치기 시작한 복수초를 많이 볼 수 있었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지 계곡 주변의 다소 습한 곳에 자란다. 높이 10∼30cm이다. 뿌리줄기는 짧고 굵으며 흑갈색의 잔뿌리가 많이 나온다. 줄기는 윗부분에서 갈라지며 밑의 잎은 막질로서 원줄기를 감싼다. 잎은 양면에 털이 없거나 뒷면에 작은 털이 있으며, 위로 올라가면서 어긋나고 깃꼴로 두 번 잘게 갈라진다. 최종 갈래조각은 줄 모양이다. 다 자란 잎은 당근 잎과 닮았다.
키가 작아도 다른 나무나 풀들이 싹이 트기 전인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숲 속이라도 햇살을 넉넉하게 받을 수 있다. 빛이 부족할 때는 해바라기처럼 빛을 좇아 꽃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른 봄 눈을 녹이고 화사한 꽃을 유지한 채 갓 활동을 시작한 곤충들을 불러들여 수정을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다가 다른 풀들이 무성해지고 나무들도 잎을 한껏 내어 숲 속에 녹음이 짙어지는 여름이 되면 복수초는 일찍 지상부의 몸을 거둬 땅속에 숨는다. 겨울이 되어 햇빛이 들면 복수초는 다시금 기지개를 켜고 이른 봄 지상으로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복수초의 속명인 아도니스(Adoni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소년 아도니스에서 유래한다. 전설에 의하면, 아도니스는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명부(冥府)의 여신인 페르세포네의 사랑을 받았는데 이를 질투한 헤파이스토스가 멧돼지로 변하여 그를 죽였다. 그리고 그가 흘린 피에서 아도니스꽃이 피었다. 그래서 유럽의 복수초인 아도니스꽃은 붉은 색이라고 한다.
죽은 아도니스는 그 후 제우스에 의해 일 년의 반은 아프로디테와 나머지 반은 페르세포네와 지내도록 허락되었다고 한다. 봄에서 여름까지는 지상에서, 그리고 나머지 기간을 땅 속에서 보내는 복수초의 생리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복수초는 자생하는 지역에 따른 특징을 세분하여 주로 중북부지방에서 나는 복수초와 제주에서 나는 세복수초, 남부 및 해안가에 분포하는 개복수초로 구분하기도 한다.
복수초는 유독성식물이다. 때로 약초로 이용하기도 하지만 독이 있어 함부로 먹어선 안 된다. 티벳에서는 산악지방에 나는 복수초를 노드바라고 하여, 라마승들이 신장병·방광질환 또는 몸이 붓거나 복수가 차는 병에 쓴다고 한다. 이외에 한방에서 강심제(强心劑)로 이용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