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몇 생(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轉化)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샘도 강(江)도 바다도 말고 옥류(玉流) 수렴(水簾) 진주담(眞珠潭)과 만폭동(萬瀑洞)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끝에 이슬 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連珠八潭) 함께 흘러
구룡연(九龍淵) 천척절애(千尺絶崖)에 한번 굴러 보느냐.
필자가 설익은 땡초 시조시인으로 행세한 지도 벌써 30년이 훨씬 지났다. 아둔한 머리로 창작도 하면서, 혹 다른 분들의 빼어난 작품을 대하는 기회가 주어질 때면 그 시인의 재주와 능력을 시기하는 오만(傲慢)과 오기(傲氣)의 돌기둥이 마음 한 구석에서 자라났음도 사실이다. 열심히 쓴다면 그 정도는 창작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나의 이런 바람은 세월이 흐를수록 뛰어난 시조시인들의 절창(絶唱) 앞에서 철저히 무너져 내렸다.
이런 나의 유치한 오만을 여지없이 짓밟아 버린 분 중의 한 분이 바로 조운 선생님이시다. 선생님의 사설시조 이 '구룡폭포(九龍瀑布)' 앞에서 나는 그저 무릎을 꿇었다. 금강산 제일봉인 비로봉의 새벽안개 풀끝의 이슬이 되어 연주팔담 맑은 물로 흘러 구룡연 천길 낭떠러지를 굴러 떨어지는 삶을 꿈꾼 선생의 절창 앞에서 30년이 넘는 나의 세월이 부끄럽기도 하고 노래가 주는 감동에 오랫동안 어찌할 바를 몰랐다. 호방 장쾌 장엄한 구룡폭포의 맑은 물로 흐르고자 했던 선생의 얼이 사설시조의 유려한 율감과 조화를 이루어 지금도 호호탕탕 굴러가고 있는 것이다.
전일희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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