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후기-연행자모임 서울구치소를 휘졌고 다니다.
아고라 서른즈음에님글
연말 번개 때, 그동안 우리 모임이 구속자 동지들에게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한 미안함에, 연말에는 카드도 보내고, 구정 전에 면회도 꼭 가고 영치금도 넣어드리자고 결의를 했었습니다. 주간에 가는 거라 시간이 있는 회원분들이 많지 않을 거 같아 걱정도 되고, 신청인 1인당 한분의 구속자만 면회가 된다는 것 땜에 고심하고 걱정도 했었는데…
머슴단 회의 때는 모처럼 가니까 구속자 16명, 1인당 5만원씩 80만원의 예산을 세웠는데, 평소에 틈만 나면 서울구치소와 안양교도소에 면회가서 영치금을 넣어주시는 홍길동삼촌님의 조언으로, 가족들이 많이 오는 금욜날 오전은 피하고 목욜날 오후에 가되, 3만원씩만 넣어도 되겠다는 조언에 따라, 참여자가 적으면 1/15와 1/22 양일간 면회를 가기로 했었지요.
그런데 어제(1/15) 서민인 저와 가끔 전경들에게 얻어맞다가 기절도 하시고 때로는 가투때 배꼽에 힘도 주시는 모리님과 전철로 인덕원 역에 도착했더니… 주중에도 두어번씩 면회다니는데 들어가는 무쏘 기름값만 해도 만만치 않으실 칼이쓰마 홍길동삼촌님, 그리고 갑자기 빵빵한 그랜저에 우리 모임의 대표이신 카르페디엠님과 사진예술 전공이신 강패트롤님을 모시고 나타나신 능력남이신 방랑자님, 외롭게 재판받지 않게 해달라는 여왕님(자유한국님)의 분부에 따라, 평소에 투쟁이 있다거나 동지가 어려운 지경에 있다는 소리만 들으면 달려나오시는 새역사님과 알콩달콩님이 여왕님의 백기사를 자원하고 새벽부터 남부지원에 쫒아가 떡찰과 재판장에게 압박감을 조성해주신 후에, 혁명전사 쥐의 반격님까지 모시고 인덕원 사거리에 나타나자, 서울구치소가 좀 시끄러워 질 것같다는 예감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모인 10명의 연행자모임 회원들이, 2시를 조금 넘어 서울구치소에 도착하여 접견신청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쥐의 반격님이 1인당 한명씩 접견신청하는 게 행형법의 어디 있느냐고 언성을 높이며 면회실장을 닦아 세우자 접수실이 아수라장이 되었습니다. 석방하는 거 빼놓고 다 할 수 있는데 무슨 소리 하는 거냐고 반격님이 윽박지르고… 면회 온 사람들이 구속자 동지들을 다 보고 가야 되겠다고 함께 간 동지들도 언성을 높이고… 좀 따졌더니 뭔 예규집을 내밀어서 그건 당신들 편의대로 만든거고 행형법과 시행령, 시행령 규칙엔 그런게 어디 있느냐고 평소에 인품이 고매한 저도 좀 거들고… 암튼 저희들이 계속 시비를 키우니까 면회실 책임자가 고급소파가 있는 귀빈실(?)로 오라고 하더니 결국 신청인 1인당 공범이 아닌 3명의 구속자를 신청하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그런데 초심님이 전날 출소한 관계로 대책위 같은 단체소속을 제외한 접견대상자는 9명이었는데, 재판출정 가신 분과 가족이 이미 면회를 하신 분들 3분을 빼니 여섯 분이 되고, 그래서 해고자 투쟁을 하시다가 구속되신 두 분을 추가해서 모두 여덟 분을 신청했지요. 9분에겐 모두 3만원씩의 영치금을 넣어드리고, 안양의 이길준 의경에게는 시간이 너무 늦어 새역사님이 따로 회원분들과 다음에 가기로 하고… 홍길동삼촌님은 잡범들과 같이 살면 공동구매로 들어가는 돈이 많다고 하시면서 사비를 9만원이나 들여 세분에게 추가로 넣어 드리더군요.
접견대기실에 들어가는데도 미리 들어오면 안된다고 교도관들이 시비를 걸어서 울 회원님들이 약간의 파워를 보여주다가, 맨 먼저 시설관리공단에서 싸우시다가 해고되고 업무방해로 구속된 동지를 접견하게 되었습니다.
평소에 아무리 차도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다니면 인도라는 확신을 가지고 계신 울 회원님들이 강남역에서 가두 진출하던 그 실력으로 신청인 수와 관계없이 얼렁뚱땅 7-8명이 밀고 들어갔습니다. 해고자 동지는 60이 다 되셔서 귀밑머리가 희끗희끗 하시는데, 저희들이 촛불연행자모임에서 왔다고 하니까 엄청 좋아하시면서, 투쟁의 구호로 접견을 시작하자고 하셨습니다. ‘서민경제 다 죽이는 이명박을 박살내자’고 선창을 하셔서 박살내자! 박살내자!고 구호를 외치다 보니 갑자기 접견실이 농성투쟁장이 된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이 동지는 1심에서도 재판장에게 ‘역사의 죄인이 되지 마라’고 최후진술을 하셨다가 괘씸죄로 실형 1년을 받았는데, 자기 투쟁의 정당성을 조금도 굽히지 않고 싸우시는 모습에 절로 존경의 마음이 우러나왔습니다. 사모님이 면회 와봐야 눈물바다 밖에 안되니까 아예 접견거부하고 있다면서 군대간 아들에겐 출세하려 말고 소신대로 살아라고 하셨다는군요. 누가 영어의 몸인지도 모르게 면회간 사람보다도 훨씬 더 당당하고 투쟁적인 모습으로 저희를 고무시켜 주셔서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면회라는 것이 함께 싸우다가 포로가 되신 동지들에게, 동지들을 결코 잊지 않고 밖에서도 열심히 싸우고 있다는 보고를 드리고 격려를 전달하는 장이기도 하고, 투쟁의 의지를 확인하는 장이기도 한지라, 면회사업을 결코 소흘히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투쟁의 인사로 시작해서 투쟁의 구호로 끝나는 면회시간에 구속자 동지들은 자연히 바깥 투쟁에 대해 궁금해 하시고… 특히 연말 보신각투쟁과 명동의 무한도전에 대해서 궁금해 하시길래 신문에 안 난 얘기를 자세히 전해 드렸습니다.
장기간 구속되어 있으신 분들 중엔 명동 염산투척사건 관계자분들이 많이 계셨습니다. 그분들 하시는 말씀이 엊청수의 졸개들이 명동성당을 침탈해서 촛불시민을 연행하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강력한 저항을 보여주려다가 그렇게 된 것인데, 남들이 뭐라 하든지 자신들이 총대를 맴으로써 어쨌든 명동성당에서는 이틀 동안 단 한명의 연행자도 나오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넘들은 군화발로 짓밟고 방패로 사람을 패는데도 잠에서 덜 깬 채로 비폭력을 뇌까리면서 저항에 앞장서서 싸우시던 분들을 무슨 프락치나 죄인취급하던 분들에겐 꼭 이분들의 애기를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호모 싸피엔스로 분류도 안되는 넘들과 싸우는데, 촛불 대신 쇠파이프나 새총 들었다고 순수한 촛불이 아니라고 하시는 분들은 이젠 안 계시겠지요…
구속자 동지들 모두 당당하게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씀하시고, 저희도 복창하고, 면회할 때마다 우루루 몰려들어가 투쟁을 외치고 집단면회를 강행하는데, 빡빡한 교도관들도 있는지라, 가끔은 CCTV로 신청인 보다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면회하는 것을 보고는 마이크를 꺼버리고 면회를 중지시키면서 신청인 아닌 사람 나가라는 방송이 나오고… 왜 이리 빡빡하냐? 안되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시비를 붙고… 시비걸다가 면회 못한 시간 만큼 다시 면회시켜주라고 요구해서 관철하고… 그래서 재능교육 학습지노조에서 활동하시다가 해고되신 동지는 면회를 세번씩이나 다시 했습니다.
그런데 교도관들이 방송으로 존칭을 생략한 채 누구 누구 몇호실로 오라고 하자, 역시나 불굴의 투사이신 반격님이 ‘내가 당신들 친구냐? 공무원들이 어떻게 민원인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느냐’고 호통을 치고… 교도관들이 규칙을 어기고 몰려다니면 통제가 안된다고 왕왕거리자 울 회원님들이 ‘민원인이 왜 통제의 대상이냐? 친절한 안내의 대상이지’라고 하면서 사사건건 시비를 걸면서 면회장을 약간 뜨겁게 만든 뒤에, 결국은 알아 모실 테니 제발 너무 시비를 걸지는 말아달라는 민주교도관들의 간청을 수용하면서, 참으로 재미있고 고무된 마음으로 모두 면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나올 때는 교도관님들이 넘 미남이시라고 농담도 하고…ㅋㅋㅋ
교도소 문밖에 나오자 미네르바 때문인지 기자들과 카메라가 왕창 기다리고 있어서, 방문기념으로 기자들의 취재 욕망이 솟구칠 정도만큼 구호를 좀 외쳤지요. 조중동 기자도 씹어주고… 서울구치소 입구가 꽤 시끄러웠습니다.
아무튼 요번 면회는 밖에서도 조그마한 타협도 없이 원칙적으로 싸워줘야만 안에 계신 동지들도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반격님의 지론에 따라 열나게 재미있는 면회가 되었지요. 참여하신 분들에게 소감을 물었더니 너무 너무 유익하고 즐거웠고, 꿋꿋하게 싸우시는 구속자 동지들을 뵈오면서 투쟁의지가 솟아남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촛불연행자모임의 저력을 보여준 하루였습니다.
에피소드도 많은데 다른 분들이 올릴거예요…ㅋㅋㅋ
암튼 저로서는 포로가 되신 동지들을 하루라도 빨리 구출하기 위해서 더욱 가열차게 싸워야겠다는 투쟁의 의지를 다진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서른즈음에님글
첫댓글 시원한 후기입니다...짝짝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