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문제가 아니다
여러분이 깨어날 때,
여러분이 이해할 때,
여러분이 깨달을 때
세상은 올바르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나 악의 문제로 고심하고 있습니다.
설득력있는 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둑을 따라 걷고 있던 한 꼬마 소년이 보니 악어가 한 마리 그물에 걸려 있습니다.
"날 가엾이 여겨서 풀어 줄 수 있겠니?
내가 추하게 보이겠지만 알다시피 그건 내 잘못이 아니란다.
원래 이렇게 생겼거든. 외모야 어떻든 난 엄마의 마음을 가졌단다.
오늘 아침 어린 새끼들에게 줄 먹이를 찾아 나왔다가 덫에 걸린 거란다!"
"싫어, 풀어 주면 날 잡아 먹겠지."
"날 해방해 준 은인에게 내가 그런 짓을 하리라고 생각하니?"
그래서 소년은 망설이다가 풀어 주었고,
악어는 소년을 덥석 물어 버립니다.
악어 입에 물린 채 소년이 말합니다.
"이게 내 선행에 대한 보답이로구나."
"얘야, 네 나름으로 생각하지 말렴. 세상이 거런 거란다. 이게 삶의 법칙이란다."
소년이 따지고 들자 악어가 말합니다.
"그런가 안 그런가 누구한테 물어 볼래?"
새 한 마리가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소년이 묻습니다.
"새야, 악어 말이 맞니?"
"악어 말이 맞아. 나를 보렴.
어느 날 내가 새끼들 줄 먹이를 물고 둥지로 돌아오다가 보니
끔찍하게도 뱀 한 마리가 나무를 기어올라 곧장 둥지로 향하고 있더란다.
난 어쩔 줄을 몰랐지. 뱀은 내 새끼들을 차례차례로 삼켜 버렸어.
난 고함을 질러 댔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고 악어 말이 맞아.
그게 삶의 법칙이야. 세상이 그래."
"거봐"라고 악어가 말합니다.
그러나 소년은 "다른 누구에게 물어 보자"고 합니다.
"그래, 물어 봐."
마침 늙은 당나귀 한 마리가 강둑 위를 지나갑니다.
"당나귀야, 악어가 이렇게 말했는데 옳은 말이니?"
"썩 옳지. 나를 봐.
난 주인을 위해 평생 종살이를 했는데 주인은 먹을 것조차 변변히 주지 않더니,
이제 내가 늙고 쓸모가 없어지니까 풀어 주었어.
그래서 난 아무 야수라도 날 덮쳐서 내 목숨을 끝내 주기를 기다리며
여기 정글 속을 서성거리고 있단다.
악어 말이 맞아. 그게 삶의 법칙이야. 세상이 그래."
"가봐."
악어가 말합니다.
"한 번 더!"
소년이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다른 누군한테 또 물어 보자.
내가 너에게 얼마나 좋은 일을 했는지 기억하고 있겠지?"
"좋아, 마지막 기회야."
소년은 토끼 한 마리가 지나가고 있는 것을 보고 묻습니다.
"토끼야, 악어 말이 맞니?"
토끼는 쪼그리고 앉아 악어에게 말합니다.
"네가 그렇게 말했니?"
"그래, 내가 그랬다."
"잠깐, 우리는 이 일에 대해 토론을 해봐야겠는데."
"좋아."
"하지만 입에 뭘 물고서 어떻게 토론을 하겠니?
놔 줘. 꼬마도 토론에 참여해야 하니까."
"넌 영리한 놈이로군그래. 놓아 주는 순간 도망쳐 버릴 걸."
"난 네가 그 정도보다는 더 눈치가 있는 줄 알았는걸.
도망치려고 하면 네가 꼬리 한 번만 휘둘러도 죽일 수 있잖아?"
"그렇고말고."
악어는 소년을 놓아 줍니다.
소년이 풀려나는 순간 토끼가 소리칩니다.
"달아나!"
소년은 뛰어 달아납니다.
그러고 나서 토끼가 소년에게 말합니다.
"넌 악어 고기 좋아 하지 않니? 너희 마을 사람들은 그 좋은 먹거리를 즐기지 않니?
넌 그 악어를 완전히 풀어 준게 아니야. 몸의 대부분이 아직 그물에 걸려 있거든.
마을로 가서 사람들을 다 불러다가 잔치를 벌이지그래."
소년은 정확히 그렇게 합니다.
마을로 가서 남정네들을 모조리 불러 오는 겁니다.
그들은 도끼와 장대와 칼을 들고 나와 악어를 죽입니다.
그 소년의 개도 왔다가 토끼를 보자 좇아가 잡아서 목을 물어뜯습니다.
소년은 그 장면에 너무 늦게 나타났고.
토끼가 죽어 가는 것을 보며 말합니다.
"악어가 옳았어. 이런 게 세상이야. 이게 삶의 법칙이야."
세상의 온갖 고통과 악과 고문과 파괴와 굶주림을
시원스레 밝혀 낼 수 있을 그런 설명은 없습니다!
아무도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한바탕 종교적인 또는 그밖의 문구들을 늘어놓을 수는 있겠지만
결코 설명하지 못할 겁니다.
삶은 신비이니까요.
사고로는 파악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깨어나야 합니다.
그때 문득 문제는 현실에 있는 게 아님을,
여러분이 문제임을 깨달을 것입니다.
- 앤소니 드 멜로 신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