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언론의 인터넷기사가 많은 화제를 불러왔다. 바로 WNBA의 워싱턴 미스틱스에서 최윤아의 영입을 원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최윤아는 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대표팀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WNBA 진출설에 대해 그녀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까.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에 임하는 기분은 어떤지. 정지욱 기자의 키워드 인터뷰 첫 번째 주인공인 최윤아와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키워드 # 1 발차기 소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최윤아’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은 바로 ‘발차기 소녀’다. 2004년 존스컵 대회 대만과의 경기에서 대만 선수들과 신경전을 벌이다 첸웨이취안을 발로 차버린 사건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프로 입단해서 첫 국제대회였는데, 그동안 농구를 하면서 그렇게 거친 경기를 해본 적이 없었어요. 경기라기보다 감정싸움이었죠. 그 때를 생각하면 후회는 안 되는데, ‘좀 참을 걸…’하는 생각은 들어요. 이렇게 오래 올 줄 몰랐어요. 이제 그 얘기는 그만 나왔으면 할 때도 있지만, 그렇게 라도 절 알아주셔서 감사하기도 하죠. 아마 이 얘기는 잊혀 지지 않고 평생 갈 것 같아요.”
이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최윤아의 근성을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최윤아는 악바리 같은 근성의 소유자로 이름이 나 있다. 승부욕이 강한 최윤아는 고등학교 때만해도 경기에서 지면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열 번을 지더라고 꼭 한번은 이기고 만다는 생각으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다. 대전여상 시절 최윤아는 가드 뿐 아니라 모든 포지션을 오가며 활약했다. 6명밖에 되지 않는 얇은 팀 선수층 때문이었다. 가드 포지션이지만, 힘이 좋아 센터를 맡은 적도 있다. 1번부터 5번까지 전 포지션을 소화했던 당시의 경험은 그녀에게 많은 도움을 되었다고. 팀의 주축이던 고교시절과 달리 프로에 입단 후 최윤아는 기라성 같은 선배들에 밀려 좀처럼 출전기회를 잡지 못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운동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녀는 개인연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힘든 시간이기도 했지만, 농구가 주는 즐거움과 승부근성은 최윤아를 한 단계 한 단계 성장시켜 나갔다. 2년 전부터 몸에 익히기 시작한 원 핸드 슛 연습도 그녀가 프로에서 성공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키워드 # 2 신한은행
신한은행의 비공식(?) 별칭은 ‘레알신한’이다. 전주원, 정선민, 진미정, 하은주, 최윤아 등 스타 플레이어가 많은 탓이다. 덕분에 시즌 전부터 일찌감치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러한 호화멤버라는 평가는 선수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최윤아도 마찬가지였다.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저희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삼성생명도 저희 못지 않게 좋았다고 생각해요. 저희 팀을 강하게 봐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저에게만큼 그런 평가는 아직 과분한 것 같아요.” 그러나 이러한 부담감에도 불구, 신한은행은 통합우승을 일궈냈고 최윤아는 베스트5에 선정되었다. 2003년 프로 입단 후 꾸준한 노력 속에 챔피언 팀의 주전 가드로 거듭난 최윤아는 통합우승을 이룬 점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처음으로 풀타임 주전 포인트가드로서 뛴 시즌이었는데, 통합우승을 이루어서 너무 기뻐요. 게다가 우승팀의 주전 포인트 가드였다는 건 굉장한 영광이죠.” 최윤아와 함께 신한은행의 통합우승을 일군 팀 선배 전주원은 최윤아의 든든한 지원자이다. 그는 전주원을 선생님이라 불렀다. “선생님과의 만남은 제게 큰 전환점이 되었어요. 워낙 대 선배님이셔서 제가 대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경기장 안에서만큼은 가장 많이 붙어있어요. 함께 운동을 하다 보니 선생님의 플레이를 많이 배워가고 있어요. 안 보이는 곳에서 저를 많이 챙겨주시죠. 격려도 해주시고요. 제게는 정말 큰 힘이 되어주시는 분이세요.”
농구를 배워갈 무렵의 롤-모델 역시 전주원이었다. 전주원의 철저한 몸 관리는 녹슬지 않는 기량의 힘이었다. ‘왜 최고의 선수인지 함께 생활하다보니 알 것 같다’는 최윤아는 전주원과 같은 선수가 되기 위해 땀 흘리고 있다. 다음 시즌이 끝나면 최윤아는 FA가 된다. 그만큼 다음시즌에는 더 잘해야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쳐있다. “FA를 앞둔 시즌이라 잘해야겠다는 생각은 당연한 거죠.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다보면 부상이 올 수 있어요. 일단은 다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올림픽도 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올림픽과 새 시즌 모두 제게 중요하죠. 2008년은 이래저래 중요한 한해가 될 것 같아요.”
키워드 # 3 남자친구
“오랜만의 긴 휴가 덕분인지 아직도 집에 있는 기분이에요. 행복했어요.”
최윤아는 한 달간의 휴가를 보내고 대표팀에 합류했다. 2년 만에 주어진 긴 휴가동안 최윤아는 고향은 대전으로 내려가 부모님,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또한 운전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면허시험을 봤다. 면허를 따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던 탓에 아직 도로주행을 마치지 못한 상태. 시간이 나는 대로 도로주행 시험에 임할 예정이다. 여느 여자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최윤아의 취미 역시 수다였다.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 하루도 꼬박 셀 수 있을 것 같다’는 그녀 말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 평소 최윤아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는 하은주다. 숙소 생활을 하면 함께 외출을 나가서 영화도 보곤 한다. 휴가 중이던 최근에도 최윤아는 하은주를 만나 영화 ‘겟섬’을 보았다고. “은주 언니와 굉장히 친해요. 언니가 혈액형을 따지는 편인데, 혈액형도 같은 B형이라 더 그런가 봐요. B형끼리 통하는 뭔가가 있어요.(웃음) 영화(겟섬)를 보고나서는 격투기 한판 붙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그랬어요.”
합숙 생활때문에 또래들처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녀는 전혀 부럽지 않다고 말한다. “오히려 제가 또래들보다 행복한 것 같아요. 일반 사람들이 나가서 해볼 수 없는 것들을 접하기도 하고 비싼 곳에서 좋은 음식을 먹기도 하고 가끔 좋은 곳으로 놀러가기도 해서 행복하게 생각해요. 오히려 친구들이 절 부러워해요. 여행을 좋아하는데, 나중에 은퇴할 때쯤 친구들과 배낭을 메고 전국일주를 해보고 싶어요.”
그러면 남자친구는 없을까? 많은 팬들이 최윤아에게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최윤아는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기로 소문이 나있는 선수다. 하지만, 그녀는 이러한 소문을 극구 부정했다. “남자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은 소문일 뿐이에요. 인기도 없고 남자친구도 없어요. 주변 사람들에게 남자 한 명 소개 좀 해달라고 하면 ‘왜 남자친구가 필요하냐’고 물으시기도 하는데, 전부 다 오해예요! 어디서 그런 소문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남자친구 없어요. 이 내용은 꼭 실어주셔야 해요.” 정말로 남자친구가 없냐는 필자에 질문에 최윤아는 “정말 없어요. 연애 생각은 많은데, 남자가 없어요.”라고 재차 강조하여 말한다. 그렇다면 그녀의 이상형은 어떤 사람일까? “뭐…다 좋아요. 하하. 절 이해해 줄 수 있는 남자가 좋아요. 저희는 합숙 생활을 하기 때문에 자주 만나지 못해요. 힘들 때도 많고요. 제가 힘들어 할 때 위로해 줄 수 있는 배려 깊은 사람이었으면 해요. 외모요? 외모는 ‘정말 아니다’싶을 정도의 외모만 아니면 되요. 사귀다보면 잘생기지 않았더라도 잘 생기게 보이지 않겠어요?”
키워드 # 4 WNBA
얼마 전 최윤아의 WNBA 진출설이 화제가 됐다. 하지만, 정작 최윤아는 무덤덤했다. “어떻게 된 건지 잘 모르겠어요. 저도 기사를 통해서 알았는걸요.”
지난 2006-2007 겨울리그에서 손발을 맞췄던 맥윌리암스의 추천으로 맥윌리암스의 소속팀인 워싱턴 미스틱스가 관심을 보였다는 사실 또한 기사로 알게 된 이야기라고. 맥윌리암스는 신한은행 시절 최윤아에게 많은 애정을 나타냈다고 한다. 최윤아 역시 ‘TJ언니’라고 부르며 맥윌리암스를 따랐다.
“왜 저를 예뻐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글쎄요. 실력은 좀 떨어지더라도 뭐든 열심히 하려고 모습 때문에 예뻐해 준 것 아닐까요. 말은 잘 통하지 않았지만 통역을 통해서 이것저것 많이 알려줬어요. 제가 MIP상을 받았을 때였어요. 우리나라말로 ‘너이기 때문에 받는 상이다’라고 써서 제게 건네 주었어요. 그 때 정말 감동 많이 받아서 눈물을 글썽였을 정도였죠.”
최윤아는 4월에 펼쳐진 굿럭 대회에서 미국 대표팀에 선발된 맥윌리암스와 재회했다. 서로 너무 반가워하며 인사를 나누긴 했지만, 팀에 최윤아를 추천했다는 언급은 전혀 없었다. 굿럭대회 미국과의 경기에서 최윤아는 11점 3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워낙 전반부터 점수차가 크게 벌어져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이 경기에서의 활약도 워싱턴 구단으로 하여금 최윤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최윤아의 WNBA 진출은 없던 얘기가 되었다. 윌리암스의 추천 이야기와 워싱턴에서 최윤아를 원한다는 기사가 나오긴 했지만, 최윤아 영입을 희망한다는 공문도 없었고, 그녀를 영입하기 위한 아무런 절차도 밟지 않았다. 신한은행에서도 팀의 간판인 선수를 그저 기사만 보고 미국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확실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가지 못한 것 같아요. (김)정은이가 WNBA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동영상을 같이 보곤 하는데, 갔으면 큰일 날 뻔했어요(웃음). 하지만 최고의 무대인 만큼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야구는 박찬호, 축구는 박지성이 빅 리그에 진출하면서 더 많은 인기를 끌게 되었다. 하지만 농구는 아직 빅 리그에서 활약한 선수가 없다. 하승진이 잠시 NBA 포틀랜드 블레이저스에 머물렀지만, 국민적인 관심을 끌기에는 출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최윤아가 WNBA에 진출했다면 어떨까? 천하의 정선민도 WNBA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정선민과 달리 최윤아는 아시아 선수로서 경쟁력이 있는 가드 포지션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출전시간은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이다. “WNBA에서 뛰는 것을 상상을 해보긴 했어요. 가서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침체된 여자농구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저 말고도 WNBA에 진출할 만한 선수들이 많아요. 정은이는 젊고 기량도 좋아서 WNBA에 꼭 진출했으면 좋겠어요. 은주 언니도 우리나라에서만 뛰기는 아깝고요. 아시아 선수가 미국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에요. 피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아직 부족하지만 젊음이 있기 때문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젊음’이라는 무기를 바탕으로 WNBA 진출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최윤아. 그녀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여자농구의 르네상스를 이뤄낼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키워드 # 5 베이징 올림픽
최윤아는 지난 2006년, 꿈에 그리던 태극마크를 달게됐다. 처음 대표팀 선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잠도 제대로 못 이룰 정도로 설레고 긴장되었지만, 이제는 대표팀 생활에 제법 익숙해졌다. “
이제는 언니들과 자주 봐서 가족같이 편해졌어요. 굿럭 대회 때도 분위기가 좋았어요. 예전에는 위계질서가 심했다고 하는데, 요즘은 많이 바뀌어서 언니들도 너무 편하게 대해주시죠. 막내가 저랑 정은이 밖에 없다보니 뭘 빠뜨리고 와도 가볍게 넘어가고 언니들이 많이 도와줘요.” 하지만, 최윤아는 운동에서만큼은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는다. “워낙 기량이 뛰어난 언니들이다 보니 패스가 잘못 나가더라도 다 골로 성공시켜요. 최고의 선수들과 함께 뛴다는 것에 행복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언니들이 부족한 저 때문에 피해보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해요. 나라를 대표한다는 책임감까지 부여가 되니 대표팀에서의 운동은 더욱 긴장하게 되요.”
대표팀에 승선한 최윤아는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를 밟게됐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여자 대표팀이 4강 진출을 이루는 모습을 보고 ‘나는 언제쯤 저 저리에 서게 될까’라며 늘 올림픽 무대를 꿈꿔왔다고. “시드니 올림픽을 보고 내가 올림픽 뛸 수 있는 나이를 계산해보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더라고요. 저 자리에 설 수 있을까 상상만 했었는데, 진짜로 베이징 올림픽에 나가게 되어서 신기하고 자랑스러워요. 남다른 기분이죠.” 최윤아와 대표팀은 올림픽에서 세계 농구 강국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최윤아는 세계강국과의 차이가 힘에 있음을 얘기했다. 기술적인 면은 종이 한 장 차이이지만, 외국 선수들의 힘이 워낙 좋아 부딪치는 것 자체가 잘 되지 않아 기술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힘이라고 하면 밀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그녀였지만, 굿럭 대회에서 만난 강호들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고 한다. 때문에 외국 선수들과의 경기는 국내 선수이나 아시아권 선수들에 비해 더 많은 체력이 요구된다고. 여자 대표팀은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전패로 최하위에 그친 바 있다. 세계농구의 수준이 더욱 높아져 이번 올림픽도 쉽지 만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실내 구기 종목인 남녀 배구 모두 탈락했고 남자 농구도 올림픽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이기에 여자 농구 대표팀은 더 많은 기대를 받고 있으며 그만큼의 부담감도 안고 있다.
“부담스럽기는 한데, 처음 나가는 올림픽이어서 그런지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나지 않아요. 메달권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먼저 작다고 얕볼만한 한국농구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베이징에는 우리나라 분들도 많이 사신다고 들었는데, 좋은 경기로 그 분들에게도 자부심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자신감이요? 자신감은 항상 있죠.”
베이징 올림픽 출전의 꿈을 이뤄낸 최윤아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는다. 신한은행의 3연패와 FA계약, 그리고 WNBA라는 또 다른 꿈을 이루기 위해 최윤아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새겨 넣은 그녀의 휴대폰 레터링(문구)처럼 말이다.
첫댓글 예전의 신기화 선수이후에 보기드문 악바리순둥이(?) 느낌의 가드....경기때보먄 참 열심히 뛴다는 느낌을주는 기분좋은 선수...^^오래도록 좋은모습보여주길바랍니다....
샛별이라는 새내기 표현보다는 지금 한창 빛을 발하고 있는 선수아닌가요? 외모도 이쁘지만 실력도 멘탈부분도 우수한...전주원처럼 노련미와 완성도는 떨어진다고 해도 충분히 전주원의 공백을 메꿔 줄만한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최윤아 선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