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 우리 그러하듯이
- 대 평원에서의 코끼리 마지막을 보고
詩; 최영희
장정長程의 길
한발 한발
순한 코끼리 한 마리
고요히 무릎을 꿇는다
마른 나뭇가지와 풀들은 기도드리듯 고요하고
고단하게 바다와 산을 넘어온 해는
누군가의 마지막 시간을 위해 준비한 듯
희고 검은 아름다운 휘장을 두르고 있다
내려앉는 눈꺼풀
이제 눈을 감는다
사랑, 갈증, 슬픈 기억까지
모든 무거운 짐을 내려놓듯
코끼리 누운 몸이
평화롭다
어느 순간
이 세상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의 마지막처럼
아- 그래도
저 마지막 감은 눈 속
세상에서의 기억은
슬프도록 아름다우리라
그 어느 순간 우리 그러하듯이...
// 2016.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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