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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장벽’(concrete wall)
시멘트가 처음 나왔을 때 참으로 신기해서 공사현장에서 손으로 만지고 장난하면서 구경하다가 손바닥이 허물을 벗어서 아주 혼이 난 적이 있습니다. 그게 그렇게 독한 것인 줄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양회(洋灰)라고 해서 서양 사람들이 만든 회(灰)라고 아주 귀하게 여겨 그 포장용지도 아주 질기고 단단해서 잘 오려 두었다가 장판을 할 때 최고의 장판 용지였습니다. 시멘트를 가지고 콘크리트를 만들어서 집도 짓고, 다리도 놓고, 벽돌도 만들어 보면서 콘크리트가 얼마나 단단한지 참으로 신기할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콘크리트 문화가 싫증도 나고, 건강에 얼마나 나쁜지도 체험하면서 탈 콘크리트 문화로 점차 옮겨가려고 하지만 지구가 멸망하기 전까지는 콘크리트 문화를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콘크리트란 시멘트가 물과 반응하여 굳어지는 수화반응(水和反應)을 이용하여 골재(骨材)를 시멘트풀(시멘트를 물로 개어 풀처럼 만든 것)로 둘러싸서 다진 것을 말합니다. 로마시대에 화산회(火山灰)와 석회석을 써서 만든 것이 시초라고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19세기 초에 포틀랜드시멘트(Portland cement)가 발명된 후 1867년 프랑스에서 철망으로 보강된 콘크리트가 만들어진 것이 최초라고 합니다. 그 후 독일을 중심으로 철근콘크리트의 개발이 계속되어 댐이나 도로포장·교량 등의 토목공사나 건축용 구조재료의 중심이 되고 있습니다.
요즘 경영 경제학에서 '콘크리트 소비자(Concrete Consumer)'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 콘크리트 소비자란 광고나 유행 등 외부충격에 반응이 없는 콘크리트의 속성을 지닌 소비자를 빗댄 표현으로, 기업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에 갈수록 무감각해지고 있는 현대 소비자를 의미합니다. 미국의 한 연구조사에 따르면 소비자가 텔레비전 광고를 접하는 광고 메시지는 하루에 2,500여 개나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시청자의 9%만이 방금 TV에서 본 상표를 기억하는 등 소비자의 마케팅 저항이 점차 단단해지고 있다고 삼성경제 연구소에서는 연구결과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광고도 점차 어려워지고, 광고의 충격은 점점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소비자는 이미 광고에 진력을 내고 있고, 광고업계에서는 콘크리트 소비자들을 겨냥한 광고 전략을 구축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사람들도 시멘트와 같이 접착성이 강한 친화력으로 하느님과 이웃과 사랑으로 응집력이 강한 신앙인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사람들도 모래나 자갈과 같은 개성을 시멘트와 같은 흡착력으로 세상의 아름다운 것을 빨아들여 콘크리트와 같은 신앙을 갖는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유혹에 절대로 흔들리지 않는 그런 믿음과 성덕(聖德)으로 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세상의 부귀와 권세와 영화와 단단하게 결합하고 철심과 같이 강력한 편견과 교만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서 사랑과 용서를 모르고, 용해될 줄을 모르는 콘크리트가 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이겠습니까? 희생과 봉사에 벽을 쌓고 있고, 친교와 섬김과 사귐에 방해가 되는 것으로 신앙을 생각하고, 아무리 귀한 복음말씀을 전한다고 해도 감정이 완고해지고 무뎌져서 복음말씀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것은 정말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구원을 위한 희생제사도 헛된 것이고, 아무런 가치 없는 희생으로 만들어버리고 종교는 한 낱 인간이 만들어낸 새로운 속박이라고 생각한다면 얼마나 불행한 일입니까?
세상의 모든 것은 음양(陰陽)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이나 동전도 양면을 가진 것과 마찬가지로 콘크리트처럼 단단한 것도 무엇을 재료로 하고, 어떤 형태로 굳어졌는가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처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을 맞이하는 고향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와 완고한 마음은 예수님을 죽이려고 하는 마음까지 만들어냅니다.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그 편견과 선입견과 오해는 지금도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으며, 교만과 아집과 오만함은 지금도 이웃과 가족과 형제들을 죽음으로 내 몰고 있다는 것입니다.
‘콘크리트 소비자’들에게 점차 광고의 감정적 소구와 이지적 소구가 어려워지듯 선교와 복음말씀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좋은 글과 아름다운 말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무디게 만들고, 사람들의 감정을 메마르게 하며, 세상의 유혹과 악으로의 경향이 사람들과 하느님 사이에, 사람들과 사람들 사이에 ‘콘크리트 장벽’(concrete wall)로 만들고 있습니다. 이 장벽을 허무는 일에는 사랑과 용서가 가장 좋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꾸만 두꺼운 장벽을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나와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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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돌같은 심장이 아니라 살처럼 부드러운 심장을 소유하면 콘크리트 장벽’(concrete wall) 은 무너질것 같은데요.. 우리 함께 변화 되어 보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