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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불문 직업 불문, 우리는 스포츠인이다
반포백호테니스클럽은 2005년 마음이 맞는 사람 10명 정도가 모여 시작한 작은 모임이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전체 회원 수는 45명 정도로 네 배가 넘게 늘었다. 이처럼 회원이 증가한 데는 초기 회원들의 공이 컸다. 모임 규모가 작은 탓에 제대로 된 경기를 즐길 수 없다고 판단한 회원들이 신규 회원 모집에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회원들은 주변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테니스가 얼마나 좋은 운동인지 입이 마르게 설명했다.
또 매일 아침 테니스 모임을 할 때면 운동을 위해 운동장을 찾은 동네 주민들에게 테니스 라켓을 쥐어주며 함께 즐길 것을 권했다. 그런 부지런한 노력 끝에 반포백호테니스클럽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이다. 연령대는 4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하다. 평소라면 한번 말 걸기도 어려운 나이 차이지만 테니스 코트에만 들어가면 나이를 불문하고 적이나 동지 둘 중 하나일 뿐이었다.
“여기에 오면 나이를 잊을 수 있어서 좋아. 젊은 사람들이랑 운동하니까 나도 모르게 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 물론 저 친구들도 어디서 ‘젊은 사람’ 소리는 못 듣는 사람들이긴 하지만. 하하. 여기서는 나이가 많다고 봐주고, 젊다고 궂은일 하고 그런 게 없어. 경기장에 들어간 순간 선수가 된 것처럼 최선을 다해야 진정한 스포츠인 아니겠어?”
코트 밖에 있다고 해서 가만히 앉아 쉬는 것이 아니었다. 경기에 참가하지 못한 회원들은 코트 밖에서 매의 눈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다른 회원들의 경기를 보면서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지 연구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니 반포종합운동장이 아닌 윔블던 테니스 경기장에 나와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긴장감이 가득했다.
몸 건강 마음 건강 책임지는 활력소
빠르게 진행되는 게임을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 반이 지나고 있었다. 마지막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경기에 임하는 회원들 뒤로 급히 가방을 챙기는 몇몇 회원들이 눈에 들어왔다. 모임이 오전 8시까지 인데 왜 중간에 가느냐고 묻는 에디터의 질문에 그들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도 출근해야지.” 얘기를 들어보니 대부분의 회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매일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부지런함에 절로 감탄사가 튀어 나왔다.
“사람들이 이 나이 먹고 아침마다 운동한다고 하면 대단하다고 하고, 테니스 친다고 하면 미간을 찌푸리고 걱정을 해. 그런데 우리가 매일 운동을 하는 건 사실 대단한 일도, 걱정할 만한 일도 아냐. 몸이라는 게 적당히 움직여줘야 녹슬지 않거든. 그리고 이렇게 나와서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을 만나고, 또 같이 웃고 즐기며 운동하다보면 걱정이나 근심도 잊게 돼. 매일 운동하고 웃으니 이것만큼 좋은 정신적 활력소가 없지. 물론 테니스가 다른 운동보다는 격한 느낌이 있지만 자기 몸 상태에 맞게 하면 이것처럼 좋은 운동이 없어. 빠르게 움직이는 공을 쫓아다니다 보면 순발력이 늘고,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게임 내내 머리도 써야 돼. 거기에 재미까지 있으니 중독될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운동이지.”
테니스의 매력에 대해 한참을 설명하던 회원들은 시계를 보더니 부랴부랴 발걸음을 옮겼다. 남아있던 회원들 역시 경기를 마치고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테니스장을 떠났다. 하지만 텅 빈 테니스장은 그들이 남기고 간 열정으로 여전히 뜨거웠다.
/ 에디터 이현정
포토그래퍼 김지아
촬영협조 반포백호테니스클럽
월간헬스조선 6월호에 실린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