쫑아의 일기

요즈음 우리집은 온통 개 판 입니다. 밤이되면 농장아래 흰둥이 두마리, 내사랑 복실이,바람둥이 길쭉이, 집나온 조폭 세모눈, 옆집 장군이, 내동생 울프가 한 마당에서 난리입니다. 아,아,..빨리 이시간들이 지나가서 고요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한마디씩만 해도 너무나 시끄러워 주인님과 이웃주민께 너무 죄송하지요. 모두가 나 때문이기 때문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왜 내가 갑자기 남자 친구들에게 이렇게 인기가 좋아졌는지 .... 며칠 전 까지만 해도 세모눈이 나와 내동생 울프를 보면 잡아 먹을듯이 덤벼 들더니 며칠 사이에 온갖 교태를 부리며 내 밥을 뺏어먹고 비가오면 내 집에서 자고 맘씨좋은 우리 안주인이 밥그릇까지 챙겨주니 아예 내 기둥서방 처럼 행세를 한답니다. 거기다 바람둥이 길쭉이도 합세하여 내가 먹고 남은 밥을먹고 세모눈에게 괄시를 받으며 같이 내곁에 빌붙어 있지요. 나는 요즈음 내사랑 복실이와 사랑을 하고 싶어졌답니다. 복실이를 닮은 새끼를 낳고싶은데... 방해꾼이 너무나 많아서 가슴이 아프지요. 내사랑 복실이가 오면 온 집이 시끄러워 지지요. 응석꾼 동생 울프의 질투소리에 백두도 합세하고 흰둥이들까지 덩달아 소리를 내고 길쭉이와 세모눈은 더욱 세모눈이 되어서 내사랑 복실이를 내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한답니다. 이 마음을 누가 알아줄까요... 집요하게 괴롭히는 세모눈의 소행를 알아챈 우리집 아저씨, 밤마다 조폭 세모눈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지요. 밤 한시에 팬티 바람에 죽도를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우리집 아저씨는 너무나 용감하지요. "너 저놈(세모눈)씨 받으면 나한테 죽는줄 알아!" 하며 어젯밤에는 큰 탁자로 내집을 철저하게 봉쇄를 해버렸습니다. 숫놈들의 싸움에 너무 험한꼴을 많이 본 안주인님은 체념을 한듯 바라만 봅니다. 백두와 세모눈이 얼굴에 피를 묻히고 길쭉이 목을 물어 뜯는 광경에 혼이 나간듯 합니다. 그래서 우리집 아저씨는 더 더욱 용감하게 싸우십니다. 이 난리에 안주인님이 친구에게 선물 받은 귀한 명아주 지팡이가 망가지고 잔디밭이 엉망이 되어 개 똥밭이 되고 수돗가에 물통, 빨래통, 세탁통들이 금가고 구멍나서 못쓰게되고 놈들의 싸움에 무기가 된것들은 모두 엉망이 되어버렸지요. 모두가 나 때문인데... 쫑아도 가슴이 아픔니다. 사랑의 계절에는 모두가 이렇게 힘이 들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