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간 |
거 리 |
출발 시간 |
소요 시간 |
비 고 |
성 삼 재 |
|
09:23 |
|
|
종 석 대 |
1.61 |
10:18 |
||
우번암입구 |
0.57 |
10:39 |
||
노고단3거리 |
1.04 |
11:02 |
| |
계 |
3.22 km |
01:39 |
01:39 |
실 소요시간 |
산행기록
지도 #1
09:23
자, 그럼 오늘 산행을 시작할까요?
오늘 산행 들머리는 구례군 산동면 좌사리입니다.
성삼재에서 종석대로 올라가는 들머리가 어디입니까?
우측 커피샵 바로 옆으로 들머리가 보입니다.
지도 #1의 '가'의 곳입니다.
하지만 저 위에 있는 공단초소의 유리창이 이쪽을 향해 열려있군요.
공간 근무자가 제가 이쪽으로 올라가는 것을 봄과 동시에 비상이 걸릴 것은 당연한 수순.
다른 루트를 찾아야겠습니다.
초소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자마자 우측으로 바로 치고 올라갑니다.
지도 #1의 '나'의 곳입니다.
그러고는 능선 우측을 보고 달라 붙습니다.
오리지널 능선에 접근하기 위함입니다.
드디어 오리지널 대간길에 붙습니다.
09:41
그러고 만나는 1222봉.
아직은 조망이 없는 숲속입니다.
09:51
10분 정도 더 올라가니....
아!
고리봉1248m.
정령치 지나서 만나는 고리봉1305.4m과 구별하기 위해서 보통 '작은고리봉'이라 부르죠?
그리고 그 뒤로 만복대1433.4m.
그 좌측으로 흐르는 능선이 조금 전 이야기한 서시지맥입니다.
중요한 줄기입니다.
그 만복대 우측으로 지리서부능선이, 그리고 만수천 계곡 너머 임천지맥의 삼봉산1187m이 우뚝 서 있군요.
그 우측으로 반야봉.
그리고 노고단.
서시지맥이 상당히 멀어진 느낌입니다.
크게 굴곡이 없는 줄기라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서시지맥을 진행하는데 크게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그 서시지맥을 우측으로 돌려 대간길로 이어보고....
서시지맥 뒤로 남원시내가 보이는군요.
09:58
작은종석대로 오릅니다.
그러고는 지도 #1의 '나'의 곳에서 구례군 광의면을 만납니다.
이제부터는 광의면과 산동면의 면계를 따라 진행합니다.
여기서 우측으로 내려가면 시암재로 내려가게 되겠죠.
중앙에 노고단 그리고 우측에 종석대.
멋진 능선이 펼쳐집니다.
이렇게 비탐 구간이라도 악착같이 진행하는 이유는 바로 이 능선을 보기 위함입니다.
이제 이곳부터는 잡목과 산죽 숲을 헤치고 진행해야 합니다.
10:04
잡목과 산죽이 뒤엉킨 능선을 헤치고 지납니다.
이제 길은 숨었고 대강의 흔적만 보고 따라갑니다.
잠시 뒤를 돌아 작은종석대를 봅니다.
조망은 이곳이 더 좋군요.
다시 작은고리봉 ~ 만복대 능선을 봅니다.
9. 21.이라 그런지 아직 단풍은 이르군요.
중앙 하단에 861번 도로가 보이고 만복대에서 서시지맥이 갈라지는 모습도 확연합니다.
만복대 우측 뒤로 지리서부능선의 흐름도 힘차고 그 뒤로 바래봉도 확실합니다.
아까 본 산동면 정경.
좀 지저분하긴 하지만 이해의 편의를 위해서....
무등산은 보이지 않고.....
이 정도면 산동면이나 광의면에서 움직이는 개미 새끼까지 관찰이 가능하겠죠?
이 종석대 부근이 군사적으로 요충지라는 얘기입니다.
멀리는 백제군에 쫓겨 달궁으로 숨어들었다는 마한의 왕족부터 백제, 신라, 가야의 각축장.
고려말 왜구의 침입과 격퇴.
임진왜란, 동학농민혁명.
그리고 가까이는 해방공간의 여순사건 그리고 빨치산.
지리산의 골짜기마다 아니 산기슭, 산마루마다 우리 민족사의 아픔이 서려 있지 않은 곳이 어디 있겠냐마는 특히 이곳만큼 그런 의미를 더 확실하게 해주는 곳은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운데가 천은사가 있는 천은제.
천은사골 물이 모이는 곳이겠군요.
광의면이 한눈에 들어오고.....
우측의 종석대와 노고단.
좌측으로 노고단대피소가 보이기 시작하고....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가는 도로와 KBS 송신소.
만수천이 내려가는 심원계곡.
만수천은 잠시 후 남천과 만나 임천이 되어 남강에 흡수될 겁니다.
우측 가운데 뾰족한 게 임천지맥의 삼신봉1187m.
10:10
작은 종석대를 빠져나오자 등로는 이런 길의 연속....
간혹 바위가 나오면 앞뒤를 조망하기 바쁩니다.
부드러운 허리.....
다시 좌측 작은고리봉과 만복대를......
반야봉과 노고단,,,,,
10:18
드디어 종석대에 오릅니다.
그러고는 바로 발밑의 차일봉1004.7m 능선을 조망합니다.
이 능선도 상당 기간 막아놔서 이제는 길이나 제대로 있으려나?
가운데 화엄사골로 화엄사가 희미하게 보이고.....
좌측은 월령봉 능선.
그리고 화엄사골을 따라 눈을 쭉 내려보면 섬진강이 보이고 섬진강 좌측 볼록한 봉우리가 오산541.7m.
우측 아래 파란지붕의 우번암이 보이고 우측으로는 861번 도로가 구불거리며 성삼재로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 뒷 라인이 조금 전 작은종석대에서 가지를 친 간미단맥입니다.
우번암이 보이시죠?
실은 파란지붕은 요사채이고 그 우측으로 20m 정도 더 가야 법당이 있습니다.
화엄사를 좀 당겨봅니다.
화엄사와 황정리 사하촌.
화엄사 우측의 작은 봉우리가 원사봉이고 그 아래가 원사재인데 조정래의 '태백산맥'에 보면 빨치산들이 그 고개를 넘어 경찰초소를 습격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이죠?
그들은 이 화엄사골과 피아골 그리고 달궁을 넘나들며 투쟁을 했는데 임걸령 샘을 들러 목을 축이곤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수월리와 지천리....
예전엔 관광객들로 우글우글했었는데 이 성삼재 도로가 생기는 바람에 지금은 많이 조용해졌습니다.
10:22
종석대에서 조금 더 나아갑니다.
드디어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르는 도로도 보이고.....
하얀 길 우측으로 뻗어 있는 능선이 오리지널 백두대간 길입니다.
녹색선과 황색선이 교차하는 곳이 바로 무넹기입니다.
인공수로.
바로 그곳이죠.
대간하시는 분들이 이걸 보지는 못하고 걷지는 못하더라도 이렇게 냄새나 맡아도 그게 어딥니까?
어쨌든 노고단과 이 종석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높이야 노고단이 훨씬 높지만 군사적으로 볼 때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멀리는 백제의 땅이긴 했어도 그 전에 마한이 백제에 흡수 통합될 때 이 지리산에서도 종석대 부근이 그 중심에 있었으며 가까이는 남부군이 빨치산 투쟁을 할 때 이 종석대만큼 토벌군의 동태를 살피기 좋은 곳은 없었을 것입니다.
즉 이 종석대에서 구례읍이나 산동면이나 광의면에서 움직이는 토벌군의 동태를 훤히 관찰할 수 있었으니 토벌대에게는 눈엣가시였을 것입니다.
종석대를 내려오면서 뒤를 돌아봅니다.
그 백두대간상에 있으며 노고단에서 보면 종모양을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과 바위에 부딪치는 바람소리가 돌종을 울리는 소리와 같다해서 붙여졌다는 설이 있더군요.
신라시대 우번이라는 젊은 스님이 있었다. 조용한 상선암이라는 절에서 10년 동안 좌선 수도의 서원을 세우고 정진을 하고 있었다. 우번은 9년이 지나자 어느 정도 수행을 쌓았다고 느낌이 왔다. 그해 봄 어느 날 선녀처럼 아름다운 절세 미인이 나타나 우번을 홀리는 것이었다. 유혹하는 그녀를 따라 오르다보니 어느덧 종석대에 다다르게 되었는데 내미는 그녀의 손을 잡으려하자 그녀는 갑자기 사라지고 난데없이 관세음보살이 나타나 서 있는게 아닌가! 정신을 차리고 다시 살펴보니 관세음보살은 간곳이 없고 그 자리에 큰 바위만 우뚯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때서야 우번은 자신의 수행이 크게 부족한 것임을 깨닫고 다시 용맹정진하여 득도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 득도를 하는 순간 신비롭고 아름다운 석종石鐘소리가 홀연히 들려왔다. 그런 우번이 상선암으로 내려가는 도중 자리 잡은 곳이 이 우번대이고 관세음보살이 현신한 자리를 관음대 혹은 석종 소리가 난 곳이라 하여 종석대라 불린다.
아름다운 유래입니다.
돌밭을 내려서면 바로 우번암 삼거리가 나옵니다.
지도 #2
10:31
삼거리에서 우틀하여 우번암으로 들어서려는데 공단직원과 마주칩니다.
지도 #2의 '라'의 곳입니다.
저는 저대로 그 직원은 그 직원대로 서로 깜짝 놀랍니다.
"어디 가십니까?"
"우번암에 스님 뵈러 갑니다."
"약속하시고 가시는 겁니까?"
"산에 왔다가 계시면 뵙는 거고 안 계시면 다음에 오는 거지 일부러 약속을 하고 올 일 있겠습니까?"
"스님 출타 중이십니다."
이때 바로 통밥을 굴립니다.
"아! 그래서 저 입구에 차가 없었군요. 잠깐 들렀다 가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여기 못 들어오는 곳 아시잖습니까."
10:39
우번대 삼거리입니다.
할 수 없이 돌아서서 나가는데 그 직원은 뭐 할 일 없이 여기까지 그것도 혼자서 왔다가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이 일 때문인지 이 날 산행은 완전히 잡쳤습니다.
문수대 가는 길도 헤매다가 말았고 ....
후일을 도모하기로 하고 중도포기합니다.
1부 가록은 뒤에 노고단 삼거리까지 가는 걸로 정리합니다.
제2부 복수혈전復讐血戰
그날 이후, 대간길은 성삼재에서 연재방향으로 진행도 하고 구룡폭포가 대간길이 아닌 것도 확인하고 그리고 반야봉 ~ 묘향대 ~ 날라리봉 ~ 무착대도 진행을 합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번대와 문수대 그리고 서산대입니다.
서산대는 무시할까 생각했으나 그래도 피앗골 근처에 있는 거라 일단 족보에는 올려놓습니다.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7. 11. 01. 수요일
2. 동행한 이 : 홀로
3. 산행 구간 : 성삼재 ~ 우번암 ~ 노고단 삼거리 ~ 문수암 ~ 대지령 ~ 1411.6봉 ~ 성삼재마을
4. 산행거리 : 12.3km
구 간 |
거 리 |
출발 시간 |
소요 시간 |
비 고 |
성 삼 재 |
|
09:20 |
|
|
우번암입구 |
1.65 |
09:41 |
21 |
|
우 번 암 |
2.17 |
10:00 |
19 |
|
노고단 KBS |
2.17 |
10:57 |
57 |
10분 휴식 |
문 수 암 |
0.51 |
11:24 |
27 |
|
돼 지 령 |
0.90 |
12:57 |
93 |
54분 휴식 |
1411.6봉 |
0.60 |
13:26 |
29 |
16분 대기 |
성 삼 재 |
4.30 |
14:20 |
54 |
|
계 |
12.30 km |
05:00 |
08:45 |
실 소요시간 |
산행기록
머릿속으로 이 모습만 그리다가 제일 편한 수요일로 날짜를 잡습니다.
11월의 첫 날 11월 1일입니다.
지난 주말 성삼재 ~ 피앗골을 다녀왔으니 4일 만입니다.
광명에서 출발하는 KTX 산천호 첫 차를 타고 구례구로 갑니다.
물론 익산에서 무궁화호로 환승을 해야하죠.
25분 정도 기다리는 동안 대합실에 있는 분식집에서 라면 한 그릇 먹고 김밥 한 줄을 챙깁니다.
그러고는 구례구에서 택시로 구례터미널로 이동하여 08:40 버스를 타고 성삼재로 오릅니다.
중간 기착지인 화엄사.
이게 웬일!
해밀산악회의 존경하는 봉회장님을 만납니다.
만나 지 며칠 됐다고?
사모님과 같이 가벼운 산행을 오셨군요.
09:20
항상 마음만 급하다보니 기념 촬영도 못하고 봉회장님과 헤어집니다.
편안한 도로를 따릅니다.
09:41
우번대로 가기 위함입니다.
오늘은 스님의 차가 주차되어 있는 걸로 봐서 암자에 계시는군요.
안으로 들어갑니다.
암자로 가는 도중에 좌측으로 펼쳐지는 모습에 또 마음을 빼앗기고 마는군요.
노고단에서 형제봉 ~ 월령봉으로 떨어지는 월령봉 능선이죠.
좌측 섬진강 건너 백운산이 뾰족하게 서 있고.....
09:47
우번암 입구로 들어선 지 5분 정도 지나 종석대 갈림길입니다.
좌측으로 진행합니다.
여기는 숲에서 벗어난 곳이라 뒷통수가 근질근질해 집니다.
뒤를 돌아보니 우측으로 KBS 기지국을 통하여 노고단으로 올라가는 능선(대간길)이 선명합니다.
중간 골짜기로는 노고단 대피소로 올라가는 도로도 보이고....
이제 드디어 왕시루봉도 보이는군요.
노고단 좌측으로 흘러내려가는 능선의 끝에 높이 솟구쳐 올라간 봉우리죠.
노고단, 문수암과 연결지어 생각해야 하는 봉우리입니다.
왕시루봉이 있는 곳의 행정구역이 구례군 마산면과 토지면의 면계에 있고 마산면 문수리에는 문수사가 있죠?
이 문수리는 문수사 때문에 붙여진 동네 이름이겠고....
그 문수사가 조금 이따 진행할 문수암 때문에 생긴 절입니다.
종석대가 위로 올려다 보이고....
종모양 같습니까?
그것도 石鐘?
광각렌즈로 잡아보고....
09:53
상당히 멉니다.
어쨌든 입구에서 빠른 걸음으로 10분 정도 진행하면 좌측으로 선명한 길이 하나 보입니다.
지도 #2의 '마'의 곳으로 상선암으로 가는 길입니다.
상선암에서 수행을 하던 우번이 그 묘령의 처녀를 따라 정신없이 올라왔던 그 길입니다.
우번에게는 득도의 길이자 해탈의 길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등로가 아닌 산길은 오랜 옛날부터 암자와 암자를 이어주던 길이었습니다.
그러니 조선시대의 유생이나 사대부들이 유람을 할 때 대피소 역할을 하던 곳이 바로 이런 암자였던 것을 이제서야 이해를 하게 됩니다.
점필재 김종직이나 유몽인그리고 더 멀리는 최치원이나 퇴계 이황, 주세붕 역시 마찬가지였던 것입니다.
산꾼인 우리들에게 암자 혹은 사찰의 존재 의의에 하나 더 추가를 하여야 할 것 같습니다.
10:00
드디어 우번암입니다.
이 돌집은 요사채이고,
우번대와 우번암은 20m 정도 안으로 더 들어가야 합니다.
지도 #2의 '바'의 곳입니다.
그러니까 종석대 부근에서 보았던 파란지붕의 건물은 요사채이고 이 우번암 건물은 보이지 않았었습니다.
스님에게 법당에 들어가 부처님께 절이나 하겠다고 말씀드립니다.
불심이라고는 별로 없는 저이지만 그래도 들어온 값은 하여야 할 것 같아서 입니다.
지난 번 같이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냥 나가게 될까봐 시주거리를 하나도 가져오지 못한 게 죄송스럽습니다.
다행히 봉투는 가져온 게 있어 그걸로 갈음합니다.
향을 올리고 오늘 안산을 기원드립니다.
지리 10대의 제일 조건은 물.
석간수를 모은 이 물은 너무 맑고 시원했습니다.
예전 우번암이 있던 자리는 채마밭으로 변해 있었고.....
법종스님은 요사이 운동을 하느라 하루가 짧다고 웃음을 지으시는군요.
월동준비라는 게 장작 패기라는 것이겠죠.
시간이 급한지라 서둘러 나옵니다.
한 가지 불만인 것은 너무 크게 자란 나무 때문에 조망이 전혀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분명 여기서 노고단이니 왕시루봉 그리고 백운산까지도 조망이 가능했을 텐데 영 아닙니다.
10:26
그저 나오면서 노고단과,
대간길과 그 우측으로 노고단에서 형제봉으로 흘러내리는 능선,
그리고 왕시루봉과 호남정맥의 백운산 정도를 보는 걸로 만족하는 수밖에.....
섬진강에서 피어오르는 흰 안개가 몽환적인 느낌까지 오게 합니다.
구례와 섬진강.
서시지맥이 구례읍내로 내려와 섬진강과 서시천의 합수점으로 흘러 들어가는 모습도 보이는군요.
10:34
다시 우번암 입구로 나왔습니다.
조망대에서 화엄사계곡을 봅니다.
우측 뒤로 무등산이 보이건만 육안과는 달리 렌즈로 들어오는 피사체에는 희미하여 보이질 않는군요.
화엄사는 노고단의 물을 받고 싶어했다고 합니다.
종석대에서 흘러내려오는 기氣만으로는 부족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노고단을 주재하고 있는 문수보살의 기氣를 받고자 물을 텄다는 것입니다.
그게 무넹기입니다.
불가에서는 그렇게 해석합니다.
그러니 구례에 가뭄 운운 하는 얘기는 요사이 만들어 낸 말이고 그 이전부터 이 수로는 있었다는 얘기죠.
우번암을 향해 합장을 올리고 발길을 서두릅니다.
코재 통과.
바로 이 물줄기가 그렇다는 것입니다.
불가에서는 문수보살의 기氣를 화엄사로 보내려는 측면에서 해석을 하고,
일반인들 특히 불확실한 근거에 의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이들은 가뭄의 해결책으로 읽고,
우리 같은 산꾼들은 이 무넹기로 인해 대간길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을 해주고....
그렇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입니다.
무넹기에서 물 떨어지는 거 좀 자세히 볼까요?
상당한 낙차죠?
비좀 올 때면 상당히 시끄럽습니다.
여기서 노고단으로의 진행 방법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①무넹기 바로 옆으로 들어 오리지널 대간길로 진행하는 방법과 ②그냥 일반적으로 좋은 길을 따라 노고단 대피소로 진행하는 방법이 그것들입니다.
그럼 ①대간길로 들어서기로 합니다.
지도 #2의 '아'의 곳입니다.
간간이 바위도 나오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평이한 길입니다.
숲으로 들어 바위 구간과 잡목 지대를 번갈아 지납니다.
그러다 잠시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주위를 조망합니다.
종석대와 차일봉 능선도 보고....
종석대와 그 우측의 서시지맥 라인.
작은고리봉과 만복대.
그러면 다시 노고단으로 오르는 도로를 만납니다.
지도 #2의 '자'의 곳입니다.
이 루트가 오리지널 대간길이고.....
② 노고단 대피소 방향으로 진행하는 일반적인 루트는,
그냥 직진하여 만수천 상류가 되는 이 풍부한 수량의 노고단 물을 건너 돌계단을 오르면,
좌측으로 이런 안내판 하나가 보입니다.
1920년대 미국인 선교사들이 와서 휴양지로 사용했다는 것입니다.
한 번 올라가 볼까요?
빨치산 토벌과 한국전쟁의 와중에도 이렇게 견고하게 남아 있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은 돌집입니다.
아마 교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여기 있던 일부 주민들이 이주하여 새로 터를 잡은 곳이 왕시루봉 부근의 외국인 별장인데 거기에는 풀장도 있을 정도로 호화판입니다.
이 작업을 하느라 노역에 동원되었을 힘없는 민초들의 아픔만이 다가옵니다.
지금도 이 연고권을 내세워 실지失地 회복을 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하던데 ........
10:50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면서 우측으로 고개를 돌려 종석대를 봅니다.
이번에 전화기를 바꿨더니 각도나 화질이 장난이 아니군요.
줌으로 당기지 않아도 일반 렌즈는 이렇게 당긴 거 같이 보이는군요.
10:57
조금 전 보았던 대간길에 합류합니다.
우측은 오리지널 대간길로 KBS 송신소로 올라가는 길이고 좌측은 노고단고개로 가는 길입니다.
우측으로 올라가면 바로 무인감시장치가 있어 들어오면 과태료 부과가 된다는 취지의 경고 멘트가 나옵니다.
오늘 지겹도록 보는 형제봉 능선과 왕시루봉 그리고 호남정맥의 백운산.
화엄사 계곡.
10:58
지도 #2의 '차'의 곳에서 뒤를 돌아봅니다.
종석대와 차일봉 능선.
종석대 뒤로 서시능선.
우측 아래 성삼재.
지도 #3
11:05
KBS 송신소 우측의 철망을 넘습니다.
송신소 축대 우측을 따라 희미한 길이 나 있습니다.
관광객들이 노고단 사진 촬영에 여념들이 없으나 제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군요.
잽싸게 숲으로 들어갑니다.
가끔 너덜도 나오긴 하지만 흐름을 따르면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전에 노고단에서 바로 내려오는 바람에 방향을 잘못 잡아 고생한 생각을 하면.....
이 길이 예전 스님들이나 유람객들이 반야봉 ~ 문수암 ~ 노고단 ~ 우번암으로 다니던 길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암자와 암자를 잇는 길.
이게 옛 등로였습니다.
그러니 노고단의 선교사들도 이 길을 통하여 왕시루봉으로 갔을 것이고.....
그 흔적을 따릅니다.
자주 나오는 너덜.
딱 한 장 걸려있더군요.
..............
우측으로 조망터 한 군데 나옵니다.
좌측이 왕시루봉 능선, 우측이 월령봉 능선이니 토지천이 흐르는 이 좁은 계곡이 문수골이군요.
추색이 완연합니다.
잡목에 가려졌긴 해도 왕시루봉과 그 뒤 백운산은 여전하고.......
중앙 뒷줄이 낙남정맥 그리고 우측 봉우리가 삼신봉.
중앙 아래 문수암 지붕이 보이는군요.
11:24
돌로 쌓은 대문도 있습니다.
지도 #3의 '카'에 위치한 문수암입니다.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곳!
문수암입니다.
문수(文殊)가 무엇입니까?
말 그대로 반야 즉 지혜를 뜻합니다.
백두산이 흘러내려 이루어진 산이 두류산 곧 지리산입니다.
지리산은 원래 대지문수보리보살(大智文殊師利菩薩)에서 '지(智)'와 '리(利)'를 따왔다는 설이 있습니다.
중생을 제도하는 문수 보살의 지혜가 깃든 산이라는 의미겠죠.
지리산이 지혜의 산이라는 말이 바로 여기에서 생긴 것입니다.
그렇다면 智利山이라고 표기했어야지 智異山이라고 쓰면 곤란하죠.
그냥 한 가지 설로 보면 될 겁니다.
백두대간의 시작은 지리산(智異山) 천왕봉(天王峰)1915m이다. 지리산의 다른 이름은 방장산, 두류산, 삼신산 등이라고도 했다. 이들 중 두류산(頭流山)이 제일 마음에 와 닿는다. 해석해 보면 백두산(頭)에서 흘러(流)내린 산이라는 뜻이다. 즉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이 지리산까지의 이음이라는 인식이 고스란히 이 두류산이라는 이름에 스며들어있기 때문이다. 그렇게들 이해했다. 사실 지리산을 “이 산을 타다보면 지루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억지 얘기도 가끔은 등장한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들어가 생각해 보면 ‘두류’는 우리말을 한자어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즉 두류는 옛 우리말 ‘두르’였다. ‘병풍처럼 크게 둘렀다’라는 의미이다. 곧 ‘큰 산줄기’라는 말로 ‘두름/ 둠’의 형태였던 것이다. 이 ‘두르〉두류’로 변천된 것에 적당하고 그럴싸한 한자 頭流를 갖다 붙인 것이다. 또한 ‘지리’는 ‘두르〉드르〉드리〉디리〉지리’의 과정을 거쳐 변하게 된 것인데 마찬가지로 이 ‘지리’에 적당한 한자인 智異를 갖다 붙여 오늘날의 한자어 지리산(智異山)을 가지게 된 것이다. 즉 구개음화와 전설모음화 과정을 거쳐 결국 오늘의 지리산이라는 이름이 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지루한 산’, ‘지혜로워 지는 산’이라는 말은 삼가자.
- 졸저 '현오와 걷는 백두대간' 31쪽 이하
문이 열려 있군요.
조심스럽게 스님을 불러봅니다.
뒤에서 흙 묻은 손으로 나오시는군요.
진흙으로 벽 보수 작업을 하고 계신 중이라고 하시는군요.
구들을 뜯어보니 쥐도 나오고 습기도 많아 불편한 점이 많아 지난 겨울은 하산하여 지내다시피 하였다고 하시는군요.
법당이자 요사채로 들어 가 작은 황동 부처님께 향을 올리고 시주를 하고 나옵니다.
이 문수암, 문수대의 물은 이렇게 50m가 족히 넘는 벼랑 사이에서 나오는 석간수였습니다.
이를 모아 호스를 통하여 마당에 있는 다라로 모이는데 이 역시 물맛이 장난이 아닙니다.
불행히 조망이 꽝입니다.
왕시루봉이 나무에 가렸습니다.
나무를 쳐줘야 하는데 산림법 위반.....
다른 이들은 문전박대한다고 소문 났던 스님이 저에게는 유달리 친절하시군요.
갈길도 바쁜데...
스님 曰,
"여기서 왕시루봉이 정면으로 보입니다."
그러면서 바로 문수암 좌측이 문수대인데 문수보살이 설법을 하는 곳이라고 하는군요.
이 문수대에서 설법을 하면 그 말씀이 차곡차곡 쌓이는 곳이 바로 저 왕시루봉이라고 합니다.
시루떡을 한 켜 한 켜 쌓듯이 법문이 저 왕시루봉에 쌓인다는 것이죠.
왕시루봉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까닭입니다.
그래서 그 왕시루봉 아래 문수보살님의 말씀을 듣는 문수사가 생긴 이유가 되는 것이고....
실제 그 문수사는 왕시루봉 아래인 마산면 문수리에 실재해 있고......
아! 그러니 산 이름 하나하나가 괜히 생긴 게 아니로군요.
한 말씀 더 하십니다.
반야봉과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반야般若가 불교의 근본 교리 중 하나로 곧 지혜를 말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문수보살이 지혜를 상징하는 보살이니 반야와는 떨어질 수 없는 존재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 반야봉이 흘러내리는 능선을 보면 반야봉에서 불무장등을 지나 연곡사로 떨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연기조사가 연곡사를 그곳에 불사하게 된 것도 이 반야봉과 무관치 않고 불무장등不無長嶝이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된 것도 다 반야봉의 기운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진행할 방향을 봅니다.
왕실봉1263.2m 바로 앞 홈같이 파인 곳으로 진행하여 돼지령으로 올락면 될 것입니다.
12:18
거의 한 시간을 보냈군요.
금강대에 대해서도 알려주시고.....
다음에 만복대로 갈 기회가 있으면 두 눈 부릅뜨고 금강대를 찾아 봐야겠습니다.
그런데 스님께서 좀처럼 놓아주려 하시지 않는군요.
시간이 없는데.....
인연이 되면 다시 만나겠죠?
올 겨울도 내려가시지나 않으실지 모르겠군요.
성불하십시오.
돼지령으로 가는 길은 문을 나서 바로 왼쪽으로 진행하면 되는데 아까보다 좀 더 난해합니다.
가끔은 표지띠도 붙어 있긴 한데 잡목이 많거나 너덜에 가면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산죽 밭이 나오면 거의 다 온 것입니다.
12:36
노고단에서 왕시루봉으로 가는 능선입니다.
지도 #3의 '타'의 곳입니다.
우측으로 무인카메라인지 뭔지 하여간 공단용 장비가 매달려 있습니다.
좌틀합니다.
그러면 바로 희미하게 삼거리가 나옵니다.
좌측은 바로 노고단으로 진행하는 가파른 능선길이고 우측은 사면으로 진행을 하여 돼지령으로 가는 길입니다.
우측 길을 따릅니다.
12:57
지도 #2의 '파'의 곳으로 나오게 되는군요.
드디어 다시 속세로 돌아왔습니다.
시끌벅적....
사람 사는 세상이니 그렇습니다.
왕시루봉.
오늘 어지간하게도 써 먹었습니다.
그 뒤가 백운산과 좌측의 억불봉.
13:07
헬기장을 지나,
13:10
1411.6봉으로 오릅니다.
반야봉을 보면서 호흡을 가다듬습니다..
멀리 천왕봉이 보이고....
이제 마지막 목표 지점인 서산대를 가야죠.
목책을 넘습니다.
저 왕시루봉 능선 바로 옆 작은 지능선인데 입구가 빽빽하고 거의 틈이라고는 보이질 않는군요.
일단 쑤시고 들어갑니다.
잡목 숲을 겨우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산죽밭에 급경사입니다.
사람 키를 넘는 산죽밭이 분위기를 압도합니다.
그러고는 좌틀을 하여야 하는데 벼락에 넘어진 나무 아래로 기어 들어가야 합니다.
겨우 엉금엉금 기어들어가자 바로 멧선생 집입니다.
약간 긴장이 됩니다.
'산천나그네'님은 여길 뚫고 지나가면서 그래도 표지띠를 붙여 놓으셨군요.
우측으로 쑤시고 들어갑니다.
발 아래에는 예전에 누가 지나갔는지 흔적만 조금 밟힐 뿐 정면으로는 아무 것도 보이질 않습니다.
무조건 헤치고 지나가려 해도 잡목이 나오고.....
곧 멧선생과 조우할 분위기입니다.
젊은 멧선생이면 그나마 다 피해갔으니 괜칞을 것인데 혹시나 멧선생 요양소나 고아원을 만났다가는 바로 선친을 뵈러 가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예.
서산대는 저랑은 인연이 아니고 꼭 가겠다면 피아골 대피소에서 왼쪽 길을 따라 오르는 게 더 나을 것입니다.
과감하게 다시 기어나와 산죽밭을 헤치고 1411.6봉으로 회군합니다.
13:26
반야봉이나 보면서.....
싸가지고 온 김밥을 먹습니다.
오늘 계획했던 시간이 스님과의 대화시간으로 많이 차질을 빚게 됐는데....
김밥을 우걱우걱 씹으면서 성삼재 버스시간을 봅니다.
앗!
14:40분에 성삼재에서 구례로 내려가는 버스가 있군요.
그렇다면 구례구역에서 15:34 열차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성삼재까지 약4.3km.
빨리 가면 14:30까지 가능하겠군요.
빠른 걸음으로 걷습니다.
13:56
노고단 고개에 오니 아직 2시가 안 됐군요.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14:00
노고단 대피소를 지나,
14:04
돌 계단을 내려와 종석대를 보며 걷습니다.
14:20
다 왔습니다.
20분이 남았으니 화장실로 들어가 간단하게 씻고 옷을 갈아입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에 가보니 버스가 보이질 않습니다.
주차장에 부착된 시간표를 보니 이게 웬걸.
또 바뀌었습니다.
15:30이니 1시간을 기다리는 것은 별론 15:45 기차는 틀려버렸습니다.
근데 마침 택시가 한 대 들어오는군요.
공단직원의 도움으로 싼 가격에 협상이 됩니다.
느긋하게 남원역으로 와서 캔맥주 한 통 마시며 15:55 열차를 기다립니다.
그런데 화물역사 뒤로 뭔가가 보이는군요.
조금 당겨봅니다.
아!
여기서 만복대가 보이는군요.
그렇다면 우측 봉우리는 만복대에서 흘러내려오는 서시지맥?
그렇다면 견두산?
견두산이 저렇게 생겼나요?
오늘도 행복한 시간은 여기서 마감합니다.
서산대요?
글쎄요.
나중에 겨울 지리를 할 기회가 있을 때 피아골 대피소에서 올라가렵니다.
1411.6봉에서 내려가는 길은 거의 지옥 수준입니다.
이로써 대간길에 가까이 있는 지리10대 중 7대를 마무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