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잇살을 단순히 미용상으로만 접근해 왔다면 이제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행히 나잇살은 병원에 따로 가지 않고 올바른 식습관과 규칙적인 생활습관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 단,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양질의 영양소가 풍부한 식품을 먹고,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가져야 하며,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생각은 젊게 해도 몸은 젊었을 때처럼 행동하지 말자. 젊었을 때보다 덜 먹고, 더 움직이는 것이 나잇살과의 사투에서 이길 수 있는 비결이다.
- 남자가 뱃살을 재고 있다
PART 01
노화의 산물, 나잇살은 왜 찌는 걸까?
감소하는 성장호르몬, 나잇살 유발해
보통 30대가 넘어 살이 찌면 ‘나잇살이 쪘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나잇살은 젊은 시절 찌던 살과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다만 나이가 듦에 따라 젊은 시절과 똑같은 양을 먹어도 살이 더 많이, 더 잘 찌는 몸으로 변하는 것이 문제다.
나잇살이 찌는 것은 노화가 진행될수록 줄어드는 성장호르몬 분비량과 관련있다.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청소년기에는 뼈와 근육의 성장을 돕고, 성장이 끝난 시기에는 근육량을 유지하며 섭취한 지방을 우리 몸 구석구석으로 분포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성장호르몬의 분비는 20대 이후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 이후에 분비되는 성장호르몬 양은 20대에 비해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체내 근육량이 적어지고, 근육이 소실된 자리를 지방이 채우면서 군살이 늘어난다. 또한 기초대사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소모되는 칼로리가 줄어들어, 같은 양의 음식을 먹어도 살이 더 많이 찌게 되는 것이다.
- 한국인의 기초대사량 변화(자료 한국영양학회)
나잇살 찌는 유형, 성별에 따라 달라
성호르몬 분비량의 변화 역시 나잇살에 영향을 미친다. 남성은 노화와 함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줄어든다. 그런데 이 호르몬은 내장지방의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체내 테스토스테론의 양이 줄어들수록 내장지방이 쉽게 축적된다.
또한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듦에 따라 근육량이 줄어 살이 찌기 쉬운 몸으로 변하게 된다. 여기에 잦은 회식으로 섭취한 술이나 고기 등은 남성의 나잇살이 찌는 속도를 가속화한다. 다만 남성은 살이 쪄도 피하지방보다 내장지방의 비율이 더 높은데, 내장지방은 찌기 쉬운 만큼 빼기도 쉬운 지방이다. 남성과 여성이 똑같이 살이 쪄도, 남성이 더 쉽게 살을 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성의 나잇살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은 임신과 폐경이다. 여성이 임신을 하면 태아를 보호하기 위해 복부에 지방이 많이 축적된다. 이때 쌓인 지방은 출산 후에도 어느 정도 남아 있는데, 이것이 나잇살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늘어난 뱃살은 폐경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증가한다. 내장지방의 축적을 억제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체내에서 거의 생성되지 않아 지방이 쉽게 축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폐경 시작 후 1년에 0.8kg 정도 저절로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년 여성들은 주로 허벅지가 가늘어지고 뱃살이 늘어나는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 역시 폐경의 영향이 크다. 여성이 폐경을 맞이하면 지방 세포의 분포가 엉덩이나 허벅지에서 복부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몸무게가 늘어나지 않아도 폐경 이전에 비해 복부 내장지방 비율이 훨씬 높아지게 된다.
특히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팔뚝살이 늘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이 역시 나잇살 때문이다. 체내에 내장지방이 늘어나면 살가죽이 탄력을 잃고 처지게 되는데, 여성은 남성보다 피하지방이 많기 때문에 지방이 늘어날수록 피부가 눈에 띄게 더 처지는 것이다.
대사증후군, 지방간, 뇌졸중까지 유발하는 나잇살
나잇살을 '나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찌는 살' 정도로 생각하고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이 많다. 또한 갱년기 혹은 은퇴 후 우울감으로 체중조절에 대한 의욕이 줄어들고, 질환 등으로 야외활동에 제약이 생기면서 나잇살을 방치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나잇살은 몸매를 보기 좋지 못하게 만드는 것뿐 아니라 건강에도 나쁜 영향을 준다. 서울365mc병원 김하진 원장은 "나잇살은 흡연만큼이나 많은 종류의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중장년의 가장 큰 건강의 적"이라고 말했다.
나잇살이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은 대사증후군이다. 우리나라 50대 이상 남성의 약 30%, 50대 이상 여성의 약 50%가 겪는 것으로 알려진 대사증후군은 혈관이나 내장에 지방이 쌓이고, 피하지방층이 복부에 집중돼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아져 생긴다. 대사증후군은 심근경색증 등의 심혈관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고, 사망률이 높아 현대인에게 매우 치명적인 질환이다.
실제로 당뇨병이 없는 대사증후군 환자의 경우 심혈관계 질환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에 비해 평균 1.5~3배가량 높다. 그 외에도 지방간,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등의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고, 최근 연구에 따르면 대사증후군이 뇌졸중과 같은 뇌혈관 질환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 줄자를 재고 있다
나잇살 관리, 생활습관 개선이 최선의 방법
일부에서는 나잇살을 관리하기 위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다. 체내에 성장호르몬을 주입해 성장호르몬 부족으로 나타나는 체지방 증가, 근육량·골밀도·콜라겐 감소를 막으려는 것이다. 그러나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 임수 교수는 "나잇살 관리를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존의 성장호르몬 주사의 체지방량 감소와 관련된 연구가 대부분 실험 대상자가 적어 효과를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성장호르몬 주사로 관절통, 두통, 부종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세포를 암세포로 변이시킬 위험이 있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결핍증 환자가 아닌 경우 단순히 살을 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위험한 방법이다. 대신 바른 생활습관을 통해 나잇살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우선 나이가 들수록 인슐린 민감도 저하로 탄수화물이 바로 지방으로 변하므로 탄수화물은 줄이는 식습관을 갖는다. 또한, 줄어드는 근육량을 회복하기 위해 단백질 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에 10분이라도 꾸준히 운동을 해 떨어진 기초대사량을 회복하면 나잇살이 찌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스트레스는 식욕을 부추기고 복부 지방 축적을 가속화시키는 호르몬인 코티솔의 분비를 증가시키므로,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갖는 것도 좋다.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8/31/20150831009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