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생명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핵에너지와 결별하고 후손들에게 온전한 자연과 안전한 삶을 물려주고자 시작된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 삼척~서울 구간 일정이 7일 저녁 조계사에서 마무리된다.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는 강원대 성원기 교수(전자정보통신공학부)가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라는 조그만 깃발을 손수 만들어 지난 6월 6일 부산 기장군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하면서 처음 시작되었다. 핵발전소와 핵발전소, 그리고 핵발전소 추진지역을 잇는 대장정이었다. 출발할 때는 혼자였지만, 8월 15일 삼척에 도착할 때는 백여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성원기 교수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2010년 심대수 삼척시장이 삼척 지역에 핵발전소를 유치하면서 핵발전소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으며, 과학기술자로서 핵에너지와 핵발전소를 공부할수록 점점 절망스러워졌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핵물질은 ‘굉장히 위험한’ 물질 정도가 아니라, ‘인류와 공존이 불가능한 물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성교수는 말한다.
천주교 신자인 성교수가 “인류를 핵에너지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는 기도의 일환으로 시작한 도보 행군은 이후 탈핵에너지교수모임,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초록교육연대, 핵없는세상을위한의사회, 그리고 천주교, 불교, 원불교 등 종교인들이 참여하며 시민연합운동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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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평성당~수종사입구 구간 25.5km를 걷고 있는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 동참자들. 이날 도보순례는 불교생명윤리협회가 함께 하였다. 오랜 시간을 걸어온 순례단의 얼굴이 초가을 뙤약볕에 검게 그을렸다. 9월 3일(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불교생명윤리협회 | 우리나라는 자살률만 세계 1위가 아니다. 국토면적 대비 핵발전소 밀집도 또한 세계 1위다. 숫자로는 세계 5위로 총전력의 약 31%를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추세로 2024년도에 이르면 프랑스에 이어 세계 2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핵발전 없이 전기를 어떻게 쓰냐고? 프랑스, 미국, 러시아, 일본, 한국을 제외하고 현재 세계에서 전기를 핵발전에 의존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후쿠시마 사태 이후 핵발전소 가동을 전면 중단한 일본을 여기서 제외하지 않은 것은 최근 아베정부가 핵발전소 재가동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의할 것은, 후쿠시마 사태를 경험한 일본 국민들 대다수가 핵발전소 재가동을 반대하고 있으며, 설혹 핵발전소를 재가동하더라도 먼저 안전성이 확보되었다는 확실한 증거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기화되고 있는 일본 핵발전소 가동 중단 사태는 안전성 확보에 대한 일본국민들의 인식과 요구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말해주고 있는 한 증거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일본정부가 비록 핵발전소를 재가동 할지라도 그 의존도를 더 높이지는 않을 것이며, 안전 기준과 시설관리 또한 매우 엄격해질 것이고, 차후 재생 에너지 보급 정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런데 이웃나라의 참혹한 비극을 바로 곁에서 목도했으면서도 지금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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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전 8시 청평성당을 출발하여 뙤약볕 아래를 걸어온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와 불교생명윤리협회(이하, 협회) 집행위원 법현스님을 비롯한 도보 순례단이 이들을 마중 나온 법응스님 등 회 공동대표단과 오전 일정을 반절로 마무리하고 있다. 9월 3일(화)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금남리. Ⓒ불교생명윤리협회 | 탈핵을 희망하며 부산 고리에서 삼척까지 326.9km, 다시 삼척에서 400여 km를 걸어온 도보 순례단이 9월 6일(금) 오후 서울에 입성한다. 그동안 순례단은 성당과 사찰, 원불교 교당 및 마을회관 등의 도움으로 숙소 문제를 해결해 왔다. 순례단은 7일(토) 아침 8시에 아차산 영화사를 출발하여 답십리 장한평을 거쳐 청계천을 따라 종로로 들어설 예정이다.
오후 2시 30분 명동성당, 오후 5시 30분경 조계사에 도착하여 저녁 6시에 조계사 경내에서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 삼척~서울 구간 일정을 마무리 하는 문화행사를 연다. 이에 앞서 성원기 교수 등 순례단은 한국천주교회와 불교, 원불교 등 3대 종단 최고위직 지도자에게 각각, 그동안 도보 순례에 참여한 사람들의 서명이 담긴 깃발을 전달한다. 오후 3시엔 ‘삼척 반핵 기자회견’도 예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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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에 참가한 사람들의 서명이 담긴 깃발 중 하나. 성원기 교수를 비롯한 순례단은 이 깃발들을 천주교, 불교, 원불교 각 종단 최고지도자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불교생명윤리협회 | 서울~영광 구간 출발행사는 10월 3일(목) 아침 8시에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다. 누구나 순례에 동참할 수 있으며, 명찰, 몸자보, 깃발은 순례단 지원팀에서 제공한다. 도보순례 참가 희망자들을 위해 인터넷 카페(http://cafe.daum.net/nonuke-walk)가 개설되어 있으므로 방문하여 매일의 일정과 유의사항을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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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3일 오후 2시경 남양주시 화도읍을 빠져나가는 탈핵희망 국토도보순례단. 불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 박광서 교수가 맨 앞에서 행렬을 이끌고 있다. 박광서 교수는 지난 8월 23일 설악산 신흥사 구간도 가족과 함께 참여한 바 있다. Ⓒ불교생명윤리협회 | 한편, 불교생명윤리협회 탈핵위원회는 오는 9월 11일(수) 오전 10시 30분,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소회의실에서 “원전위험과 국가위기관리 시스템”이란 주제로 전문가 초청 좌담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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