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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소원이 뭐냐고? / 새우 등 터진 날 / 대목 할아버지 / 패밀리가 떴다 / 청소부 아빠라니 / 흑설 공주의 눈물 / 유치한 게임 / 머리 아픈 숙제 / 할머니가 같다고? / 수상한 전화 / 슬픔은 지나간다 / 아빠의 비밀 / 말없는 승낙 / 나는 인도 김씨 2대손
나와 다른 게,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야!
서로 다른 차이를 알아가는 마음 따스한 성장통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건 언제부터 가능할까? 아마도 사물을 분별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나’와 같지 않다는 것, 나와 다른 차이를 알아채는 것은 중요한 인지능력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차이’를 알아 가면서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견 또한 익혀 나간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차이를 두는 것. 바로, 차별 대우 말이다. 이는 나와 다른 게 나쁜 것,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편견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거나, 키가 작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몸이 약하거나, 아파트에 살지 않거나, 옷이 더럽거나…….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차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자칫하면 굉장히 위험스러운 요소가 된다. 저 아이가 왜 나와 다른지, 아이들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다른 게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겉보기에 나랑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너무 쉽게 차별하고 ‘틀린’ 취급을 해 버린다. 아이들에게 차이를 받아들이는 관용과 이해를 충분히 가르치지 않고 대충 넘겨 버리는 기성세대의 과오가 가장 클 테다.
여기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의 주인공 수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로는 한국에서 태어나 11년 넘게 살았다. 단 한 번도 자신을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의심한 적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은 “넌 우리랑 달라!” 하고 말한다. 언젠가 배운 적 있는 ‘다문화’라는 단어 때문일까? 아이들은 수로를 ‘가짜’, ‘다문화’라고 정의하더니, 수로의 아빠가 인도인이라 수로도 ‘토종’이 아니라고 차별하기 시작한다.
함께 신 나게 운동장을 뛰어놀고 수업을 듣던 수로의 친구들이 한순간 변해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 이 아이들이 변한 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작가는 가장 민감한 상황 한가운데에 수로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씌워진 다문화의 굴레가 힘들기만 한 수로가 자신의 상황을 가족, 친구와 솔직하게 나누고 현명하게 해결해 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수로와 친구들은 민감한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면서 서로 다른 차이를 깨닫고 진정한 우정을 키워 가며, 수로네 가족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나와 다른 게, 나쁘거나 틀린 것은 아니야! 서로 다른 차이를 알아가는 마음 따스한 성장통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 판단하는 건 언제부터 가능할까? 아마도 사물을 분별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일 것이다. ‘나’와 같지 않다는 것, 나와 다른 차이를 알아채는 것은 중요한 인지능력이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차이’를 알아 가면서 차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견 또한 익혀 나간다.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또 다른 차이를 두는 것. 바로, 차별 대우 말이다. 이는 나와 다른 게 나쁜 것, 별로 좋지 않은 것이라는 무의식적인 편견 때문이다.
피부색이 다르거나, 키가 작거나, 공부를 못하거나, 몸이 약하거나, 아파트에 살지 않거나, 옷이 더럽거나……. 아이들의 세계에서 일어나는 차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서 자칫하면 굉장히 위험스러운 요소가 된다. 저 아이가 왜 나와 다른지, 아이들은 그 이유를 명확히 알지 못하는 까닭이다. 다른 게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겉보기에 나랑 다르다는 이유로 아이들은 너무 쉽게 차별하고 ‘틀린’ 취급을 해 버린다. 아이들에게 차이를 받아들이는 관용과 이해를 충분히 가르치지 않고 대충 넘겨 버리는 기성세대의 과오가 가장 클 테다.
여기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의 주인공 수로가 처한 상황도 마찬가지다. 수로는 한국에서 태어나 11년 넘게 살았다. 단 한 번도 자신을 한국 사람이 아니라고 의심한 적이 없는데, 어느 날 갑자기 아이들은 “넌 우리랑 달라!” 하고 말한다. 언젠가 배운 적 있는 ‘다문화’라는 단어 때문일까? 아이들은 수로를 ‘가짜’, ‘다문화’라고 정의하더니, 수로의 아빠가 인도인이라 수로도 ‘토종’이 아니라고 차별하기 시작한다.
함께 신 나게 운동장을 뛰어놀고 수업을 듣던 수로의 친구들이 한순간 변해 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아니, 이 아이들이 변한 건 어쩌면 우리 사회의 자연스러운 흐름일까? 작가는 가장 민감한 상황 한가운데에 수로를 내려놓고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씌워진 다문화의 굴레가 힘들기만 한 수로가 자신의 상황을 가족, 친구와 솔직하게 나누고 현명하게 해결해 가는 과정이 펼쳐진다.
수로와 친구들은 민감한 문제를 함께 헤쳐 나가면서 서로 다른 차이를 깨닫고 진정한 우정을 키워 가며, 수로네 가족 역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가치를 알아간다. 진심은 그렇지 않으면서도, ‘외국인 사위’라는 편견에 갇혀 있던 할아버지가 마음의 빗장을 열고 수로 아빠를 받아들이는 모습은 이 작품의 백미다. 겉으론 씩씩해 보여도, 여물지 않은 걱정과 고민이 많은 수로네 가족이 보다 단단하고 건강하게 성장하기까지, 그 시간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나는야 인도 김씨 2대손
아침부터 아빠의 노랫소리가 목공방에서 들려온다. 수로 아빠는 할아버지가 집을 비울 때마다 목공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작년 가을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자 아빠는 본격적으로 할아버지의 목공방에 숨어들었다. 수로의 할아버지는 여전히 실력이 건재한 ‘대목’이다. 오죽하면 엄마가 할아버지는 자식들보다 목공구들을 더 사랑할 거라고 했을까.
연장을 갈고, 나무로 이것저것 만들고 손보는 수로 아빠의 모습은 더없이 행복해 보인다. 아빠는 할아버지가 없을 때마다 목공방에 와서 천장에 물고기를 매달아 놓는다. 물고기는 아빠가 믿는 ‘시바 신’의 눈이라고 한다. 할아버지 몰래 달았다가 금방 떼어 낼 거면서, 아빠는 물고기가 악귀들한테서 우리를 지켜 준다며 틈날 때마다 매달기 일쑤다.
그런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더니, 오늘이 딱 그날이다. 예고도 없이 집에 돌아온 할아버지가 목공방에 있는 아빠를 보고야 말았다. 잔뜩 화가 나서 호통을 치는 할아버지한테 아빠는 제대로 말 한마디 변명조차 하지 못한다.
“그게, 그게……·.”
아빠는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연신 손바닥만 비벼 대고 있었다.
“할아버지 힘들다고 아빠가 이렇게 새것처럼 갈아 놨는데.”
나는 손가락으로 새것처럼 반짝거리는 연장들을 가리켰다. 수고했다는 말은커녕 고함에다 눈까지 부라리는 할아버지나, 아무 말도 못하고 쩔쩔매는 아빠나,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왜 아빠만 미워하세요?”
순간 아빠가 나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수로 너, 할아버지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당장 사과드리지 못해!”
아빠가 얼굴을 찡그렸고, 할아버지는 끄응 신음 소리를 냈다. _본문 36쪽
수로 아빠의 꿈은 목수로 살아가는 것,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집을 짓는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수로 아빠를 곁눈으로도 쳐다보지 않는다. 수로의 소원은 할아버지와 아빠가 다른 집들처럼 친해지는 거다. 다른 이들에겐 대수롭지 않은 일상이, 수로에겐 통일보다 더 힘든 일로 여겨진다.
할아버지와 아빠 말고도 힘든 일이 수로에게 하나 더 있다. 5학년 3반 수로네 반에서는 한창 ‘패밀리가 떴다’라는 놀이가 유행하고 있다. 이씨, 김씨, 성을 나누며 ‘패밀리’를 만드는 놀이다. 아이들끼리 이씨 왕족, 김씨 왕족, 이러면서 ‘패밀리’를 만들고는 수로를 어디에도 끼워 주지 않는다. 아빠가 귀화한 인도인이라 백퍼센트 ‘토종’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뭐든 빈정대고 놀리는 외사촌 종수와 같은 반인 것만으로도 골치 아픈데, 사사건건 트집 잡기 일쑤인 짝꿍 다혜, 멀쩡한 이름 놔두고 ‘다문화’라고 놀리는 반장 민준이까지, 수로는 반 아이들이 밉기만 하다. 친한 사이인 설희마저 요즘 이상하다. 수로 엄마랑 설희 아빠가 동창이고 할아버지끼리 오랜 친구라, 설희는 괜히 마음이 편한 아이였는데 안 좋은 일이 있는지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다. 늘 무심하게 만화책이나 보는 태석이가 거들어 주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놀림은 끝도 없었을 것이다.
수업을 마친 수로가 잔뜩 구겨진 얼굴로 시장 끝에 자리한 엄마 미용실에 오니, 아빠는 손님들과 웃음보를 터뜨리는 중이다. 아빠는 종종 엄마 미용실에 들러 손님들에게 커피를 타 주고, 시원하게 머리도 감겨 준다. 엄마 미용실 단골의 대부분은 아빠 덕분이다.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 같다는 칭찬 섞인 농담을 들을 때마다 아빠가 꼭 하는 말이 있다.
“저 우리나라 사람 맞습니다. 맞고요. 이름은 김하산, 인도 김씨 시조입니다.”
아빠가 목소리에 잔뜩 힘을 실었다.
“시조? 청산리 벽계수야 ……, 뭐 그런 거 말이에요? ”
파마 모자를 뒤집어쓴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하하하, 그 시조가 아니고, 인도 김씨를 만든 첫 사람이라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
아빠가 유리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얼른 몸을 낮췄다.
“김수로, 거기 숨어서 보지 말고 이리 나와.”
미용실 안에서 바깥이 보일 리 없는데. 앉아서도 천리 밖을 본다더니, 그 말이 진짜였나? 아주머니들의 눈이 다 문 쪽으로 쏠렸다. 나는 쭈뼛쭈뼛 미용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내 아들, 수로가 인도 김씨의 대를 이어 갈 거예요.” _본문 48~50쪽
그런데 이게 웬일! 수로가 대를 잇기도 전에 하루라도 빨리 대를 끊고 싶은 일이 생겨 버렸다. 아빠가 두 달 뒤에 있을 환경미화원 채용 시험에 응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얼마 전 비 오던 날, 우산을 가지고 학교에 찾아온 수로 아빠를 본 다혜가 “아빠, 회사 안 다니셔?” 하고 얄밉게 물었다. 수로는 다혜에게 책잡히기 싫은 마음에 아빠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대충 얼버무렸는데, 이 사실을 안 아빠가 수로를 위해 목수의 꿈을 접고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 거다.
수로가 아빠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분명 아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해 공무원이 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환경미화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을 테다. 그러나 수로는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형광 연두색 옷을 입은 아빠는 100미터 앞에서도 확 눈에 띌 텐데, 그 모습을 본 아이들이 또 얼마나 놀려댈까. 늘 웃어넘기는 아빠마저 상처받을지 모르는 일이다. 수로는 머릿속이 뒤죽박죽 복잡하기만 한데, 마침 학교에서는 ‘시조 할아버지’를 알아오라는 숙제를 내준다. ‘패밀리가 떴다’ 놀이가 유행이니 이참에 조상에 대해 제대로 알자는 취지라는 게 선생님 말씀이다. 아무리 좋은 이유라고 할지라도 수로에게는 반가울 리 만무한 숙제인데, 외사촌 종수가 숙제를 한다며 집에 찾아와서는 자꾸 수로 속을 긁는다.
“할아버지, 수로는 한국 사람 아니죠?”
종수가 응석 부리듯 콧소리를 냈다.
“그게 무슨 말이냐?”
할아버지가 뜨악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러니까 할아버지는 우리 할아버지고, 수로네 할아버지는 인도 사람이죠?”
“그야 그렇지.”
“그러니까, 할아버지도 아빠도 인도 사람이니까 수로는 한국 사람 아닌 거 맞죠?”
종수는 아주 신이 나서 말마다 ‘그러니까’를 연발했다. 종수의 눈빛이 “거봐, 내 말이 맞지?” 그러는 것 같았다. 내 얼굴은 아마 자두보다 더 빨개졌을 거다. 종수가 약 올리듯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_본문 93쪽
다음 날, 수로는 숙제를 하지 못한 채 학교에 간다. 하나둘 아이들 발표가 끝나고 이제 수로 차례. 얼음처럼 굳어 버린 수로를 바라보던 선생님은 수로와 자신이 친척이라며 뜻밖의 말을 꺼낸다. 인도 공주 허황옥과 가야 왕자 김수로가 혼인해 열 명의 아이를 낳았고, 그중 큰아들이 김해 김씨의 시조, 작은아들 둘이 김해 허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수로의 엄마는 김해 김씨이고 선생님은 김해 허씨이니 같은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둔 형제인 셈이라는 거다. 그리고 모두 따져보면 수로나 선생님 같은 조상이 있을 거라는 선생님의 말에 수로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꽉 차 오른다.
한편, 가뿐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온 수로는 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다. 엄마 아빠의 대화를 들어보니, 아빠의 환경미화원 서류가 접수조차 되지 않았단다. 단단히 화가 난 아빠가 수로를 데리고 구청에 가서 조목조목 일의 잘못을 따지는데, 그때 직원으로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지원서 심사 도중에 누가 수로 아빠에 관한 전화를 했다고 한다. 수로 아빠가 곧 자기네 회사에서 일할 거니 지원서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거다.
“도대체 누가 그런 전화를 한 겁니까? 그렇다고 당사자한테 확인도 안 해 보고 당신들 멋대로 처리해도 되는 겁니까?”
까무잡잡한 아빠 얼굴이 벌겋다 못해 거의 흑빛으로 변했다.
“안 그래도 당사자한테 전화로 확인해 보겠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전화하신 분이 이미 김하산 씨랑 다 이야기된 것이니 그런 수고까지 할 필요 없다고 하더라고요. 한 번 더 확인해 보지 못한 건 제 불찰입니다. 하지만 곧 취직하실 테니, 다른 분에게 취업 기회를 양보한다 여기고 너그럽게 받아들이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수남 아저씨의 조심스러운 설명에 아빠는 반쯤 얼이 빠진 사람 같았다. _본문 115~116쪽
누가 전화를 한 건지 알 수 없는 상황이 조금 찜찜하기는 하지만 아빠의 환경미화원 시험 해프닝은 그렇게 일단락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아빠는 마음이 원하는 일을 절실히 깨닫고 시내 목공소에 취직해서 본격적으로 목수 일을 배워 나간다.
수로와 반 아이들은 시조 숙제가 있은 뒤로 조금 달라졌다. 아이들은 더는 예전처럼 수로를 놀려대지 않고, 수로도 토종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반 아이들에게 주눅 들지 않는다. 수로와 태석, 설희의 우정은 좀 더 단단해졌고, 비아냥거리던 종수와 다혜는 한풀 기가 꺾였다.
수로는 인도 김씨 2대손인 스스로를 자신 있게 마주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좀 더 용기를 내기로 한다. 지금 수로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아빠의 진심이 할아버지에게 가 닿는 일. 아빠의 눈물겨운 노력과 열정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는 까닭이다. 결국 수로는 할아버지에게 아빠가 시내 목공소에 취직한 사실을 털어놓으며 아빠 마음을 대신 전하는데…….
할아버지는 아빠에게 마음을 열게 될까? 구청에 전화를 한 이는 대체 누구일까? 아빠와 할아버지가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던 수로의 소원은 과연 이루어질까?
공감의 눈높이로 아이들을 그려 낸,
윤혜숙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는 윤혜숙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작가는 지난 2013년,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책 읽어 주는 전기수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청소년소설 『뽀이들이 온다』를 통해 작가로서 첫 발을 당차게 내디뎠다.
이 책은 작가의 전작 『뽀이들이 온다』와는 또 다른 축에 놓여 있다. 작가가 『뽀이들이 온다』를 통해 역사의 한 모퉁이에 자리 잡고 있던 전기수를 우리 시대로 불러냈다면,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에서는 지금 여기,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전한다. 작가는 차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콩쥐처럼 무조건 착하게 그리지도, 팥쥐처럼 무조건 못되게 그리지도 않는다. 그저 아이들이 변화하는 과정을 묵묵히 지켜보며 그들만의 솔직한 심리와 성장점을 잘 헤아리고 있다.
아이들은 학교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대처하는 방법을 적응하고 배워 나간다. 미처 알지 못했던 세상의 여러 얼굴을 맞닥뜨리면서 보이지 않는 두려움과 공포가 일상에 투영된다. 이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가족’의 역할과 태도다. 가족은 아이가 쉽게 꺼내지 못하는 고민과 걱정을 충분히 헤아리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 아이의 상황을 진심으로 파악하지 않은 채 내뱉는 무심한 말들은 아이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는 셈이다.
수로와 수로 아빠 김하산의 관계가 뜻깊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수로 아빠는 수로가 무엇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는지 면밀히 헤아린다. 그러고는 아이를 위해 자신이 어떤 노력을 할 수 있는지 생각한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수로가 자기 안으로 숨어들지 않도록, 수로에게 닥친 상황을 충분히 공감하고 함께 해결해 나간다. 아빠의 따스한 진심은 수로가 건강한 마음을 지닌 아이로 자랄 수 있는 원동력이자, ‘다문화’라는 이름 아래 겪는 차별과 편견의 굴레를 당당히 벗어날 수 있는 의지와 용기가 되어 준다.
요즘은 외국인과 결혼하고, 이 땅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외국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지구촌 사람이 모두 한 가족인 세상이 되었지요. 수많은 수로와 설희가 ‘다문화’라는 놀림 때문에 속상해하거나 슬퍼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엇보다 수로와 설희는 잠시만 안 보여도 걱정되고 보고 싶은, 소중한 친구니까요. _‘글쓴이의 말’에서
수로, 설희, 태석, 종수, 다혜…….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이제 막 ‘함께 사는 사회’에 들어섰다. 조금 서툴고 거칠더라도, 아이들은 하나둘 배워 나가며 자라나고 있다. 아이들이 나아갈 생각의 방향, 삶의 길은 기성세대의 그것보다 훨씬 더 밝고 힘차고 건강하리라. 그러므로 작품을 통해 윤혜숙 작가가 전하는 긍정의 힘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로 다가갈 것이다. 편하게 써 내려가면서도 이야기의 밀도감을 잃지 않는 서사는 앞으로 ‘윤혜숙’이라는 이름만 듣고도 독자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과 즐거움임에 분명하다.
첫댓글 동쪽마녀님!!!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