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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이 빌딩 안에 있어 창문이 없다. 밤새 악몽에 시달린다. 공기가 순환되지 않으니, 에어컨을 돌렸다. 그래서 거의 뜬눈으로 날밤을 새웠다. 역시 공기가 순환되지 않는 곳은 너무 힘들다.
아마도 시내 고시텔이 이런 곳인가 짐작하니, 폐쇄 공포증을 느낀다. 아마 자폐를 가진 우리 아이들이 아마 이 기분이라면 너무 힘들 것이다. 간접경험이라도 너무 싫다. 이런 경험은 어떻게 해야 간접경험을 이해하는지 자녀를 키우면서 궁금하다.
12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답답해서 광장에 10시부터 나와 앉아 있다. 오고 가는 사람들 얼굴을 쳐다본다. 젊은 아이들이 많이 보인다. 이 상황에 우리 균도는 아직 부모 곁을 맴돌고 있다.
날개 꺾인 새처럼 우리 아이는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다. 그 날개를 우리가 이어줘야 하지 않겠나 하고 곰곰이 생각해본다.
기다리는 시간 사람들 얼굴을 쳐다보고 있으니 너무 재미있다. 사람들이 모이고, 낯익은 풍경이 보인다. 내가 우리 균도의 손을 꼭 잡고 있듯이, 다들 손을 잡고 있다. 이 잡은 손을 이제 사회도 같이 잡아 줘야 하지않겠나?
부모들이 모여 작지만, 융숭한 대접을 한다. 아버지와 걷는 이 길이 더해지면서 나는 대담해진다. 남에게 보여도 담담하다. 내가 아니라 장애인부모가 나와 같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하고, 가야할 길이 보인다.
오늘은 성남 부모님들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사무실을 방문하려 했다. 그렇지만 그곳에 가니 문이 닫혀 있다. 그렇게 닫혀 있는 철문, 두드려도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국회의 담벼락 같다.
그래도 전진한다. 계속 두드리면 꼭 열릴 것으로 생각한다. 인근 고개에 있는 혜은학교 운동장 관람석에서 부모님들과 담소를 나눈다. 같이 있어도 누구 하나 주눅들지 않는다. 연대의 기쁨이다.
이렇게 당당하고 자신 있게 우리는 살고 싶다. 성남 부모님들과 헤어져 서울로 향한다. 복정동을 지나면 서울이다.
서울 표지판이 보인다. 균도와 포옹을 한다. 눈물이 핑돈다. 아직 여정은 남아 있지만, 일단은 감격이다. 30일간을 걸어오면서 여정이 주마등처럼 가슴을 쓸어내린다. 물집이 나서 절룩거리던 균도. 아파서 쉬자고 하던 아들… 다 나에게는 사랑스러운 순간과 추억으로 기억된다.
부산서 연대한 혜란님과 종성님이 균도랑 저녁을 먹고 헤어진다. 지금까지 걸어오면서 다섯 번을 연대한 부산 우리 자랑스러운 당협 식구들 너무나 고맙다.
오늘을 정리하면서 방송일정표를 점검했다. 내가 한 가지 실수를 했다. 경인방송과 별 생각 없이 방송을 잡았는데, 중앙방송의 일정과 혼동해서 한쪽을 포기해야 했다. 작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작은 곳의 비애를 한 번 더 느껴본다.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처지를 알기에 이해가 된다. 수화기 넘어 들려오는 흐느낌… 마음이 아프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의 벽. 아마 우리가 겪고 있는 고통이 아닐까?
내일 아침부터는 방송으로 하루를 맞이한다. 서울 한 바퀴 멋지게 이루고 큰 판으로 이어가 보련다. 기왕 시작한 걸음 큰 판에서 꼭 이루고 싶다.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발달장애인이 원한다. 그 가족이 진실로 원한다. 오늘도 균도와 뇌까리면 하루를 정리한다.
오늘 수고하신 경기장애인부모연대 회장님 성남지회장님 이하 부모님, 그리고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끝까지 함께한 구교현 국장 이윤경님 그리고 부산 혜란, 종성님… 오늘의 연대가 우리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데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첫댓글 성남부모님들과 함께 장애아동복지법 통과를 위해 걸었습니다 함께한 이들이 있어 행복 했습니다..
오랜만에 걸어서 5킬로 정도 걸었는데도 다리가 아팠어요...균도 발을 봤는데, 30일 간을 어떻게 걸었는지...물집이 생기고 굳은살이 딱딱하게 배겨 있었어요...보는 이들은 마음이 아픈데, 균도는 아랑곳하지 않고 씩씩하게 서울로 이동했어요...진한 감동을 전해준 시간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