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진년 9월 11일 꿈을 꾸었다. 어떤 사람이 나에게 물었다. “거북이는 진흙탕 속에 살고 껍데기가 있는 동물 중의 대장일 뿐인데 어째서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의 반열에 들어가는 것인가?” 나는 말했다. “그대는 지금의 거북이만 생각하고 옛날의 거북이는 생각하지 못하는군. 옛날에는 거북이로 점을 쳐 세상의 의문들을 해소했기 때문에 성인이 신성시했네. 거북이의 몸길이는 1척 2촌으로 수보(守寶)라고 명명하였으며 왕이 사당에 잘 보관해 두고 예를 행하였지. 내가 예전에 노자(老子)는 용과 같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데 성인도 이에 대해 이미 말씀하셨네. 부처는 기린과 같고 신선은 봉황과 같은데, 기린의 성품은 자애롭고 봉황은 속세를 멀리 벗어나 있으니 모두 세상에서 쓰일 수 없지. 거북이의 경우는 우리 공자와 같아 살아서는 진흙탕 속에서 곤욕을 치렀지만 죽어서는 만물의 이치를 밝혀 사업을 성공시키는 공적을 세상에 남겼으니, 천지의 운수는 본래 서로 대응되는 것이 있는 법이네. 지금은 거북점을 치지 않아 거북이가 신령하게 여겨지는 근거를 잃고 말았네. 그러나 몸이 찢어지는 고통에서 벗어나 불에 태워질 걱정 없이 자연 속에 자유롭게 노니는데도 세상에서는 여전히 네 가지 신령한 동물이라는 칭호를 박탈하지 않았으니 거북이는 아무래도 하늘로부터 좋은 운명을 부여받은 것 같군.” 물어본 사람은 “그렇군 그렇군” 하였고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丙辰九月十一日夢, 有問余者曰: “龜處泥塗, 而爲介虫之長, 與四靈之列, 何也?” 余曰: “子覩今之龜, 而未覩古之龜也. 古者, 以龜卜以决天下之疑, 故聖人神之. 龜之長尺二, 命之曰守寶, 王者藏于廟而禮焉. 余嘗以爲老子其猶龍乎, 聖人已言之矣. 佛猶麟而僊猶鳳, 麟性慈而鳳遐擧, 俱非世用也. 若龜則有似乎吾夫子, 生困乎泥塗, 而死爲天下有開物成務之功, 盖天地之數, 固有相應者也. 今也, 龜卜廢, 龜失其所以爲靈矣. 然而脫於屠割之苦, 而無鑽灼之煩, 自放於江湖之上, 而天下猶不奪其四靈之號, 此殆其幸之命於天者然也.” 問者唯唯而覺. - 조귀명(趙龜命, 1693~1737), 『동계집(東谿集)』 권7 「꿈을 기록하다(記夢)」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