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10월의 가을, 서울 은평구에 소재하는 某 중학교의 축제주간. 하루는 인문사회부 주관의 ‘독서와 문학의 날’, 이틀째는 ‘동아리 발표회’, 마지막날은 체육대회로 꾸며졌다. ‘독서와 문학의 날’에 학생들은 학교에서 준비해준 독서자료인 하근찬의 ‘수난이대’를 읽은 후 다양한 독후활동을 한다. 유인물의 가장 뒤쪽에는 작가 소개와 더불어 작가가 쓴 ‘여제자’ 작품소개를 한다. 곧 진행될 영화관람에 대한 안내문 격이다. 학생들은 800여 석의 대강당 각반 자리에 앉아 영화를 감상한다. 이날은 하근찬 원작의 ‘여제자’를 각색한 ‘내 마음의 풍금’이었다. 경쾌한 음악과 각종 에피소드로 인해 학생들은 뚫어져라 화면을 응시하고, 교사들은 아련한 추억에 잠겨 가끔씩 눈물을 흘린다.
2008년 2월 29일. 명보극장에서 열린 ‘서울이 보이냐?’를 본 후 나는 이병헌과 전도연 주연의 ‘내 마음의 풍금’이란 영화를 떠올렸다. 강원도 산골학교에 부임한 총각선생과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과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이 두 작품은 70년대와 학교이야기라는 공통분모 속에 다른 인자(산골/섬, 학교의 일상/수학여행 등)를 가미해 중년 이상의 관람객의 구미를 자극하고 있다.
‘서울이 보이냐?’는 수학여행을 떠나게 된 시골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렸다. 1973년 전남 신안군 하의면의 부속섬인 신도. 전교생이 12명인 이 작은 학교에 서울의 큰 과자공장에서 견학하러 오라며 초청한다. 갓 부임한 젊은 여교사 은영과 신도분교 학생들은 여행을 떠날 생각에 기뻐한다. 하지만 먹고 살기도 빠듯한 어른들은 수학여행 가는 걸 반대하고 아이들은 어른들을 설득하기 시작한다. 꼬마 아역배우는 선생님 앞에서 “지천만 겁나게 들었어라우”라고 하며 자연스레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관객들을 작품 속으로 끌어들인다.
‘서울이 보이냐’는 전남 신안군에서 제작지원을 결정한 첫번째 영화여서 눈길을 끈다. 촬영은 전부 신안군의 외딴 섬 신도에서 이뤄졌다. 목포에서 2시간 거리에 위치한 신도는 시대극을 촬영할 때면 늘 문제가 되는, 현대적인 건물이나 도로뿐만 아니라 전신주조차 없는 최적의 촬영지다. 제작진은 초가집만 22채가 있는 신도의 모습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는 후문이다. 제작진은 신도에 오픈 세트를 짓고 2달 동안 촬영을 했다. 촬영이 끝날 때쯤 스태프들의 얼굴은 모두 까맣게 타 있었다고 한다.
영화 ‘집으로’에 나오는 아역배우 유승호가 주인공 어린 길수 역을 맡았다. 중견배우 이창훈이 어린 시절을 추억하는 어른 길수로 등장해 내레이션을 담당한다. 신인배우 오수아가 사려 깊은 젊은 교사 은영 역을 맡았다. 이날 시사회에 참석한 송동윤 감독은 ‘가슴이 따뜻한 영화’라고 했고, 한일장신대 정장복 총장은 ‘국민의 영화이다. 베를린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지난 11월 촬영을 마친 ‘서울이 보이냐?’는 올 봄 개봉 예정이다. 흥미보다는 향수와 감동이 있는 ‘서울이 보이냐?’는 우리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는 ‘스승愛’에 대한 아련한 존경심과 천사(1004)의 섬 신안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스크린에 담았다. 사제지간의 정이 새록새록 담겨 있는 작품, 올 봄을 더 따뜻하게 만들어줄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