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매는 그 자체가 질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여러 가지 원인의 뇌 손상에 의해 기억력을 비롯한 다양한 인지 기능 장애가 생겨 예전 수준의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나이에 따라 분류하면, 65세 전후부터 70세의 노년기에 일어나는 치매를 노인성 치매라고 할 수 있다.
노인성 치매는 특히 ‘다발성 인지 기능 장애’가 그 원인이 되는 치매이다. ‘다발성 인지 장애’란 인지 장애가 있을 수 있는 영역인 기억 장애, 언어 장애, 시공간 지각 능력 장애, 성격 및 감정의 변화, 전두엽 기능 장애 또는 기타 인지 장애로 기억 장애 외에 다른 영역에 해당하는 장애가 동반된 때(DSM-IV), 혹은 5개 영역 중 3개 이상 영역에 장애가 발생한 경우(Cummmings & Benson)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약 35만 내지 40만 명의 치매환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치매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65~69세의 경우 매년 1000명당 3명 비율로 발병하며, 65세에서 85세 범위 내에서는 나이가 5세 증가할 때마다 발병률이 2배씩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치매를 유발하는 원인에 따라 일부 질환은 조기에 발견하여 치료 시 진행을 억제하거나 상당한 수준으로 회복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가 있으나, 노인에게 발생하는 대부분의 치매의 경우 만성, 진행성 경과를 취하므로 병의 경과를 지연시키거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가 주된 치료로 질환 자체를 완치하는 것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원인 질환은 무려 90가지가 넘을 정도로 다양하다.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퇴행성 뇌질환: 알츠하이머병(Alzheimer’s disease),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isease) 등
2) 뇌혈관 질환: 혈관 치매(vascular dementia)
3) 중독성 질환: 알코올성 질환
4) 대상성 질환: 간성 뇌증, 요독증 등
5) 내분비 질환: 갑상선 기능저하증 등
6) 영양결핍성 질환: 비타민 B12 결핍증 등
7) 감염성 질환: 신경매독, 후천성 면역 결핍증(AIDS),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콥병(new variant CJD) 등
8) 기타 질환: 뇌종양, 수두, 만성 경막하출혈 등
이 중 알츠하이머병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이며, 알츠하이머 병과 혈관치매가 전체 치매의 80~90%를 차지하게 된다. 우리 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혈관 치매가 알츠하이머병 못지 않게 중요한 흔한 치매의 원인이다.
치매는 여러 원인 질환에 따라 다양한 임상 양상을 보일 수 있으며, 같은 원인에 의한 치매에서도 발생 연령, 병전 성격, 육체적 건강, 치매의 가족력, 문화적, 인종적 배경 등 여러 요소에 따라 증상 및 정도가 다를 수 있다. 간략하게 증상을 나누자면 기억 장애로 대표되는 인지 기능의 문제와 이상행동 및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일상 생활 수행 능력의 장애가 있다.
인지 기능 장애 중 하나인 언어 장애의 가장 흔한 초기 형태는 하고 싶은 표현이 금방 나오지 않거나, 물건 이름을 대지 못하여 대화 중 머뭇거리는 증상이 있으며, 시공간능력 저하의 경우 방향감각이 떨어져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또한 계산 능력 저하로 돈 관리에 실수가 생기고 계산을 피하는 모습을 보이게 되며, 성격 변화가 동반되어 과거에 의욕적이던 사람이 만사를 귀찮아하고 집에서만 누워 지내려고 한다든가, 과거에는 화를 잘 낼 줄 모르던 사람이 쉽게 화를 내는 등의 보습을 보이게 된다. 이상행동으로는 망상, 환각, 공격적 행동, 반복 행동,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의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치매의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 환자의 경우 경증의 경우에는 기억력 장애로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대화 도중 주제를 잊거나 하는 증상을 보이지만, 환자 자신이 문제점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도 하며 일부 환자들은 자신이 느끼는 어려움을 스트레스나 수면 부족, 또는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생기는 현상 탓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으며, 우울한 감정을 호소하게 된다. 이는 점차 진행하여 중등증 알츠하이머병이 되면서 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판단력이 흐려져 명철한 생각을 할 수 없어 공공장소에서 부적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잠을 지나치게 자지 않거나 많이 자는 등의 모습이나 망상, 환각을 보인다. 최종적으로 중증 알츠하이머병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생각하거나 추론할 능력이 없어지면서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알아보지도 못하고, 대화를 거의 하지 못하며, 전혀 기억을 하지 못하고, 감정 표현이 없어지면서 점차 보행 및 개인 위생이 불량해지며 변실금, 요실금이 발생하여 침대에만 누워 지내게 된다.
서양 노인의 경우는 치매가 생기면 일상생활 능력의 장애가 금방 포착되나, 우리나라 노인의 경우 대부분의 일을 자녀가 해주는 경우가 많으므로 인지 기능 장애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이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아 주위에서 노인들의 일상 생활 능력에 대해 좀더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매는 진단명이 아니라 각종 뇌질환 때문에 발생하는 하나의 증후군을 말하므로, 치매가 있다고 판정하게 되면 원인 질환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매 환자의 치매 여부에 대한 판단 및 원인에 대한 평가를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를 염두에 두고 접근한다.
1) 일상생활 수행능력(Activity of daily living, ADL)
2) 이상행동(behavioral change)
3) 인지 기능 장애(cognitive impairment)
4) 감별 진단(differential diagnosis)
담당의를 통해 환자의 현재 병력 상태를 파악하는 인터뷰와 진찰 형식의 문진이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하다. 이러한 평가를 돕기 위해, 인지 기능, 행동, 일상생활 수행 능력 각각에 대해 객관적인 측정이 가능한 척도가 마련되어 있다. 병실이나 외래에서 객관적이고 간편하게 흔히 사용되는 인지 기능 평가와 관련된 검사로 한국판 간이정신상태검사(Korean version of mini mental state exam, K-MMSE)가 있는데 이는 환자에게 시간 및 장소 지남력으로 년, 월, 일, 요일, 계절 및 나라, 시도, 현재 장소 등을 물어보게 되며, 그 외 계산을 시키고, 그림을 그리고, 명령시행이나 사물을 주고 이름을 대도록 하는 항목들이 포함되어 있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고 이에 따라 치료 여부와 치료법이 다르므로, 원인 질환을 평가하기 위해 혈액검사, 뇌 촬영 등을 추가로 진행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혈액 검사를 통하여 치매를 일으킬 수 있는 내과적 원인들이 있는지 알아보게 되며, 인지 기능 장애 정도와 주된 침범 부위를 확인하기 위해 신경심리 검사 외에도 최근에는 많은 경우 신경 영상학적 검사로 컴퓨터 단층촬영(CT)이나 자기공명영상(MRI)을 시행한다. 또한 최근에는 질병과 관련된 신경계의 구조적 이상 외에 신경계의 기능적 이상으로 인한 치매 평가와 치매의 여러 세분 질병 진단을 위해 특수 영상학적 기법을 이용하게 되는데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이나 단일광자방출 단층촬영(SPECT)을 시행하는 경우가 있다.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양전자방출 단층촬영(PET) 등을 통하여 해마의 부피 감소나 전두엽이나 측두엽의 당 대사 감소 등을 확인하여 치매에 대해 중증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며, 질병의 경과에 따라 추후 연속적으로 검사하게 되면 병의 진행 과정을 좀 더 명확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된다. 영상 기법이 더욱 활성화되면 추후 치매의 조기 진단 및 좀 더 정확한 치매의 세부 원인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여, 개별 원인적 진단에 맞는 치료법을 올바르게 적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전체 치매의 10~15% 정도는 완치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정상압 수두증, 만성 경막하출혈, 갑상선 기능 저하증, 양성 뇌종양, 매독, 비타민 부족증, 혈관 치매 등이 있다. 정상압 수두증의 경우 뇌실이 늘어나 주변 뇌조직에 압박을 일으켜 서서히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이므로 뇌실에 고여 있는 뇌척수액을 복강으로 배출시켜주는 지름술(shunting)을 시행하면 치매 증상이 좋아질 수 있으며, 만성 경막하출혈은 반복적인 두부 외상으로 뇌막 안에 고인 피가 뇌를 압박하여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로 수술로 혈종을 제거하면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치료 가능한 원인 질환을 밝혀내는 것이 치매 치료의 큰 부분이다. 혈관 치매도 비교적 치료가 가능한 치매로 분류될 수 있으며, 이는 반복적인 뇌혈관 질환의 경과로 뇌조직 손상이 누적되어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이므로 항혈전제, 뇌졸중 위험인자 조절 등의 일반적인 뇌졸중 치료를 통하여 이차적으로 치매가 진행되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치매의 원인 질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현재까지 진행을 억제하거나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다. 하지만 일부 치매의 경과를 늦추거나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물이 개발되고 있으며, 이는 임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은 기억과 학습이라는 뇌 작용에 중요하게 쓰이는 물질로, 부족 시 기억력 장애를 비롯한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뇌세포의 점진적 파괴로 이 아세틸콜린이 부족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콜린성 신경세포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치료 방법이 될 수 있어 현재 콜린에스테라제 억제제(cholinesterase inhibitor)를 이용하여 시냅스에서 아세틸콜린이 오래 남아 작용하도록 하는 치료법이 사용되고 있다. 글루탐산염은 흥분신경전달물질로서 NMDA 수용체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글루탐산염 신경전달은 학습과 기억에 중요하게 관여하여 과도하게 자극될 경우 뇌신경세포 내에 지나친 칼슘유입을 초래해 세포를 파괴하게 하게 된다. 이러한 글루탐산염전달의 이상이 알츠하이머병의 발병과 인지기능장애의 한 원인으로 제시되는 점을 이용하여 N-메틸-D 아스파르트산염(NMDA, N-methy-D-aspartate) 수용체길항제인 메만틴(Memantine) 등을 이용하여 뇌신경세포의 파괴를 막아주는 약제가 임상에서 사용되고 있다. 그 외, 항산화제, 은행잎추출물, 항소염제, 스타틴(statin)계 약물 등이 사용되고 있으나, 대단위 임상 연구에서 객관적으로 효과가 입증되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공인된 약제는 없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서서히 발병하고 지속적인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 중증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성격이 황폐화되며, 대화가 불가능해지며 생활을 전적으로 타인에게 의지하게 된다. 마지막 단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결국 움직일 수조차 없게 되어 침상에 누워 지내게 되고, 결국에는 몸이 쇠약해져 요로 감염, 폐렴, 욕창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사망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정상압 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 뇌종양, 대사성 원인 등 원인 질환에 따라 치료가 가능한 치매가 있으며, 적절한 치료에 의해 인지기능이 회복되는 경우도 있다.
혈관 치매의 경우 뇌혈관 질환 예방을 위해 권고되는 뇌혈관 질환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조절이 중요하며, 2차 뇌졸중 예방을 위한 적절한 약물 치료가 향후 반복적인 뇌졸중으로 인한 치매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 외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을 제한하기 위해 충분한 영양 섭취 및 금주 등이 필요하며,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 한다.
보호자가 환자의 인지 기능 및 성격 변화와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변화에 대하여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가능한 초기에 의료진과 접하여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치료 가능한 치매의 치료 및 노인성 치매의 진행을 늦추고 환자 개인의 추가적인 심리적 위축 등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권고된다. 또한 치매 환자의 경우, 주위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이해가 환자의 행동에 대한 예측과 행동 조절, 환자에 대한 존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 , 신경매독 , 파킨슨병 , 갑상선 기능 저하증
|
첫댓글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