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가톨릭 교리] (26) 병자성사
영육간 치유 은총 얻고 주님 만날 준비
- 병자성사는 치유하시는 그리스도를 만나는 성사다. 그림은 '라자로를 살리심'(1611년, 그리스)
병자성사의 개념
병자성사는 성사의 은총으로 치유하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고 영혼과 육신을 치유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참여하도록 인도하는 성사이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는 일생에 단 한 번 생명이 위급한 경우에만 받을 수 있다고 해 종부성사(終傅聖事)라고 불렀는데,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서 본래의 의미를 복원, 질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 때에는 횟수에 관계없이 받을 수 있다고 해 현재는 병자성사(病者聖事)라 부른다. 사실상 예수님과 초대교회 공동체는 죽기 직전 병자만을 돌본 것이 아니라 앓는 모든 이들을 돌보고자 했다.
교회 공동체는 병자성사를 통해 자애로우신 주님께서 병자의 고통을 덜어 주시고 함께해 주시며 치유해 주시고, 영원한 생명의 은총을 베풀어 주시기를 간구한다.
병자성사의 기원
성경에 병자성사와 관련된 말씀이 많지 않지만, 그 기원과 제정에 연결되는 말씀과 행적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구약에서는 '기름 부음', 곧 '도유'가 사제, 임금, 예언자와 같이 사람을 성별하거나, 성막(성전)에 있는 모든 기물을 성별하는 예식에 사용됐다. 그런데 구약에서도 '도유 예식'이 병자와 관련해 사용된 경우가 있다. 레위기를 보면 악성 피부병에 걸린 환자의 몸과 머리에 기름을 발라 정결하게 하고 속죄 예식을 거행한 기록이 나타난다(레위 14,1-32).
신약에서는 먼저 예수님께서 병자들에게 하신 말씀과 행적에서 살펴볼 수 있다. 예수님께서는 한센병 환자ㆍ중풍 병자ㆍ하혈 병자ㆍ눈 멀고 귀 먹고 말 더듬는 환자ㆍ수종 병자ㆍ더러운 영이 들린 사람 등 무수한 사람들을 치유해 주셨고, 라자로와 같이 죽은 이들도 다시 살리셨다. 예수님은 치유 기적을 베푸시면서 아픈 몸과 함께 병든 마음과 영혼까지 치유해 주셨다.
예수님께 파견을 받은 열두 제자들 역시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마르 6,13).
야고보서간은 "여러분 가운데에 앓는 사람이 있습니까? 그런 사람은 교회의 원로들을 부르십시오. 원로들은 그를 위하여 기도하고, 주님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십시오. 그러면 믿음의 기도가 그 아픈 사람을 구원하고, 주님께서는 그를 일으켜 주실 것입니다. 또 그가 죄를 지었으면 용서를 받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죄를 고백하고 서로 남을 위하여 기도하십시오. 그러면 여러분의 병이 낫게 될 것입니다. 의인의 간절한 기도는 큰 힘을 냅니다"(야고 5,14-16)하고 언급하면서 초대교회 공동체가 병자를 어떻게 돌보았는지 전해 준다.
병자성사의 효력과 중요성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선포하시면서 많은 병자들을 직접 고쳐 주셨고, 제자들 역시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 주었다. 야고보서는 앓는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주님 이름으로 그에게 기름을 바르라고 권고했다. 이에 교회는 병자성사를 거행하며 생명이 위급한 지경에 놓인 사람과 질병이나 노쇠로 죽을 위험이 엿보이는(전례헌장 73항) 신자들이 육체적 건강을 회복하고 영적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주님께 치유와 구원의 은총을 간구한다.
병자성사는 병을 앓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병자는 병자성사로써 질병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이겨낼 수 있도록 예수 그리스도께 힘과 용기를 청하고, 자신이 저지른 죄를 용서받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과 부활의 영광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병자성사를 통해 육체적ㆍ영적 치유의 은총을 받고, 회개를 통해 하느님과의 만남과 구원을 준비할 수 있는 은혜를 얻기 때문이다.
병자성사를 받으려면 먼저 고해성사를 받아야 하는데, 고해성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식이 없는 경우에는 고해성사 없이 병자성사를 거행한다. 이는 만약 의식이 있었더라면 본인이 직접 성사를 신청했을 것이라는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따라서 병자성사는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병자가 의식이 있을 때 미리 받는 것이 좋다.
병자성사 예식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종부성사에서 병자성사로 전환하면서 고해성사, 노자 성체, 병자 도유로 이어지는 예식에 맞게 병자 도유 예식 기도문을 병자들이 처한 상황에 부응하는 기도문으로 개정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에 교황청 예부성성(현 경신성사성)은 1972년 「병자성사 예식서」(Sacram Unctionem infirmorum)를 반포했다.
「병자성사 예식서」는 병자 방문과 병자 영성체, 병자성사 예식, 노자 성체, 죽을 위험이 임박한 환자에게 성사를 주는 예식, 병자 견진성사, 임종을 돕는 예식, 병자를 위한 예식에 사용되는 독서와 기도문으로 구성돼 있다.
교회는 병자를 돌보는 것이 곧 예수 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라고 선언하면서 병자들을 방문해 그들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신앙인의 본분이라고 강조한다.
[평화신문, 2011년 12월 11일, 제공=서울대교구 사목국]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