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독일의 동부전선은 소련의 반격으로 혼란스러웠다.
베를린은 연합군의 공습으로 분위기는 흉흉하였고
유태인의 말살정책은 최고조에 달해 있었다.
이때 게슈타포의 사무실에선 빨간 머리의 늘씬한 미녀가
잔뜩 멋을 부리고는 하이힐을 또각거리며 독일군 사무실에 들어섰다..
독일군 장교가 책상에 다리를 올려놓고 앉아 있자
그녀는 담배를 피워 물며 책상에 교태스럽게 앉았다.
“스텔라, 요즘 실적이 아주 좋아요”
“호호~ 이건 시작에 불과해요. 두고 보세요~”
두 사람은 교활한 눈빛을 교환하며 유태인 명부를 뒤적였다.
당시 베를린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유태인 색출작전은
그 어느때 보다도 심각했으며, 특히 스텔라의 활약으로
레지스탕스의 지하운동마저 위기를 맞고 있었다.
유태인은 이제 히틀러나 게슈타포 보다는 스텔라가
더 두려운 존재가 되었으며, 아직 숨어있는 유태인들은
스텔라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만 했다.
당시 패색이 짙어진 독일은 극심한 물자 부족에 시달렸다.
베를린의 거리 곳곳에는 식량배급의 줄이 항상 늘어서게 되었고
사람이 몰리는 곳엔 항상 스텔라가 나타났다.
유태인들은 신분증을 위조하여 식량배급에 나가야 했으며
그것은 스텔라의 보기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
다음은 지하운동의 리더였던 헤르만의 사례이다.
“실례지만 헤르만씨 아니세요?”
등 뒤에서 누가 아는척을 하여 쳐다보니 반가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이내 불길함을 느끼며 급히 표정을 바꾸었다.
“사람을 잘 못 봤군요, 나는 당신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면서 그녀를 외면했으나 그녀는 단념하지 않았다.
“아니에요, 당신은 전신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헤르만씨에요”
“아닙니다, 전 부스터라고 합니다”
“제 눈은 속일 수 없어요. 헤르만씨 맞죠?”
그녀의 계속된 추궁에 군중들의 시선은 집중되었고
맨 앞에 있던 독일군 한 명이 다가 오고 있었다.
나는 급히 소리쳤다. “알베르트~!!”
저 만치서 우유를 마시고 있던 알베르트가 순식간에 달려와
다가오는 독일군을 주먹 한방으로 날려 버렸다.
순식간에 현장은 비명소리와 함께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고
난 그녀의 가슴을 세차게 밀치고 뛰기 시작했다.
“젠장, 그녀가 스텔라였어!”
헤르만은 다행히 현장을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었으며
나중에 알베르트와 함께 스위스에 망명하였다.
스텔라는 원래 베를린 출신의 유태인이었다.
그녀는 1942년에 가족들과 함께 독일군에 붙잡혔지만
자신과 가족들을 살려준다는 조건으로 밀고자가 되었다.
그녀는 성격이 냉혹하여 친구나 친척도 봐주지 않았다.
하지만 1945년 러시아군이 베를린을 점령하여
수많은 학살을 자행하는 동안 그녀의 행방은 사라졌다.
전후 유태인들이 수많은 노력을 했으나 끝내 그녀는 찾아내지 못했다.
[출처] 1943 베를린 러브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