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폴리카르포 주교 순교자 기념일 2009. 2. 23.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과 산에서 내려와] 다른 제자들에게 가서 보니, 그 제자들이 군중에게 둘러싸여 율법학자들과 논쟁하고 있었다. 마침 군중이 모두 예수님을 보고는 몹시 놀라며 달려와 인사하였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저들과 무슨 논쟁을 하느냐?” 하고 물으시자,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이 대답하였다.
“스승님, 벙어리 영이 들린 제 아들을 스승님께 데리고 왔습니다. 어디에서건 그 영이 아이를 사로잡기만 하면 거꾸러뜨립니다. 그러면 아이는 거품을 흘리고 이를 갈며 몸이 뻣뻣해집니다. 그래서 스승님의 제자들에게 저 영을 쫓아내 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쫓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아, 믿음이 없는 세대야! 내가 언제까지 너희 곁에 있어야 하느냐? 내가 언제까지 너희를 참아주어야 한다는 말이냐? 아이를 내게 데려오너라.” 하고 그들에게 이르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아이를 예수님께 데려왔다.
그 영은 예수님을 보자 곧바로 아이를 뒤흔들어 댔다. 아이는 땅에 쓰러져 거품을 흘리며 뒹굴었다. 예수님께서 그 아버지에게, “아이가 이렇게 된 지 얼마나 되었느냐?” 하고 물으시자 그가 대답하였다. “어릴 적부터입니다. 저 영이 자주 아이를 죽이려고 불 속으로도, 물속으로도 내던졌습니다. 이제 하실 수 있으면 저희를 가엾이 여겨 도와주십시오.” 예수님께서 그에게 “‘하실 수 있으면’이 무슨 말이냐? 믿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하고 말씀하시자, 아이 아버지가 곧바로, “저는 믿습니다. 믿음이 없는 저를 도와주십시오.” 하고 외쳤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이 떼를 지어 달려드는 것을 보시고 더러운 영을 꾸짖으며 말씀하셨다. “벙어리, 귀머거리 영아, 내가 너에게 명령한다. 그 아이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다시는 그에게 들어가지 마라.” 그러자 그 영이 소리를 지르며 아이를 마구 뒤흔들어 놓고 나가니, 아이는 죽은 것처럼 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모두 “아이가 죽었구나.” 하였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아이의 손을 잡아 일으키시니 아이가 일어났다. 그 뒤에 예수님께서 집에 들어가셨을 때에 제자들이 그분께 따로, “어째서 저희는 그 영을 쫓아내지 못하였습니까?” 하고 물었다.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그러한 것은 기도가 아니면 다른 어떤 방법으로도 나가게 할 수 없다.”
(마르 9,14-29)
오늘의 묵상
어느 달동네에 한 어린아이가 큰 병으로 앓아누웠는데
너무 가난한 나머지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을 위기에 놓여 있었습니다.
부모는 자식의 머리만 쓰다듬어 줄 뿐 달리 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의 형인 다섯 살 난 꼬마가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듣게 되었습니다.
“하느님, 기적을 주시옵소서! 제발 기적을 주시옵소서! 기적을…….”
이 애절한 엄마의 기도를 들은 형은 자기의 저금통을 깨어 7천6백 원을 가지고
약국으로 달려가 말했습니다.
“기적을 주세요!” 약사는 황당한 표정으로 “기적이라니?” 하고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꼬마는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내 동생이 많이 아파요. 그런데 기적이 있어야 낫는데요…….”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한 신사가 물었습니다. “얘야, 네 동생한테 어떤 기적이 필요하지?”
“나도 몰라요. 엄마가 늘 기적을 달라고 기도하고 계셔요.”
신사는 꼬마를 앞세워 그의 집으로 가서 동생을 진찰하고 바로 병원으로 옮겨 큰 수술까지 해 주었습니다.
그 신사는 의사였던 것입니다. 수술 뒤 아이의 엄마가 걱정스럽게 수술비를 물어보자 그 의사는 대답했습니다.
“7천6백 원입니다!”
주님께서는 오늘 복음에서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는 이에게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십니다.
믿음을 가지고 기도하면 이루지 못할 일이 없습니다.
사랑하는 마음
- 이정호신부-
수도원에서도 싸움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식사 중에 한 수사님이 깍두기 두 개를 집어먹습니다.
그러자 앞에 앉은 다른 수사님이 왜 절제하지 못하고 깍두기를
두 개씩이나 먹었느냐고 그 수사님에게 면박을 줍니다. 물론 이런 이유를
내세우며 싸우는 일은 없겠지만 근본적인 마음가짐은 깍두기 한 개 때문에
싸우는 것과 별반 다름이 없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데 따르는 상처를 받기 싫어서
고통을 받기 싫어서 서로를 외면하고 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립니다. 어둡고
침침한 분노와 원망 속에 나를 가둡니다. 사랑하지 않는 데서 죄가 시작됩니다.
죄는 나를 망가뜨리고 메말라가게 합니다. 죄는 스스로를 죽게 하고 이웃한
이들에게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게 합니다. 죄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지 죄짓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마음을 채우는 것입니다.
기도로 하느님을 모시고 사랑으로 그분을 닮아가는 것입니다.
내가 살아 있기 위해서라도 악의 잡초가 내 마음의 화단을 덮치지 않도록
주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기도와 성사로 가꾸어가야겠습니다
첫댓글 좋은 묵상글로 탄력받습니다. 기도와 성사로 가꾸는 하루되어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