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happened with your boss? 상사와의 라운드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어디 또 있을까? 볼을 잘 치면 '일 안 하고 볼만 쳤냐?',
반대로 볼을 못 치면 '운동 신경 없다'거나 '능력 없다'는 비아냥을 듣기 마련이다.
스트레스가 더 쌓이는 것은 어디다 하소연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가 나섰다. 상사와의 라운드 중 과연 어떤 상황에서, 어떤 스트레스를 받을까?
인터넷 사이트 에이스골프닷컴, 싱글골퍼쉽게되기, 골프마니아클럽의 회원과 오프라인에서 만난 직장인 골퍼 총 72명의 의견을 종합해 라운드 파트너로서의 '워스트(worst) 상사 유형'을 꼽았고 구체적인 스트레스 사례도 모아봤다.
부하 직원들은 맞장구를 치며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겠지만 '상사'들은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는지 꼼꼼히 체크해 보길 바란다. '필드에서 환영받는' 상사를 원한다면 말이다(부하 직원들의 신변 보호를 위해 실명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진급과 고과 점수가 중요하니깐).
직장 상사의 다른 면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필드다.
회사 내에서는 원칙에 충실하고 매너도 좋다고 생각했던 상사의 모습 그대로를 볼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광고회사 영업팀에 근무하며 한 달에 한 번씩 상사와 라운드를 즐기는 김 씨는 '실망'이라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없이 자비를 바라는 팀장님이 때론 너무 하다 싶어요. 오랫만에 나가는 라운드에 술 한 잔 하자는 친구들의 유혹도 뿌리친 채 수도승의 경건한 마음으로 목욕재개하고, 다음날 실내 연습장에서 가볍게 어프로치 연습 후 일찍 도착해 퍼팅 연습으로 라운드를 준비하는 동안까지 모습을 보이지 않으시더라구요.
티 박스에 카트가 도착한 후에야 헐레벌떡 뛰어와 하시는 말씀 '아! 미안, 미안. 어제 딱 한 잔만 한다는 게 집에 들어가니 새벽 4시더라니까!'하시면서 입에선 아직 술 내음이 확 풍기시는데, 한 달에 한 번 하는 라운드의 첫 스타트부터 기분이 엉망이예요. 늘 그러십니다. 누군 술 마실 줄 몰라서 그러나?
매 번 그러고는 컨시드 받기 애매한 거리에 볼이 서면 '어이! 영어 할 줄 몰라?'하면서 볼을 집어드십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나가는 라운드가 곤욕스러워요."
건축설계가인 양 씨도 직장 상사, 접대 골프를 통해 여러 가지 일을 겪었다며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내가 아는 상사는 볼을 잘 치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누구나 OB가 날 수 있지요. 티 샷이나 세컨드 샷에서 분명이 OB인데 티 샷은 몰라도 세컨드 샷인 경우는 잠정구 내지는 새로운 볼로 다음 샷을 하고 가야 하는데 이분은 먼저 볼이 떨어진 방향을 향해 갑니다. OB를 부정 하면서 말입니다. 그러다 우연히 목격을 했는데 주머니에 있는 손을 빼고는 잽싸게 볼을 내려놓는 겁니다. 그러고는 다시 OB 지역으로 갔다가 다시 오며 캐디한테 하는 말 '여기 볼 안 죽었다.
OB선 안쪽이네'하며 적당한 클럽을 갖다 달라 합니다. 그런 광경을 몇 번 목격하고는 이젠 포기 했어요. 물론 친선 게임이지만 스트로크로 내기 골프를 할 때에는 말도 못하고 속상해 죽습니다.
그래도 절대 말 못하겠어요. 직장 생활 편해야 하니까요. 진짜 OB를 인정한 경우에 하는 말은 '내가 일부러 OB냈다'입니다. 어쩌겠어요. 미우나 고우나 상사인데요."
'인색함'으로 라운드 후에 꼭 기분을 상하게 만드는 상사도 있다.
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는 윤 씨는 골프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필드 경험이 많지 않았던 때를 떠올렸다.
"라운드 끝내고 카운터에서 계산해야 되는데 라커룸에서 나오지도 않고 늑장 부릴 때 당황스러워요. 그린피를 내라는 건지, 어쩌라는 건지 말이죠. 특히 계산할 타이밍에 맞춰 화장실 가서 안 나오는 상사, 이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부장님, 스코어에 목숨 걸지 마세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상사는 존경스럽지만 지나친 자기애로 자신감을 과도하게 표출하는 모습에서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는 것이 부하 직원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관광청에서 홍보마케팅 일을 하는 최 씨는 다음과 같은 일을 겪었다.
"직장에서 주말 1박2일 골프 여행을 갔었습니다. 라운드는 1군(80타대)과 2군(90타대)으로 나누어 했구요.
우리 부장님, 본인은 80대 중반이라고 해서 1군에 등록했지만 러프, 벙커에 빠지면 살짝 페어웨이에, 드라이버 샷이 OB가 나면 멀리건, 그렇게 85타치면 누가 인정하나요?
이틀 동안 정말 재미없고 정말로 짜증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장님께 말하고 싶어요. '그냥 90대라고 하세요. 골프 스코어에 목숨 걸지 마시고요.'"
증권회사 펀드매니저 이 씨는 상사가 읽으면 자신이라고 느낄 지도 모르겠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키는 작은 편이고 드라이버 거리는 평균이 조금 모자랄 정도지만 본인은 가장 멀리 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드라이버 길이가 길다보니 폼도 엉성합니다. 문제는 상대방이 한 번만 미스 샷이 나오면 그때부터 원 포인트 레슨을 시작하니 동반자들은 절대로 먼저 실수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합니다."
기분파 상사도 기피 유형 중의 하나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오르락 내리락 거리는 상사의 기분을 맞추느라 진땀을 뺀다면 그것보다 힘든 라운드는 없다. 테드(ted)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골퍼는 그래서 상사와의 라운드를 요리조리 피한단다.
"내기에서 조금만 돈을 잃기 시작하면 이성을 잃으시고 성질을 내시는 부장님, 뭐 아래 사람이 너무 따는 것도 좀 그렇지만. 너무 돈에 목숨 걸지 말아주세요.
매번 이기려고만하시면 돈 내기는 왜 하자고 하시는 건지요? 게임 중 호주머니에서 돈이 좀 나가면 모든 게임 룰을 본인에게 유리하도록 바꾸기까지 합니다. 상사다 보니 부하 직원들 보다는 구력도 오래되고 기회도 많고 해서 잘 치면서 내기는 꼭 하자고 해서 핸디는 짜게 주고 본인이 잃으면 배판 불러가면서 기어코 하수들 돈 따니 정말 미워요.
잘 치면 만날 골프만 치러 다니더니 잘 친다고 뭐라 하고, 못 치면 일도 못하면서 골프도 못 친다고 구찌를 하시니 잃을 수밖에 없는 것이 부하 직원의 비애입니다.
어쩌다 한마디라도 할라치면 상사한테 구찌 넣는다고 하니 조용히 입 다물고 치면 돈 좀 잃었다고 사내 자식이 삐져가지고 말도 안한다고 하셔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다 18홀이 끝납니다. 몇 번 겪고 나니 요 핑계 저 핑계로 피해 다닙니다."
간만에 즐기는 여가 시간까지 업무 이야기를 늘어놓는 상사도 있다. 필드가 마치 회사 인냥 마음 불편한 라운드를 해야한다. 명품 브랜드 마케팅팀 강 씨는 '라운드 도중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고백한다.
"라운드에서까지 업무적인 얘기로 일관하다시피 하는 직장 선배와의 라운드는 어떻게든 피하고 싶어요. 게다가 홀마다 어떻게 칠지, 어떻게 쳤는지 결재 올리라고 할 때면 쥐고 있던 클럽을 그 자리에 놓고 라운드를 포기하고 싶어요."
골프 초보자인 프로덕션 AD 김 씨는 상사와의 라운드 이후 아예 '골프 안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
"잔소리는 그러려니 해도 너무 대접 받기를 바라는 상사도 싫어져요. 걷지도 않고 볼도 열심히 찾지도 않아서 제가 찾아다 주는 경우도 많았어요.
즐거운 라운드가 아니라 정신적, 육체적으로 피곤함만을 안고 돌아오고 말았죠. 사무실에서도 모시기 힘든데 필드에 나와서도 어깨에 힘 들어가면 비싼 돈 내고 하는 골프에 기분만 상해서 사무실에 들어오죠. 그래서 같이 라운드 한 후 다음부터는 '골프 안 한다' 이야기 했습니다."
무시하거나 승부욕이 지나친 상사도 노(no)!! 직장 상사의 조언과 충고의 말들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기 발전의 좋은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부하 직원이라고 무시하는 발언은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 부하 직원들의 솔직한 얘기다. 필드에선 더더욱 그렇다.
방송사 광고 담당 정 씨는 최근에 겪었던 일을 떠올리며 얼굴을 붉혔다.
"같이 간 사람들을 나몰라 하는 직장 상사는 좀 그렇습니다. 함께 내기 골프를 하지도 않고 내기 골프가 끝나고 나면 '누가 돈 땄냐'고 하면서 캐디피 내라고 하는 상사는 더 싫어요. 게다가 라운드 끝나고 '뭐 먹고 싶냐?'고 물어 이야기했는데도 이 동네 맛집이 있으니 거기 가자고 합니다. 왜 물어봤는지 궁금합니다."
shhan0라는 아이디를 쓰는 골퍼는 "잘못된 자세나 원인을 알면서도 끝날 때까지 말 안 해 주고 동반자를 모두 무시하며 좋은 라이를 만들기 위해 눈치 보면서 볼을 발로 차거나, 특히 마지막 남은 돈(딩동댕)을 가져가기 위해 교묘하게 세컨드 샷을 조절하는 상사는 노(no)입니다"라고 말한다.
진정한 스승은 제자가 자신보다 더 잘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끝없는 경쟁 시대 속에서 진정한 스승이나 상사가 있을지 의문이지만, 드러내놓고 견제와 비난으로 속내를 표현하는 상사는 진상인 것은 분명하다.
컴퓨터 통신회사에 근무 중인 곽 씨는 상사의 승부욕이 오히려 배짱을 키워주었다고 생각한다.
"골프에 입문한 지 3년째가 되었습니다. 나름 독학과 체력 다지기로 요즘 평균 85타를 기록하고 있는데 같이 라운드 하는 상사들에게 무서운 견제를 당하고 있죠. 그 분들은 제가 입문 했을 때 평균 15년 이상의 구력으로 아주 온화한 성품을 가진 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느 정도 볼을 치자 그분들은 '드라이버 잘 치면 뭐 하냐, 숏게임이 중요하지', 다른 분은 '퍼팅이 문제지'라며 견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어깨 근육이 찢어질 정도의 동계 훈련을 마친 올해 봄. 그분들의 멘트는 티 샷부터 퍼팅까지 거의 독설로 일관하십니다.'꿩잡니?', '힘이 남아도니?'등으로 말입니다. 그래도 그분들 때문에 다른 분들하고 라운드해도 꿈쩍 않는 배짱이 생겼답니다."
광고 회사에 근무하는 AD 오 씨도 상사의 은근한 견제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털어놓는다.
"샷이 조금만 잘 맞고 스코어가 조금만 앞서가기 시작하면 바로 따가운 눈으로 쳐다보시며 한 말씀 하십니다. '연습 많이 했나봐?(일은 안 하고 연습만 했다는 눈빛) 샷이 많이 좋아졌어'. 잘 쳐야 할지 잘 쳐도 못 치는 척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공기 좋고 물 좋은 자연을 벗 삼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날려 보려고 하는데 끊임없이 이어지는 잔소리. 듣기 좋은 말도 한두 번인데 18홀 내내 상사로부터 잔소리를 듣는 기분은 어떨까?
골프 입문 2년이 된 재무설계가 이 씨도 상사의 잔소리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샷 하려고 할 때마다 스탠스가 잘못되었느니, 헤드업이 되었다느니, 온갖 반갑지 않은 참견(?)을 다하시는 우리 부장님. 물론 좋은 스코어를 내라는 뜻에서 해주시는 충고인 줄은 알지만 샷 하나 퍼팅 하나하나 코칭 멘트와 레슨은 정말 싫습니다. 부장님도 누굴 코치할만한 실력은 아니라고 판단이 되는데 말이죠. 전반이 끝나고 그늘집에서 한 번 몰아서 '이것만은 생각 하고 쳐라'라고 한마디만 해주시면 보다 더 즐거운 라운드가 될 듯한데요."
부하 직원 모두 라운드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입장에서 뭐든 하려는 상사가 있다. 상대방이 기분이 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아니면 알고도 그러는 것일까?
외국계 기업 홍보팀 강 씨는 '김 기사 운전해~~~'라는 코미디 프로처럼 상사의 자기중심적인 행동에 적잖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부킹은 국장님 집 가까운 대로 하라 하고 갈 때 들러서 차 같이 타고 가자 하면서 우리 집과는 영 반대인데도 카풀을 요구합니다. 기름 값도 비싼데 말도 못하고 죽을 맛입니다. 게다가 차 속에서는 뭔 말이 그리 많으신지, 국장님 말씀만 듣고 있노라면 입으로는 왕 프로시죠. 분석에 해설에 처방까지 못하는 샷이 없으십니다.
올 때 카풀 했으니 당연히 집에 모셔다 드릴 거라고 약주를 많이 하시기까지 합니다(운전대 잡은 저는 사이다만 축내죠).
마지막으로 다음날 회사에서는 어제 라운드 한 골프장이 형편없었다고 늘어놓으시는데, 이런 상사와는 절대로 라운드 함께 하고 싶지 않습니다."
물론 부하 직원들 모두 상사와의 라운드를 꺼리는 것은 아니다. 이번 취재를 위해 만난(온라인, 오프라인) 골퍼 중 10%는 매너 좋고 라운드 하기 좋은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 중 아이디 '신의 손'골퍼는 상사와 9년 동안 200번 이상 라운드하면서 관계를 돈독히 하고 있다.
"9년 전 중간 간부(차장) 시절 골프에 입문한 관계로 주로 동반 라운드는 사장님, 부 사장님, 기타 임원분들과 했습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골프 매너로 기분 나빠한 적이 없습니다.
초보 시절 OB 나면 연세 드신 상사 분들이 먼저 달려가 볼 찾아 주고, 볼 잘못 쳐 안절부절 할 때면, '다 그런 거'라며 긴장 풀고 차분히 치라고 격려해 주고, 가끔 그린피도 내주고, 내기에서 돈 잃고 나면 잃은 돈 다시 돌려주고, 끝나고 맛있는 식당 찾아다니며 밥 사주고 골프장 갈 때 집에까지 와서 카풀 해주셨습니다.
지금은 그 분들보다 골프를 잘 하지만 지금도 가끔 라운드 때 잘 치면 '부럽다'면서 '앞으로 골프장에서는 골프 잘 치는 사람을 형님으로 부르자'고 농담에 가끔씩 재미있는 이야기로 즐겁게 해주고 매번 새롭고 다양한 게임룰을 가져와 흥미를 유발 시켜 주십니다. 그래서 9년 동안 200번 이상 그 분들과 라운드 했지만 단 한 번도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저도 앞으로 후배들과 라운드 때 이런 분들로부터 배운 매너와 여유를 보여 좋은 선배로 남고 싶네요."
글 이향구 일러스트 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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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신사님!! 오늘도 골프에 유익한 많은 자료들 감사히 보고갑니다..날씨가 더우니 건강 조심하시고 많이 웃으시는 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