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落下
최해돈
깊은 밤, 수도꼭지에서 떨어지는 물은 투명한 얼굴이다
물,
아마도 그는 꽤 오랜 시간, 침묵을 잊지 못할 거다
이 지점까지 오는 동안
수많은 수평을 경험했을 거다
낙하, 그건
뿌리가 있는 것들의 교집합, 그 뒤에 오는 휑한 조합들
존재하는 것들이 추락하고
존재하지 않는 것들이 다시 추락하고
흔들리는 흙이
하루를 이어가고
서툰 자의 언어는
앞을 다투어 달려갔다
긴 밤,
떨어지는 물의 끝은 어디인가
떨어지는 물의 처음은 어디인가
물은 떨어지면서 내 얼굴이 되었다
그릇도 물이 되려면 새벽의 눈동자를 보아야 하겠지
물이 떨어지면서 잘게 부서진다. 물이 물을 만나기 위해선 약간의 간격이 필요할 것. 그 간격에 짧은 줄이 있을 것. 먼지가 햇살을 갉아 먹을 것
깊이를 알 수 없는 밤,
떨어지는 저 물은 분명 2분음표다
꼭짓점을 잃어버린 슬픔의 뼈대다
—시집(『붉은 벽돌』2016 지혜)
최해돈 시인/ 1968년 충북 충주 출생. 201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밤에 온 편지』
『기다림으로 따스했던 우리는 가고』『아침 6시 45분』『일요일의 문장들』『붉은 벽돌』.
첫댓글 감사드립니다 ?오늘 은혜로 행복하게 보내세요 😀
"꼭짓점을 잃어버리지"않도록
한걸음 한걸음으로 보람과 가치 있는 일에 진일보 하겠습니다
회장님 귀하신 흔적 고맙고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