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건너간 슬픔
최해돈
보도블록이 깔린 플라타너스 길을 걸으면,
매미의 울음소리가 쩍쩍 갈라진 여름을 엮는다. 젊은 날 죽은
베르테르가 떠오르고, 김수영 시인이 자박자박 지나간다. 콕, 콕 찍어 먹는 팥빙수가 생각나고, 푸르게 푸르게 빛나던 어린아이의 눈동자가 수채화로 태어난다
보도블록의 존재가 재확인되는 늘어진 오후의 플라타너스 길을 걸으면,
여름인데도 흰 눈이 내리고, 붉은 우체통에 반송되는 당신의 부재가 그리움의 씨앗으로 흩어지고, 조금씩 낡아지는 당신의 페이지가 검은 건반이 있는 피아노에 걸어간다
어느 해부터인가,
플라타너스 길엔 가을이 오지 않았고, 초겨울의 작은 문턱으로 가는 새떼의 줄을 마른 풀이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도 편서풍 부는 플라타너스 길가엔 틈과 틈 사이를
횡단하는 당신의 목소리가 중저음으로 전송될 뿐
길바닥에 나뒹구는 먼지와 오가는 사람들의 접힌 슬픔이 훠이훠이 여름을 건너갔다
—《포엠포엠》2015년 겨울호
최해돈 시인/ 1968년 충북 충주 출생. 2010년 《문학과 의식》으로 등단. 시집『밤에 온 편지』
『기다림으로 따스했던 우리는 가고』『아침 6시 45분』『일요일의 문장들』『붉은 벽돌』.
첫댓글 만나고 갑니다.
시로 만난 고운 뒷모습 바라보고 있습니다
늘 감사한 마음으로 지낼께요~^^
감상 잘하고갑니다 오늘도 주안에서 행복하고 즐거운날 만드세요
김영석 회장님!
다녀가시고 귀하신 댓글 주심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제가 찾아 뵈어야 하는데 그리 못하고 있으니
송구한 마음입니다
살다보니 늘 등뒤에서 안부하는 일이 많습니다
그러면 안되는데 싶다가도 책장 하나를 넘기면
망각의 삶으로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진 것 같습니다
사모님과 자제분의 안부도 늘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소통의 길에서 자주 뵐 수 있기를 소망하며
동작문인협회의 발전과 더불어 늦은 인사드립니다
늘 평안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