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이란 숫자는 많은 약수를 가진 숫자이다.
2의 자승 곱하기 3의 3승으로 되어진 이 수는 54, 27, 18, 9, 6, 4, 3, 2의 약수를 가지고 있다.
108이 많은 약수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108번뇌가 이 약수들의 다양한 결합에 의해 이루어 졌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염주나 단주를 만들 때에는 되도록 108이나 108의 약수 숫자에 맞춰서 한다.
108번뇌는 중생의 근본 번뇌이다.
이 108번뇌는 인간의 감각기관인 육근(六根)이 외부대상인 육진(六塵: 六境이라고도 함)을 대할 때 생겨난다.
눈[眼;안], 귀[耳;이], 코[鼻;비], 혀[舌;설], 몸[身;신], 뜻[意;의]의 6근이
색깔[色;색], 소리[聲;성], 향기[香;향], 맛[味;미], 감촉[觸;촉], 법[法;법]의 6진을 상대할 때
각각의 감각기관 마다 먼저 좋다[好;호], 나쁘다[惡;악], 좋지도 싫지도 않다[平等;평등]는 세 가지 인식 작용을 일으키는 데
이 인식작용에 따라 다시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드리고[樂受;락수], 나쁜 것은 괴롭게 받아드리며[苦受;고수], 좋지도 싫지도 않은 것에 대하여는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게 방치하는[捨受;사수]것이다.
곧 6근과 6진의 하나 하나가 부딪칠 때 좋고[好], 나쁘고[惡], 평등하고[平等], 괴롭고[苦], 즐겁고[樂],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捨受] 여섯 가지 감각이 나타나기 때문에, 6x6=36 즉 36가지의 번뇌가 생겨나게 된다.
이 번뇌를 중생은 과거에도 했었고, 현재에도 하고 있고, 미래에도 할 것이기 때문에, 6x6=36에 과거, 현재, 미래의 3을 곱하여 108번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계산으로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실제로는 따져보는 것 자체가 벌써 번뇌스럽다.
좋고, 싫고, 싫지도 좋지도 않은 것에서 다시 괴롭고, 즐겁고,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상태로 이행하는 것은 일정하지가 않다.
처음에 좋았던 일이 결과도 꼭 즐겁다고 할 수 없고, 처음에 싫었던 일이 반드시 괴로운 결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먹을 때 쓴 약이 병을 낫게 하기도 하고, 즐겁게 먹고 마시고 논 결과가 건강악화나 재물손실로 나타나기도 하는 것처럼 이일이 6근 마다 개별적으로 또는 복합적으로 이합집산하여 온갖 심리적 한계상황을 드러내는 것이 번뇌이다.
이와 같은 108번뇌가 일어나고 또 펄쳐져서 8만 4천 번뇌 망상을 이루게 되고, 그 번뇌들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수히 왔다 갔다 하면서 마음을 흐트려 놓기 때문에 중생은 번뇌로 인해 시달리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108번뇌! 이것은 우리의 흩어진 마음을 뜻합니다.
하나로 모아진 마음이 아니라 바깥으로 흩어진 마음, 근원을 돌아보는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는 유전(流轉)을 뜻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108번뇌는 108번의 절을 하는 동안 스스로 순화되어 삼매(三昧)의 힘으로 변화됩니다.
흩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아 일심의 원천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환멸(還滅)의 시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마음은 무한한 능력, 영원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 마음이 번뇌를 따라 밖으로 밖으로 뿔뿔이 흩어질 때에는 무능에 빠지고 끝없는 생사의 유전 속으로 전락하고 만다. 하지만 번뇌 속으로 끊어진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삼매의 힘은 다시 되살아나고, 원래의 무한 능력이 우리에게서 한 번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 108배 속에는 번뇌를 쫓아 흘러 내려가는 삶을 일심의 원천으로 돌리겠다는 의지가 숨겨져있다. 유전이 아니라 환멸의 삶, 번뇌 이전의 영원 생명으로 돌아가 부처님과 하나가 되는 삶, 곧 성불(成佛)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그러나 번뇌는 끊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번뇌는 저절로 사라진다. 108배의 절은 번뇌를 끊는 의식이 아니라 깊은 삼매 속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방편이다. 우리가 매일매일 108배의 전진을 통하여 삼매 속으로 몰입할 때 우리의 모든 번뇌는 차츰 사라지게 된다. 삼매와 환멸과 성불! 이것이 우리가 108배를 하는 까닭임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우리 불자들 중에는 108염주를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이 108염주는 액세서리가 아닙니다.
108번의 염불과 108배를 통하여 108번뇌로서 지은 죄업들을 참회하기 위하여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부처님 앞에 한 번 절하고 한 개 돌리기를 108번하면서 108번뇌를 끊어 나가라고 108염주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다.
108번뇌가 완전히 소멸되면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우리의 최종 목적인 부처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불자들은 매일 108배를 생활화하는 것이 좋다.
낙산사 2008. 9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