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한겨레신문사 강당에서 '국제 공용어 어떻게 늘릴까'란 주제로 한국어를 유엔과 국제기구에서 공용어로 쓰게 하는 운동을 하자는 토론이 있었다.
토론회를 주최한 한겨레말글연구소 최인호 소장은 "유엔과 국제기구의 공용어를 확대하여 한국어를 그 공용어로 채택하도록 하는 운동을 벌일 것"을 제안했고, 한겨레신문사 곽병찬 편집인은 인사말에서 "일찍 이런 논의가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권재일 국립국어원장은 "한국어는 세계에서 인구로 12위, 영향력으로 10위이며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자꾸 늘고 있다. 국어원도 이 운동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주제 발표를 한 경북대 행정학부 이광석 교수는 "현재 유엔 공용어는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중국어로서 2차 대전 승전국들의 국어인데 현실과 거리가 있어 그 개혁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일본과 인도가 자신들의 말을 유엔과 국제기구의 공용어로 채택하는 운동을 하고 있다. 경제력, 누리통신 인구 수, 국제 영향력으로 볼 때 우리도 노력하면 충분히 유엔과 국제 공용어로 될 가능성이 있다. 독일 통일이 예상보다 갑자기 왔듯이 말이다. 2007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총회에서 한국어가 국제특허협조약 국제 공개어로 채택된 것이 그렇게 보이게 한다"고 말했다. 이광석 교수는 "선행 준비로 먼저 우리말을 외국인이 배우기 쉽게 다듬고,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누리통신방송과 신문을 만들고, 외국 곳곳에서도 한글큰잔치를 하고, 주한 외교 사절을 초청해서 우리 뜻을 알리자"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온 한림대 김영명(정치학) 교수는 "한국어가 유엔 공용어가 되려면 한국 나라 안에서 먼저 대접 받아야 한다. 공용어 채택 조건을 알아보고 그 전략을 짜야 한다.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와 이웃에서부터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가와 국민 모두 합심해서 한국어 세계화 노력을 할 때 가능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수원대 유럽학부 이복남 교수가 '유럽연합 공용어 운용 실태'란 주제로 유럽 연합의 언어정책 변천과 공용어 제정 규칙을 살펴보고 통번역 현황과 회원국의 언어정책과의 갈등에 대해서 짚어봤다.
토론을 마치고 우선 민간 차원에서 '한국어 유엔 공용어 확대운동 모임'을 꾸리고 한겨레말글연구소가 일단 중심이 되어 뜻있는 이들과 '유엔·국제기구 공용어 확대운동 모임'을 꾸린 뒤 공청회·학술대회 등을 열고 언론사와 손잡아 적극적인 보도·홍보를 해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우선 △유럽연합을 비롯한 다른 공동체·국제기구의 사례를 연구하고 △우리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일본·독일·인도 등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공용어로 한국어를 채택하기 위한 절차도 두루 살피고 △통·번역 전문가 양성과 자동 통·번역기 개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추진하고 북한과도 함께할 수 있도록 애쓰기로 했다.
이제 우리말도 나라 밖에서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힘센 말임을 깨닫고 남의 말글만 섬기고 배우는 데 힘을 다 빼지 말자. 우리 스스로 우리말을 업신여기는데 남이 알아줄 리가 없다. 국제 교류가 잦아지는 오늘날 우리말을 국제 공용어로 만드는 일은 매우 바람직스럽고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또한 우리말에서 일본 한자말과 영어를 걸러 내자. 우리 토박이말을 살려 쓰고 말 다듬기에 힘쓰자. 세계 으뜸가는 글자를 가진 우리말은 세계 으뜸 말이 될 수 있다. 이제 영어만 바라보지 말고 이런 논의와 노력이 많아지길 간절히 바란다. [이대로 한말글문화협회 대표] | 관련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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