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에서 '빈번頻繁'과 '답습踏襲'을 틀린 것을 유명한데 빈번은 '힌판'이라고 읽어야 함에도 '한자츠'로 읽었고, 답습은 '토-슈-'라고 읽어야하는데 '후슈-'로 읽었다.
그리고, 결정타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발생한 '미증유'의 세계위기를 말할 때 未曾有를 '미조우(みぞう)라고 읽어야 하는데 '미조-유-(みぞうゆう)'라고 읽은 것이다.
얼핏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분들이 보시면 '미조우'나 '미조-유-'나 그게 그거 아니냐는 질문을 가질지도 모르나, 모음 중심의 발음이 발달하고 발음개수도 그리 많지 않은 일본어에서는 단음과 장음의 차이는 매우 크다.
2.
일본어는 특히 단어의 결합에 따라서 같은 한자라도 읽는 방법이 다른데,
'유리'하다 라고 할 때 有利는 有는 '유-'라고 읽는다.(장음)
그러나 '유무'를 뜻하는 有無의 有는 ’우'라고 읽는다. (단음)
즉, 有利는 '유-리', 有無는 '우무'라고 읽는데,
이 有無를 有利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유-'로 읽은 것이다.
이런 한자를 잘못 읽었다는 것은 아소 총리가 평소에 有無라는 단어를 즐겨 쓰지 않거나 활자를 잘 접하지 않아서 어떻게 읽는지 몰랐다는 증거가 된다.
가장 황당한 단어는 詳細다. '쇼-사이'를 '요-사이'로 읽었다.
즉, 아소총리는 한국어로 말하자면 '상세'를 '양세'로 읽은 것이다. -_-;
이 詳細는 한국어로 읽으면 '상세'가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되는 '詳'이라는 글자를 羊'양' 만 보고 '요-'라고 읽었거나. 서양, 동양 등을 말할 때 쓰는 洋를 착각한 것이다.
근데 또 羊, 이 한자는 일본어로 '요'라고 읽지 않고 '히츠지ひつじ'라고 읽는다는 것!
이 외에도
지난해 9월 이후 신문지상이나 인터넷뉴스에서 줄기차게 볼 수 있었던 한자는 바로 破綻이다. 바로 '파탄'을 뜻하는 단어로 본격적인 금융위기가 '리먼브러더스 파탄'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할 때, 지금의 금융위기에 관한 기사가 나올 때마다 나오지 않을 수 없는 단어다.
이 한자는 일반인들이 읽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신문사들의 배려로 破綻(たん) 이라고 괄호 안에 읽는 방법도 같이 기사에 오르곤 했다.
이것도 여지 없이 틀렸다. 흔히 볼 수 있는 단어, '테죠-'手錠('수갑'의 뜻)를 읽는 방식대로 하탄(はたん)이 아니라 하죠-(はじょう)로 읽은 것이다.
3.
마지막으로 '상처'를 뜻하는 怪我라는 단어를 '케가'라고 읽어야 한느데, 원래 음독발음은 카이(怪)로 읽었다. 이 '케가怪我'라는 단어는 일상적으로 정말 흔히 쓰이는 말이므로 총리가 몰랐을리는 절대 없고 아마 한자로 된 문장을 읽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위 16개 리스트에 올라와 있는 일본어 한자는 외국인이라도 일본 현지에서 책을 읽고 뉴스를 듣고 회화를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맞출 수 있는 단어들이다. 보통의 일본인들도 잘 몰라서 헤매는 특이한 일본 한자가 아니라는 점에 문제가 있다.
보통 일본 웹사이트에서 한자를 읽지 못하고서는 독해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읽는 방법 같은 것을 친절하게 달아놓는 곳은 만화책 말고는 없다.
결국, 요즘 아소총리의 한자실력이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을 볼 때 내가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의 가능성이다.
첫번째 가능성> 아소총리가 책이나 신문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것(심지어 만화도)
두번째 가능성> 갈수록 떨어지는 일본인들의 한자 읽기 쓰기 실력을 높히기 위해 자기 한 몸 버리는 고도의 전략을 구사하는 중이라는 것.
한자를 일본어의 일부로 쓰고 있는 일본인들도 휴대폰, 워드에 보급으로 인해 한자를 쓰지 못하거나 읽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는 실정이다.
개인적으로는 두번째에 더 강한(?) 혐의를 두고 있으나^^, 문제는 일본인들의 한자 읽기 쓰기 실력을 높히겠다는 고도의 숨겨진 전술로 인해 다가오는 총선거에서 자민당이 정권을 내줘야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아소총리는 한국에서 태어났어야 했는지도.
한글은 적어도 단어에 따라 읽는 방법이 다르지는 않으니까.
그래도 역시 맞춤법을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심히 들기는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