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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형제의 선택 | ||||
[조원희의 법으로 세상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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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형제에 관한 안타까운 기사가 있었습니다. 40대인 형이 정신지체 1급 장애우인 동생과 함께 자살한 사건이었습니다. 형은 7살에 부모를 여의었습니다. 당시 친척들은 동생을 장애인시설에 보내자고 했지만, 그 어린 나이에도 동생은 나 없으면 안 된다며 함께 살기를 고집했다고 합니다. 항상 동생 손을 잡고 다녔을 정도로 동생을 위하며 살았던 형. 그런데 그 형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살기가 힘들다. 나 없으면 동생을 보살필 사람이 없어 함께 떠난다. 화장해 달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형은 동생과 함께 힘들게 이어왔던 삶의 끈을 놓았던 것입니다. 38년간 동생을 돌보아 왔던 형. 얼마나 어려웠기에 그런 선택을 했을까요? 도대체 그 심정이 어떠했을지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몇 년 전 저는 말기 암을 앓았던 동생을 옆에서 간호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서 있는 동생을 옆에서 지켜보며 너무나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평소 산다는 것 별거 아니라고 호기를 보였던 동생이었습니다만, 죽음 앞에서 삶이란 어떻게든 지키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어떤 대가를 지급하더라도 살아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장애우 동생을 38년간 돌보았던 형 또한 그런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형으로 하여금 삶을 포기하게 한 것이 무엇인지, 무엇이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는지 안타까울 뿐이었습니다. 형은 장애우 동생을 돌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이 그로 죽음을 선택하게 했다면, 과연 국가가 제공한다는 복지는 무엇인지 답답할 뿐입니다. 물론 국가가 모든 것을 해주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해야 할 일이 있고 사회가 해주어야 하는 일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여전히 가족의 의무를 내세운다면 과연 복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합니다. 최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부양의무자 기준 탓에 국가의 지원을 받아야 할 국민이 제대로 복지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권자를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서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는 경우’나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 대해서는 시행령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부양의무자의 재산의 소득환산액이 일정 금액 미만이어야 하고,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피하거나 거부하는 경우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부양의무자가 일정한 재산이 있으면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없게 되는데, 문제는 빈곤한 가족일수록 가족관계가 취약하여 부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부양의무자가 부양을 피하거나 거부한다면 보호할 수도 있으나, 그 기준이 모호하여 결국 행정청의 재량에 의존해야 하는 측면이 있고, 기피나 거부까지는 하지 않더라도 빈곤한 상황에서 충분한 보호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국가의 보호도, 가족의 보호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누군가를 부양하기 어려워 죽음을 선택하는 상황은 없어야 합니다. 장애우 동생을 돌보기 어려워 함께 목숨을 끊는다거나, 자신이 죽어야 국가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합니다. 이것은 예산의 문제도 아니고 복지의 정치성이 게재될 사안도 아닙니다. 국가가 국가의 역할을 하는 문제이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켜가야 하는 너무나 기본적인 원칙의 문제입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개정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부양의무자 기준의 문제를 좀 더 현실적으로 그리고 실질적인 보호가 가능하도록 개정하여, 누구의 보호도 받을 수 없어 고통받는 장애우들이 없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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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역사와 미래, 진보 장애인 언론 함께걸음(cowalk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