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접
엄재국
깊은 밤 상가집 부엌마루 처마끝
백열등을 스치는 빗방울이 번쩍인다
용접봉의 불똥 같다
누가 저 지붕 위에서 용접을 하는가
구름과 구름과 어둠과 밝음과 하늘 자락과 처마끝 둥근 선과,
침묵한 그의 말과
소주를 털어넣는 내 입술 사이로 불빛이 떨어진다
저 낙수의 불꽃 속에 내가 친구를 조문온 게 아니라
나를 다니러 온 친구를 내가 배웅하는 게 아닐까
그를 돌려보낸 내가 술을 마시는지
나를 보내고 그가 잔을 비우는지
절을 하고 나오는 처마는 여전히 불빛의 불똥이 떨어져,
지붕위 하늘 자락에서 그가
단단하게 분리된 삶과 죽음을 붙이고 있다
엄재국
경북 문경 출생
2001년 《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 정비공장 장미꽃』등
첫댓글 마음 속에서 우러나온 그러면서 가슴저리는 공감...시는 이러한데
좋은 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