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0일 부활 6주간 수요일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할 말이 아직도 많지만
너희가 지금은 그것을 감당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그분께서는 스스로 이야기하지 않으시고
들으시는 것만 이야기하시며,
또 앞으로 올 일들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다. 그분께서 나를
영광스럽게 하실 것이다.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기 때문이다.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신 것은 모두 나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령께서
나에게서 받아 너희에게 알려주실 것이라고 내가 말하였다.”
(요한 16,12-15)
오늘의 묵상
깨달음 역시 은총이며 하느님의 이끄심입니다.
준비되어 있으면 누구에게나 깨달음은 주어집니다.
아니, 준비하는 과정을 통하여 이미 깨달음은 시작됩니다.
그러기에 은총은 갑자기 옵니다.
성령께서는 예고 없이 오시는 분이십니다.
깨달음을 위한 첫 준비는 바른 시각으로 올바르게 보려는 노력입니다.
불교에서는 올바르게 보고 판단하는 지혜를 ‘정견’(正見)이라 합니다.
‘더하지도 말고 덜지도 말고’ 있는 그대로 보자는 것입니다.
성철 스님은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유명한 말씀을 남겼습니다.
정견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입니다. 득도하여 돌아왔지만 여전히
산은 그대로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이었다는 말입니다.
바뀐 것은 산천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었다는 이야기입니다.
‘네가 바뀌어야 내가 바뀐다.’는 마음에는 깨달음이 오지 않습니다.
진리는 단순합니다. 성령께서 주시는 진리가 복잡할 리 없습니다.
우리가 계산을 하고 조건을 달고 순서를 따질 따름입니다.
오히려 복잡하게 만드는 것이지요.
모든 지식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면 산천초목부터 달리 보입니다.
모든 관계를 단순하게 인정하면 사람이 달리 보입니다.
성령의 힘을 입어야
-김동하 신부 -
모든 이를 진리 안으로 이끌어주실 진리의 영이신 성령님. 그분께서는
진리를 온전히 깨닫게 해주시기 위하여 진리 안으로 이끌어주십니다.
당신을 보내신 분에게서 들으신 것만을 이야기하시며 앞으로 올 일들도
알려주십니다. 성령께서는 진리를 알려주시면서 당신을 보내신 분을
드높이십니다.?성부께서는 세상을 만드신 창조주로서 자연을 통하여
우리에게 쉽게 당신을 드러내십니다. 성자께서는 세상을 살리는 구세주로서
인간의 온갖 선행을 통하여 더욱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그리고 성부와 성자께서 보내신 성령께서는 성부와 성자를 알아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시면서 우리를 이끄십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힘을 입어야
자연과 인간 안에서 진리를 알아볼 수 있습니다. 오로지 성령께서는
우리를 진리 안으로 이끄셔서 우리가 진리를 깨닫기만을 바라십니다.
하지만 그분께서는 우리가 자유스럽게 내린 뜻을 먼저 존중하십니다.
우리가 당신께 동의하고 당신을 따르고자 하였을 때만
진리로 이끌어주시고 깨닫게 해주십니다. 그러므로 진리로 나아가서
진리를 깨닫는 것은 우리 뜻에 달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