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는다는 행위는
인간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활동이지만,
소득이 높아지면서, 오직 싱존만을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먹는 행위 자체가 문화적으로 향유되는 위치변동이 이루어졌다.
2천년대 이후 TV에서도
단순한 맛집 기행 위주의 일차적 정보 소개에서 벗어나
요리를 만드는 구체적인 레시피를 공개하고
심층 정보를 제공하는
요리 관련 프로그램이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음식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특급 쉐프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허영만 원작 만화 [식객]은
먹는다는 행위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소재로
음식 만들기에 일생을 건 쉐프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대령숙주의 칼을 얻기 위한 요리사들의 팽팽한 대결이
선산도를 발휘하면서 3백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식객]의 후속편으로
원작 만화에 없는 새로운 이야기
[식객:김치전쟁]이 제작되었다.
김치는 한국 음식을 대표하는 식품이지만
세계의 어느 한쪽에서는 기무치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영화 [식객;김치전쟁]이 김치와 기무치의 대결을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일 양국대표가 한 식탁에 앉아 김치를 먹으며
일본 수상이 기무치라고 발언하는 도입부는 그런 상상을 불러 일으키지만,
영화는 도입부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게
한국 요리사들끼리의 김치 솜씨 뽐내기로 넘어간다.
여전히 영화의 중심은 한식음식점 [춘양각]이고
춘양각이 요리사로서의 마음의 고향인 성찬(진구)이다.
영화 [식객]에서 치열한 대결 끝에 대령수죽의 칼을 차지한 성찬은
방랑식객이 되어 전국을 떠돌며 요리사로서의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그러나 춘양각의 주인 수향(이보희)의 친딸 배장은(김정은)이
세계적 쉐프가 되어 귀국하면서
춘양각을 매각하려고 하면서 성찬과 배장은의 충돌이 시작된다.
배장은이 춘양각을 매각하려는 이유는
어머니에게 더 편안한 삶을 주고 딸로서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이다.
춘양각을 매각하려는 이유 때문에
춘양각의 게승자인 배장은과
춘양각이 길러낸 최고의 스타 성찬의 대결이 시작되는 것인데
배장은이 춘양각을 매각하려는 이유가 도대체 설득력이 없다.
나는 아무리 머리와 가슴을 쥐어짜도
왜 배장은이 춘양각을 처분하려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
세계적 쉐프가 되어 돌아온 배장은이
최고의 김치를 만드는 요리사를 뽑는 대회에서
심사위원이 아니라 평범한 다른 요리사들과 함께 대회에 출전하는 것부터가 이상하다.
그리고 이 요리대결이 영화에서 너무나 평범하게 다루어져 있다.
긴장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식객:김치전쟁}은 영화의 거의 대부분이
3차례에 이르는 오리대결을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이 요리대결은 너무나 평범하다.
긴장감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
너무나 단순한 이야기,
긴장감이 사라진 요리사들의 대결구도에
김치를 소재로 한 갖가지 요라만 화면 가득 펼쳐진다.
물론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비주얼적 측면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무슨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가, 즉, 스토리텔링이다.
[식객:김치전쟁]은
이야기를 포기한, 보여주는 음식 영화다.
그러나 음식은 보는 것보다는 직접 맛을 보는게 좋다.
이 영화에는 그 맛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