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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외계인과 UFO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로 나눌 수 있다.
나는 전자에 속한다.
생명체가 태양계 아니 은하계의 수많은 행성 중에서
오직 지구에만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 아닐까?
[파라노말 액티비티]같은 페이크 다큐가 아니라
비가시적 힘의 실체를 드러내는 진짜
현실 속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보이는 영화가 나왔다.
[포스 카인드]는 영화 자체의 완결도를 떠나서
우선 내용적으로 철저하게 실화에 근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2000년 10월 1일부터 5일 사이 미국 알래스카주 노엄(Nome)이라는 도시에서 일어난
실화를 영화한 것을 강조하기 위해
실제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당시의 기록 화면과
주인공 역할을 캐스팅 된 배우들이 연기하는 화면을
복합적으로 편집해서 펼쳐놓고 있다.
사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배우들의 연기와 실제 녹화 화면을 관객들이 정확하게 분리할 수 있도록
자막과 화면 등을 통해서 구분한다.
영화가 시작하면,
사건의 실제 주인공인 애비 타일러 박사 역을 연기하는
밀라 요보비치가 화면 전면에 등장해서
[저는 밀라 요보비치입니다...]로 시작하는 멘트를 날린다.
서사극에서 해설자가 등장하는 이유는
관객들로 하여금 허구로의 몰입을 방지하고 이성적 거리를 두고 무대를 관찰해서
주제를 냉정하게 분석하고 바라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포스 카인드]에서 배우가 자신의 실제 이름을 이야기하면서 시작하는 이 방법은
관객들로 하여금 몰입을 방지하는 소외효과가 아니라
오히려 사실감을 극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포스 카인드(The 4th Kind)라는 뜻은
천문학자이자 UFO 연구가인 앨런 하이넥(Allen Hyneck)이
외계인과의 만남에 대해 1970년대에 발표한 이론의 마지막 단계를 뜻한다.
1단계는 UFO의 목격이고, 2단계는 UFO의 구체적 증거를 발견하는 것이며
3단계는 외계생명체와의 만남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리고 4단계가 외계인에 의한 납치다.
즉 영화 제목은 외계인에 의해 납치된 마지막 4단계를 뜻한다.
[포스 카인드]에 공개된 영상에 따르면
사건의 주인공인 애비 타일러 박사의 딸이
2000년 10월 5일 외계인에 의해 납치되었고 현재까지 행방이 묘연하다.
알래스카에서는 지난 40년동안 1,200명의 주민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특히 노엄에서 이런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것이다.
심리학 박사 부부인 윌과 애비 타일러는
노엄에 거주하면서 사람들을 관찰하고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데 어느날 잠을 자던 도중
애비는 옆에서 자고 있던 윌이
누군가에 의해 살해되는 것을 목격한다.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었지만 애비는 알래스카를 떠나는 대신
남편이 가장 노력을 기울인 행방불명된 사람들을 조사하는 일을 계속한다.
애비 타일러는 자신에게 상담을 의리한 노엄의 시민들 중에 상당수가
공통된 꿈을 꾸고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들은 모두 하나같이 새벽 3시 30분에 꿈을 꾸는데
창밖에 부엉이가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먹먹한 증상을 호소한다.
무엇인가 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기억을 못한다. 그래서 애비 타일러는 최면치료를 시도한다.
그리고 이 전과정은 비디오로 녹화된다.
[포스 카인드]는 밀라 요보비치를 비롯한 배우들이 재연한 장면과
당시의 실제 기록된 비디오 화면들이
스크린을 양분해서 동시에 보여지기도 하고
중요한 순간은 비디오 화면 만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비디오 화면에는 녹화 당시의 실제 시간이 기록되어 있다.
애비 타일러 박사는 다음날 새벽
경찰의 다급한 전화를 받고 자신의 상담을 받은 환자의 집으로 달려간다.
그 남자는 자신의 부인과 자식들 2명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애비 타일러 박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그 남자는
가족들을 권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해 버린다.
보안관은 애비 타일러 박사의 최면 치료가 정신이상을 불러 일으켜
환자를 자살하게 했다고 비난한다. 다음날
또 다른 환자가 애비 타일러 박사를 찾아와 똑같은 고통을 호소한다.
애비 박사는 다른 심리학 박사 한 명과 고대 수메르어 연구자
그리고 환자의 부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최면 치료를 실시한다.
[포스 카인드]에서 공개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펼쳐지는데
그 남자는 고대 수메르어로 추정되는 이상한 방언으로 소리치며
몸이 공중부양하면서 더 이상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말라고 경고한 뒤
침대에 떨어진다.
이 최면치료로 그 환자는 척추가 부러지고 전신마비가 오고
보안관은 애비 타일러에게 가택연금을 명령한다. 그리고
집밖에 애비를 감시하는 경찰을 세워둔다.
그날 밤, 애비 타일러의 집밖에서 감시하던 경찰에 의해
녹화된 화면은, 괴비행물체가 애비 타일러의 집위를 맴돌다가
애비와 그녀의 딸과 아들을 납치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애비와 그녀의 아들은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졌지만
딸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애비는 그날 밤 일을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자
딸을 찾기 위해 동료 심리학 박사에게 자신을 최면치료해 달라고 부탁한다.
애비의 최면치료 장면은
애비의 몸속으로 들어온 외계인에 의해
다시는 그녀의 딸이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려준다.
애비는 최면치료 과정에서 겪은 알 수 없는 힘에 의한 격렬한 고통으로
역시 하반신 마비가 된다.
[포스 카인드]는 애비 타일러 박사가 실제 기록했다고 주장하는
65시간 분량의 화면을 공개하면서
사실임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외계생명체를 부인하는 쪽에서는
그 필름까지 조작된 것이며
사실감을 강조하기 위해 일부러 흐린 화면의 비디오 녹화와
관객들이 알 수 없는 일반인을 동원해서 사실처럼 거짓 기록된 것이라고
즉, 외계인의 만남, 납치는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이 사실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오직 관객의 몫이다.
우리는 [포스 카인드]가 고도의 심리기법이 동원된 페이크 다큐라고 주장하든가
애비 타일러 박사의 주장을 따르며 외계인의 존재를 믿든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 영화 시사를 보기 전날부터
나는 새벽에 깨어, 케이블 채널을 돌리다가 책을 읽다가
소파에서 다시 잠이 들었었다.
내가 깨어난 시간은 이틀 연속해서, 3시 30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