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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쫄쫄이'라고 다 같은 '쫄쫄이'가 아니다. 밴쿠버 동계올림픽(2월 12~28일)에 나서는 대부분의 선수는 몸에 딱 붙는 탓에 '쫄쫄이'라고 불리는 고탄력 경기복을 입는다. 빙상(氷上), 설상(雪上) 가릴 것 없다. 쫄쫄이는 공기의 저항을 줄여주고 근육의 움직임을 잡아주는 없어서는 안 될 인기 품목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겉모습은 모두 비슷한 쫄쫄이지만, 그 속엔 종목별 기록을 극대화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과학과 개성이 숨어 있다. 밴쿠버 올림픽 한국 대표선수들이 입는 모든 고탄력 경기복을 제작하는 중소기업 'INS 102'를 지난 28일 찾아가 쫄쫄이 속의 비밀을 알아봤다〈그래픽 참조〉.
■ㄱ자 모양 스피드스케이팅 쫄쫄이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복은 속도를 올리는 데 '올인(all-in)'했다. 이는 입기 전부터 확실히 알 수 있다. 벗어서 펴 놓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복은 'ㄱ'자 형태로 구부정하다. 허리를 숙이고 앞으로 나가는 경기자세를 쉽게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특수 제작이다.
허벅지 부분은 일반 섬유보다 탄성력이 수십 배 강한 고무 재질로 이뤄져 있다. 빙판을 박찬 하체가 빠르게 앞으로 탄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오른쪽 사타구니 안쪽에는 '3M'이라 불리는 합성섬유가 부착돼 있다. 스피드 스케이팅은 코너를 돌 때 오른쪽 다리를 많이 사용해야 하는데, 이때 미끌미끌한 '3M'이 왼쪽 사타구니와의 마찰력을 최소화시켜 준다.
한편 쇼트트랙 쫄쫄이의 특징은 '방탄 재질'이라는 단어로 압축된다. 쇼트트랙 경기복에는 손목, 팔꿈치 뒤쪽, 무릎 뒤편 등 주요 핏줄과 근육이 모여 있는 부분에 방탄 재질의 합성섬유가 들어가 있다. 코너를 돌며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거나 넘어졌을 경우 상대 선수나 자신의 스케이트 날에 베이는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쇼트트랙 쫄쫄이는 상체에서 무릎 위쪽까지가 하나의 천으로 제작된다. 공기의 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다.
■보호 패드가 생명인 스키 쫄쫄이
시속 100㎞가 넘는 빠른 속도로 가파른 경사를 내려오며, 기문(旗門)을 통과하는 알파인 스키는 부상의 염려가 큰 종목이다. 넘어져 다칠 수도 있고 크게 휘어지는 기문이 선수를 때릴 수도 있다. 그래서 알파인 선수들은 양쪽 어깨, 옆구리 쪽 등 8~10곳의 부위 안쪽에 보호 패드가 달린 경기복을 입는다. '네오프렌'으로 불리는 이 패드는 두께 5~10㎜의 푹신한 소재다. 또 '본딩'이란 두꺼운 합성섬유로 경기복 전체가 만들어진 탓에 옷 무게만 약 2.3㎏에 이른다.
스키점프의 복장도 안전이 최우선이다. 시속 약 80㎞로 100m 이상의 거리를 날아가는 특성상 알파인 스키복의 보호 재질인 '네오프렌'으로 옷 전체가 만들어져 있다. 착지 때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무게는 1.8㎏으로 알파인 스키보다 가볍다.
■막아주고 키워주는 봅슬레이 쫄쫄이
봅슬레이 쫄쫄이는 상체는 보호하고 하체는 탄력을 주도록 만들어졌다. 봅슬레이는 썰매 밖으로 머리와 어깨를 내놓은 채 최고 시속 150㎞로 트랙을 달린다. 선수들의 어깨는 롤러코스터를 탄 듯 심하게 흔들리며 수없이 썰매와 얼음에 부딪힌다. 이 때문에 봅슬레이 경기복의 양 어깨엔 두터운 보호 패드가 들어가 있고, 등 쪽의 보호대는 썰매가 뒤집혔을 때 선수들을 보호한다.
경기복의 허벅지~발목 부분엔 근력 강화를 위해 테이핑한 것 같이 강한 고무 재질이 얽혀 있다. 출발과 동시에 썰매를 밀고 약 20~30m를 달려야 하는 선수들의 하체 근력에 탄력을 주기 위한 것이다.
입력 : 2010.01.30 02:52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