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지나간 자리/ 홍해리
배 지나간 자리란 말이 있고 죽 떠먹은 자리란 말도 있긴 하지만 배가 지나가고 나면 물이 일어서며 아우성치는 소리 눈으로 들어본 적 있는가 헤어지면 죽고 못 살 것만 같지, 허나 바다는 언제 그랬더냐고 웃고만 있지 너를 보낸 내 가슴바다도 물길 갈라지고 파도는 깨어지며 울었지 단단한 것은 언젠가는 깨어진다고 완벽하고 단단한 사랑이여 부드러운 물은 부드러운 말로 부드럽게 말하지 부드럽다는 것이 얼마나 강한 것인지 아는 이 세월밖에 또 있겠는가 지나고 나면 다 배 지나간 자리 죽 떠먹은 자리일 뿐인데 바다여 파도여 아우성치지 말라 눈으로 듣고 귀로 말하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바다여 파도여 섬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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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꿈초롱 님! 고맙습니다. 오늘은 배 지나간 자리나 바라보며 더위를 식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