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 길 울타리에는 베짱이들의 놀이터
지금이야 찾아보기 힘들지만 삼십 오륙년 전에는
우리 고향이 참말로 청정지역이었든거 같다.
여름이 되면 온갖 풀벌레 소리들의 합창이
푸르름과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고
골목길 땅 바닥으로는 질경이들과
이름모를 잡초들이 지천으로 많았었고,
문디이 메뚜기와 여치들이 푸르륵 거리며 날라 다녔으며
그것을 잡아 먹을려고 제비들은 또 얼마나 많았는동,
제비 한마리가 골목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저공 비행을 한번씩 하믄
한입 가득 벌레들을 잡아 물고 처마밑 둥지튼 곳을 찾아들고
지들이 부화시킨 제비 새끼들 입속으로 물고온 벌레를 쏙쏙 넣어주고 하는 것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보냈던 어린 시절이었던것 같다.
특히나 우리 집 골목에서 개울로 나가는 길에는 양쪽으로 과수원이 있었고
그 울타리는 여러 종류의 나무와 식물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여름이면 그 울타리에는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나오는동 베짱이가 참으로 많았었다.
베짱이는 무엇을 먹고 사는지는 잘 모르지만
이른 아침 이슬이 많을 때 해뜨기 전부터 해뜨고
한참 지나서도 과수원 울타리 쪽을 나가면
울타리의 풀잎 우거진 그늘지고 이슬맺힌 잎사귀들에는
긴 수염(더듬이) 두개를 머리 뒤로 올빽으로 빗어 넘기고 조용히 이슬을 먹는지
뒷다리 두 개를 고추세우고, 우아하고 힘찬 도약을 준비하는 자세로 앉아 있다.
그리고 아마 수컷들은 암컷을 유혹하고
암컷은 수컷을 찾아 서로 유혹하는 울음 소리를
쓰르륵~쓰르륵~ 찌르륵~ 찌르륵~ 하며
사랑의 하모니를 발산하느라 과수원길은 오케스트라의 힘찬 연주와
아름다운 오페라의 향연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그러다가 내가 가까이가면 노래를 뚝 그친다.
자신들의 존재를 발각당하지 않기 위하여 고요해지고
내가 지나온 저 뒤쪽에는 다시 열정의 합창이 이루어진다.......
그래서 고요해진 내앞의 울타리 숲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여기 저기에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는 될듯한 베짱이들이
그야 말로 나뭇잎 풀잎 하나에 한 마리씩일 정도로 많은 베짱이들이 있었다.
그 중에서 나는 살며시 꾀나 많은 베짱이를 포획하고는
집으로 가져와서 마당에 흩뿌려 놓는다.
그러면은 그 당시에 집에서 기르던 닭들이
좋아라 하고 간식으로 잽싸게 쪼아 먹는다.
여름이면 그렇게 닭들의 간식이 되는 베짱이 채집이 몇번씩 이어졌다.
그런데 이 배짱이는 자신이 잡히는 순간 입으로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녹색의 액체를 두어방을 내 뱉는데 어릴적 기억으로는 그 냄새가 굉장히 싫었었다.
그래도 왜 베짱이를 그리도 많이 잡았는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않되는 일이다.
아마 집에서 기르던 닭들이 좋아해서 그랬나?
요즈음은 과수원도 다 없어지고 선낫 남은 울타리는 있지만
가끔 고향을 갈때면 선낫 남은 울타리 주변을 찬차이 들다보지만
베짱이는 한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환경이 많이 변해서 그런가 보다.
그래도 가끔씩 베짱이가 눈에 뛸때가 있는 장소가 있는데
그곳은 바로 벌초하는 산소에서이다.
때기산, 독바우 쪽의 산소에서 벌초를 할때면
꼭 서너마리를 볼 수있는 행운을 얻을 수 있다.
참 격세지감이 든다.
그렇게나 많던 그 녀석들이 씨가 마르고 자취를 감추다니.....
어쨌든 산소 주변은 오염되지 않은 공기와 우거진 풀숲과 잡초들이 무성한 곳이어서
참 청정한 지역이다. 그런곳에서 가끔 베짱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우리 고향이 옛날에는 참 깨끗한 지역이었던 곳임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다.
물론 아직도 우리 고향 풍기는 깨끗함을 자랑하고 있지만....
그 옛날 골목에 지천으로 날아다니던
문디메뚜기와 때때메뚜기, 잠자리, 홍굴레(방아깨비),
그리고 제비와 이름 모를 새들..... 그시절이 미치도록 그립지만
이젠 다시 못올 풍경화 한조각일 뿐이라고 생각하니 너무나도 그립고 아쉽다...
2009.6.9 牛步 박현창(호박부꾸/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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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어릴때로 돌아가 고향들녁을 마음껏 돌아다녀 보았네요........세상 근심 하나없이 맑고 밝은 얼굴로 자연을 벗하던 그 시절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저두요!!!! ....
과수원 울타리를 지나면 상여집도 있었고요~~바로 개울이 나오면 큰 돌위에서 옷을 후다닥 벗고 목욕하던 기억들~~ 젖은 머리를 말리며 걸어오던 과수원 울타리는 우리에게 많은 추억을 안겨주고 있었지요....어린 시절 어둑한 저녁무렵에 그 길을 지나는데 우거진 아카시아들이 왜그리 무섭던지.....어른이 되어서 찾아가 본 그 곳은 길지도 않은 좁은 길이였을뿐인데..내 아이들도 그런곳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던 마음도 들었었답니다....
저도 우리 애~들 촌에서 키울라 했었는데 참 사람 사는게 맘대로 않되디더왜 그쵸? 건강하시소...
시보네 선배님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그림의 베짱이는 수컷이네요 그쵸? 암컷은 더 통통하고 굵었었는데.....
그 과수원 울타리엔 가을 저녘이면 잠자리(초리)들도 엄청 많았는데...아련한 추억이 깃든 과수원길 아카시아 필때면 데이트도 많이했는데~~~~
선배님은 학창시절에도 준수하신 외모가 한몫 단단히 했던가 봅니다. 데이트 말씀 하시는 것을 보면요.... 진짜 초리도 참 많았었죠.... 초리 소리도 오랬만에 들어보네요. 선배님 늘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