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로만 떠돌던 김민기의 '금관의 예수' 일본 조총련발매 초희귀LP
일본 조청련 단체에서 발매한 김민기의 '금관이 예수'L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음반의 타이틀은 '金冠의 예수'이고 부제로 지하저항의 노래라는 서브타이틀이 붙어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반의 타이틀 처럼 재킷 앨범사진은 멀리 동트는 새벽의 여명기분이 오렌지빛으로 솟아오르는 장면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비밀리에 발매된 음반에 걸맞게 공식적인 음반레이블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가 없고 SS-3593이라는 음반 고유넘버는 선명한 것을 보아 이 단체에서는 이 음반 말고도 의식적이고 저항적인 음반을 상당수 발매한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재킷 뒷면을 살펴볼까요? 우선 <抵抗의 노래모음>이라고 한글표기가 뒷면 중앙 윗쪽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A면은 금관의 예수를 직접 불렀던 오리지널 가수 양희은의 노래가 8곡이 수록되어 있고 B면엔 김민기가 노래한 8곡이 수록되어있구요. 그러니까 LP 한장에 무려 16곡을 담고 있는 특이한 LP라 할 수 있겠네요.
대부분 아시겠지만 '금관의 예수'는 김지하 시인이 작시한 것을 김민기가 곡을 붙여 노래극으로 음반 발표전인 이미 1970년대(1973년) 중반쯤에 무대에 올려진 적이 있습니다. 카츄샤로 미8군 AFKN에서 편안한 군생활을 보내던 김민기는 그가 작곡한 노래들이 유신철폐 반대를 부르짖는 집회현장에서 불리어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최전방으로 재배치가 되었었죠. 군 시절 김민기는 막걸리 한잔을 얻어머시고 ?역을 앞둔 노병의 노래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노래가 저 유명한 '늙은 군인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가 병영에서 병영으로 전염병처럼 퍼저나가며 불리어지자 국방부장관에게까지 '병영에서 이상한 노래가 퍼지며 불리어지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갔습니다. 결국 늙은 군인의 노래는 '군 장병의 사기를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국방부장관에 의해 금지의 족쇄를 차게 되었습니다.
군 제대후 김민기는 자신의 이름으로는 그 어떤 활동도 음반발표도 불가능했습니다. 이에 서울미대 후배인 김아영 등 친구들의 이름으로 작사, 작곡자를 둔갑시켜 양희은은 그의 노래를 취입하게 됩니다. 하지만 문제의 곡 '늙은 군인의 노래'가 금지곡으로 등재되면서 또 다른 사연은 시작됩니다.
많이들 보셨을 음반입니다 흰바탕에 '양희은'이라고 빨간 도장이 꽉 찍힌 양희은의 독집음반, 그 음반은 금지곡 망령으로 인해 수없이 다른 곡을 삽입해 재발매를 거듭하게 됩니다. 늙은 군인의 노래를 대신했던 노래가 '금관의 예수'였습니다. 하지만 원 오리지널 제목을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웠기에 찬송가인것처럼 속이기 위해 '주여! 이제는 그곳에' 라는 찬송가 향내가 진동하는 이름으로 금관의 예수는 발표되었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이 음반은 1978년 이후에 발매된 음반이 확실합니다. 사실 수록된 음원이 조총련에 의해 새롭게 녹음된 곡이 수록되어 있는지 여부에 대해 굉장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국내에서 발표된 김민기 양희은의 버전이 아닌 전혀 다른 음원이라면 문제는 정말 심각해지기 때문입니다. 그 시절 표현대로라면 '간첩'으로 낙인찍히기에 충분한 자료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노래를 들어본 결과 금지된 음반을 구해서 복각한 음원임이 확인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글 출처 : 최규성의 대중문화 산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