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월 1일에 열리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시복식은 로마를 시민과 순례자들의 물결로 넘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지난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 때에 '지금 시성을!'이란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성 베드로 광장에 운집한 로마 시민 순례자들. [CNS]
|
【바티칸시티=CNS】 5월 1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시복식에 100만 명 이상이 로마로 몰려올 것으로 예상돼 영원한 도시 로마가 순례객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시복식이 주일과 노동절이 겹치는 공휴일이어서 일부에서는 로마 시민들이 쇄도하는 순례객들을 피해 로마 밖으로 대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교회 관계자들은 이번 시복식에 참석하는 가장 큰 그룹이 바로 로마 주민들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에게 요한 바오로 2세는 단지 교황이 아니라 또한 사목자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한 바오로 2세는 '로마 주교'라는 호칭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로마의 본당들을 비롯해 교도소, 학교, 병원, 무료급식소 등을 찾았으며, 환경미화원들과 연례 만남을 갖기도 했다.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은 로마 주민들에게 가깝게 다가오셨고, 그래서 그분은 아직도 로마 시민들의 마음에 자리잡고 계십니다. 그다지 열심하지 않은 시민들도 그분에게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바티칸 근처 한 서점에서 일하는 잔카를로 디스탄테 씨는 이같이 말하면서 "5월 1일에 로마를 빠져나가고픈 유혹도 없진 않지만 이분이 시복되는 장면을 지켜보는 기쁨이 많은 시민들을 떠나지 못하도록 묶어놓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1978년 카롤 보이티야 추기경이 제264대 교황으로 선출됐을 때 성 베드로 광장에 모인 로마인들은 450여 년 만의 첫 비이탈리아 출신 교황 탄생에 충격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새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첫 연설을 하며 잘못된 발음이 있다면 고쳐달라고 해 군중을 사로잡았다.
이후 그는 교황으로서뿐 아니라 로마 주교로서도 열정적으로 사목 활동을 수행했다. 334개 본당 가운데 300개가 넘는 본당을 찾았고, 로마시 관계자들과 일상적으로 만나 서슴없이 사회 윤리적 문제들을 지적했다. 노숙자 쉼터, 무료 급식소를 방문했을 뿐 아니라 바티칸 안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호스텔을 열었다.
교황은 로마의 젊은이들에게도 친숙했다. 세계청년대회를 시작한 교황은 수십 차례에 걸쳐 로마 학생들을 바티칸에 초청해 그들의 춤과 노래와 증언을 들었다. 요한 바오로 2세가 임종할 때 성 베드로 광장에 제일 먼저 도착한 이들은 로마 젊은이들이었다. 그들은 수백, 수천 명씩 무리를 지어 교황 숙소 창문 아래서 기도했다. 젊은이들은 교황의 선종과 장례 때에 3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성 베드로 광장을 채우는 도화선 역할을 했다.
로마 시민들은 2005년 교황 장례식 때 그토록 많은 이들이 로마에 모여들었지만 별 문제가 없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리고 이번 시복식 때도 마찬가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