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마르코 10,28-31
28 그때에 베드로가 나서서 예수님께 말하였다. “보시다시피 저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스승님을 따랐습니다.”
29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나 때문에, 또 복음 때문에 집이나 형제나 자매, 어머니나 아버지, 자녀나 토지를 버린 사람은 30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집과 형제와 자매와 어머니와 자녀와 토지를 백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31 그런데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어제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온 전화였지요. 사실 이번에 저의 여섯 번째 책이 출판되는데요, 이 책에 넣을 저의 약력을 좀 써서 보내달라는 것입니다. 암담했습니다. 여섯 번째의 책을 썼다는 것 외에는 뭐 내세울만한 특별한 약력이 전혀 없거든요. 명문대를 나온 것도 아니고, 요즘 그 흔하다는 박사 학위조차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무난하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신학교에 들어가서는 쭉 다니다가 신부가 된 아주 평범한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강의 나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당이나 회사에 강의 부탁을 받아서 가면, 진행하시는 분이 제게 약력을 묻습니다. 저는 이제까지 거쳤던 곳을 이야기해드리지요. 그러면 그분께서는 ‘뭐 특별한 약력이 없냐?’는 식으로 저를 뻔히 쳐다보십니다. 이 모습을 보고서 저는 이렇게 말할 뿐입니다.
“그게 다에요.”
책을 내고 강의를 할 때, 좀 특별한 약력이 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가졌던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의 평범한 경력을 들으면 시시하고 별 것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기 때문이었지요. 그런데 문득 이러한 평범한 저의 과거가 바로 지금의 나를 더욱 더 돋보이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왜냐하면 평범한 과거의 삶으로도 지금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기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단한 과거의 삶을 가지고 지금 화려하게 사는 것은 쉽겠지요. 그러나 평범하고 또 어려운 삶을 가지고서 지금 화려하게 사는 것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결국 평범하고 어려운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더욱 더 자랑스러워 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지금의 고통과 시련 역시도 잠시 뒤에 다가올 미래에는 자랑스럽고 감사할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그러한 차원에서 오늘 예수님의 이 말씀이 잘 이해됩니다.
“첫째가 꼴찌 되고 꼴찌가 첫째 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지금의 이 순간의 삶이 항상 영원한 것이 아닙니다. 지금 화려하고 멋지게 보이는 사람이 계속 그 모습을 간직하며 사는 것도 아니고, 지금 힘들게 살아가는 그 모습이 영원히 계속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결국 과거가 되는 그 모든 것들이 그렇게 중요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보다는 지금이라는 이 현재에 어떻게 하면 더욱 더 충실할 것인가를 걱정해야 하며, 주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이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평범함을 오히려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또한 지금 어렵고 힘든 나의 삶이 하나의 벌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축복임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때 우리들은 화려하고 멋지게 다가올 미래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꼴찌임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패배에 압도되지 말라(‘행복한 동행’ 중에서)
1994년 11월, 라스베이거스 특설 링에 낯익은 흑인 복서가 올랐다. 조지 포먼. 19세의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을 따고 이듬해 프로로 전향, 세계 챔피언 조 프레이저를 꺽으며 단박에 왕좌에 오른 전설적인 복서. 통상 전적 76승 중 68번을 KO승으로 마무리한 ‘해머 펀치’의 소유자였지만 그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는 이미 쇠락한 45세의 별 볼일 없는 노장이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잠깐, 그의 과거를 흝어보자. 1977년 경기를 끝으로 링을 떠났던 포먼에게는 쓰디 쓴 기억이 있었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챔피언 시절, 그는 1974년 방어전에서 도전자 무하마드 알리에게 KO패를 당하는 바람에 급히 왕좌에서 내려와야 했다. 그날 이후 포먼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은퇴 후 돌연 10년의 공백을 깨고 39살의 나이로 링 복귀를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140Kg의 포먼을 ‘할아버지 복서’라며 조롱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다시 6년의 시간이 흐른 것이다.
다시금 무대에 오른 45세의 포먼은 20년 전 알리와의 대전 때 입었던 빨간 트렁크를 입고 있었다. 상대는 26살의 젊은 챔피언 마이클 무어러. 전문가들은 무어러의 일방적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그러나 10라운드까지 무참히 맞고만 있던 포먼의 오른 주먹이 챔피언의 턱에 꽂히는 순간, 모든 것은 뒤바뀌었다. 흥분한 관중의 열렬한 환호, 최고령 세계 챔피언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한순간의 극적인 역전승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다. 포먼은 왕좌를 내준 뒤, 20년을 절치부심하며 링 주위를 맴돌았다. 복귀 후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러 번 깨진 것은 물론이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포먼은 훗날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패배에 연연하지 마라. 패배는 인생에서 단 하루 벌어진 일일 뿐이므로 거기에 압도돼서는 안 된다. 인생이란 링에서 선수로 뛰는 한 고통은 불가피하며 목표를 위해서 이 고통의 벽을 넘어야 한다.”
첫댓글 “그게 다에요.”.......... ^^ "예수 그리스도가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하신 사도 바오로 처럼, 신부님들께서는 "신부라는 것이 제 인생의 전부입니다." 라는 평범함속의 비범함이 있다고 봅니다. | 오래전에 아이가 제게 그러더군요. "하느님에 대해서 정말 잘안다. 신부님, 되지 그랬어! " "어떻게 하면, 하느님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알게 돼?" ^^ 하더군요. ......... ㅋㅋ " 나, 미사 열심히 다녔을뿐인데........ 아무것도 없는데!" 했더니....... 아이가 미사하나는 정말 목숨처럼 열심히 잘 다니려하네요.
평범함 속의 감사함을 잊고 사는 제 모습도 바라봅니다. 늘 좋은 강론글 보면서도 말로만, 감사를 하고 있었던건 아닌지 반성을 하며........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신부님의 강론을 보며 왜 저의 자신이 부끄러워지네요. 너무 멋지신 신부님의 새벽메일이 오늘 하루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열심히 하루 하루를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지금 꼴찌임을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아멘 신부님 덕분에 오늘도 기쁘고 행복합니다.신부님 감사드립니다.^&^~
첫제가 꼴지되고 꼴지가 첫제 되는 일이 많를 것이다. 깨우침 의 말씀 맘에 담으며.. 늘 감사올립니다.
세속의 첫째는 정말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늘 그자리를 잃을까 불안하니까요. 그런데 신앙안에서의 첫째는 그리 불안하지 않을것 같아요. 왜냐하면, 첫째가 꼴찌되면 다시 첫째가 될 수 있으니까요.^^ 세속에선 한치의 양보도 없지만, 신앙안에선 경쟁이 없어요. 그래서 모두의 삶이 특별하고, 대단하고, 화려해요. 신앙안에서의 약력은 한사람이 얼마나 많은 고난속에서도 하느님께 의지했으며, 이겨내었는가, 꼴찌되었다가 첫째되었던 때가 얼마나 많았는가로 결정될거예요. 나중에 하늘나라에서 네 약력을 말해보라 하시면?^^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신부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신부님!!!
그 어떤 화려한 이력을 지닌 다른 어떤사제들 보다 신부님이 특별해 보이는 건 왜 일까요?ㅎㅎ 여섯번째 책 출판 축하드립니다~* 그 책은, 매일매일 새벽 '땀과 눈물'로 씌여진 책일테니, 그 어떤 이력으로 치장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결정체' 그대로 지요..그 새벽의 책은, 신부님의 '땀과 눈물' 그리고 새벽님들의 '사랑과 믿음'이 함께 한 이력으로 족하고 충분합니당~ㅎㅎ
예수님이 뭐 화력한 이력을 가진, 귀족이나 사제집안의 아들 이던가요? 걍, 평범한 목수(사람)의 아들(로 태어나셨잖아요)이었잖아요~ㅎㅎ 괜히 예수님 들먹여서 죄송해요~ㅎ;
저도 직장을 건강상 문제로 관두고 나니 직장에 관한 란을 채울 것이 없어 이상하더라고요. 그나마 평범하던 인생도 달라지네요.
감사합니다.
찬미 예수님~ 전 요즘 무척 바쁘고 힘이 듬니다.. 그래서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나온건가? ㅋㅋㅋ
ㅎㅎ 그게 다예요,,ㅎㅎ 저도 이게 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