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로운 한가위를 맞아 기본적인 차례상 차리기에 대해 배워보고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재미있는 추석 신풍속을 알아보자
추석은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하는데 음력 8월 15일로 가을의 한가운데 달이고 8월의 한가운데 날이라는 뜻을 지닌다. 추석은 각종 햇곡식과 햇과일을 거두며 수확의 기쁨을 가족과 함께 나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이다. 특히 올해 연휴는 주말과 연결돼있어 좀 더 여유로운 명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추석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음식 송편부터 토란탕, 산적과 각종 과일까지 맛있는 음식을 함께 만들고 가족과 함께 나누어 먹는 것도 명절의 즐거움 중 하나다. 부모님과 가족, 평소 고마웠던 분들께 정성껏 준비한 선물로 마음을 전하고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추석을 맞아, 어렵게만 생각했던 명절 차례상 차리기에 대해 알아보고 시대에 따라 변하고 있는 추석 풍속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정성껏 차례상 차리기, 어렵지 않아요~
조상님도 흡족해 하실 차례상의 기본 알아보기
예로부터 내려오는 예법에 관한 어떤 책을 봐도 상차림에 대해 자세히 규정하거나 그림을 그려놓은 것은 없다고 한다. 그저 큰 접시에 송편이나 떡국같이 제사를 올리는 계절에 맞는 음식을 담고 그 외 과일과 나물 몇 가지를 곁들이면 된다는 간단한 설명만 있다. 본래 명절은 제삿날이 아니고 가족들이 모여 잔치를 즐기는 날이었는데 이 때 조상들을 기리지 않을 수 없어 사당에 음식을 올린 것이 오늘날의 차례상이 된 것이다. 차례상을 차리는 원칙은 이처럼 간단한데 형편이 되는대로 정성껏 차리고 올리는 제물의 가짓수에 상관없이 조상을 모시는 정성스러운 마음이 있으면 된다. 하지만 마음이 있다고 해도 조상님께 드리는 차례상 차리기는 만만치가 않다. 대충 차리자니 격식에 안 맞는 것 같고 홍동백서, 조율이시, 반서갱동, 좌포우혜 등 법도를 따르자니 머리가 아프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법이 어렵다고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차례상을 차리는 방법도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고 일관된 원칙에 따라 정착된 것인 만큼 그 원칙을 알고 조금만 신경 쓰면 까다로운 예법도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우선 신위(지방) 앞에 음식을 배열하는 방식은 크게 3~5열 세 가지가 있는데, 최근에는 5열이 널리 쓰이고 있다. 신위에서 가장 가까운 1열은 잔·밥(떡)·국, 2열은 전·적 종류, 3열은 탕, 4열은 포·나물·식혜·김치, 5열은 과일을 놓는다. 4열로 놓을 때는 세 번째 열인 탕을 빼면 된다. 사실 이 순서는 우리의 밥상 순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밥(떡)과 국을 중심으로 해서 전과 탕, 채소 반찬과 그 뒤로 후식인 과일을 놓아 조상님이 드시기 편하도록 한 것이다. 밥(떡)과 술은 신위대로 올리고, 나머지 음식은 신위수와 상관없이 한 벌만 차리는 것도 산 사람들이 밥상을 차리는 방식 그대로다. 밥(飯)은 서쪽(오른쪽)에 놓고 국(羹)은 동쪽(왼쪽)에 놓는 반서갱동(飯西羹東)은 꼭 지켜야 하는데, 이것은 음양의 원리에 따라 죽은 사람은 산 사람과 반대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물은 삼색이 기본이다. 여기서 삼색이란 꼭 세 가지 색을 쓰라는 게 아니라 3이란 숫자를 길한 수로 여기기 때문인데 곡물에서 나온 나물(콩나물·숙주나물 따위), 들나물(시금치·무 따위), 산나물(고사리·도라지 따위) 세 가지를 기본으로 하면 된다.
그래도 제사상 차리기가 어렵다면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제사의 달인, 제사상, 차례상 등의 어플리케이션을 다운받으면 차례 지내는 순서, 상차림, 지방 쓰는 법, 한복 옷고름 매는 법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다면 성균관 홈페이지(www.skkok.com)를 방문하면 된다. 관혼상제 중 제례 메뉴에서는 제사의 종류와 제사상 차리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고 지방문, 축문 등을 쉽게 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차례를 지내는 방법은 지방마다 조금씩 다른데 보통 다음의 순서로 진행된다. 정성껏 차례상을 차린 다음에는 지방(신위)을 중심으로 동쪽(차례상을 향해 오른쪽)에는 남자 자손이 서고 서쪽은 여자 자손이 둘러선다. 제주가 술을 따라 두 번 절한 다음 젓가락을 들어 접시에 세 번 구른 후 가지런히 하여 음식을 놓는다. 다음으로 자손들이 두 번 절하고 6~7분간 방문을 닫은 채 기다리며, 조상님들이 음식을 드시고 갈 때까지 기다린 후 차례상에서 음식을 내려 식구들이 나누어 먹으면 된다.
조상에게 감사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지만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는 추석 풍속
해마다 맞이하는 추석이지만 핵가족화가 가속화하고 인터넷 문화가 확산되면서 추석을 맞는 모습도 크게 달라지고 있다. 조상님께 감사함을 전하는 전통적인 추석의 의미가 없어진다는 우려도 있고 시대에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명절에는 식구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에 의미가 있는 만큼 개인의 가치와 행복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명절 풍속이 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흐름! 시대에 따라 변해가는 한가위 신풍속에 대해 알아보자.
♦ 명절 선물과 제사 음식은 온라인 주문으로~
인터넷이 일상화되면서 제사 음식을 부엌이 아닌 컴퓨터 앞에서 장만하는 것도 추석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용 고객이 늘면서 국내 농산물만을 사용한다든지, 각 시도별 풍습에 따라 차별화된 제사 음식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전략을 내세우는 업계의 광고가 치열하다. 양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버스나 기차를 이용하는 대표적인 명절 풍습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먹을거리가 많은 추석에는 오래 두면 상하는 음식보다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가공식품 선물이 인기인데 보통 가공식품은 무겁기 때문에 택배를 통해 미리 보내고 가벼운 용돈 봉투만 가지고 귀향하기 때문이다.
♦ 차례상 위에 등장한 새로운 과일들
제사상에 올라오는 음식이 달라지는 것도 새로운 풍속 중의 하나다. 보통 차례상에 올리는 음식은 지방마다, 가정마다 조금씩 다른데 전남지역에서는 홍어를, 경북에서는 돔배기(상어고기)를, 안동에서는 자반고등어를, 제주도에서는 옥돔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파인애플, 바나나, 복숭아 등 돌아가신 분들의 취향에 맞는 이색적인 과일을 올리기도 한다. 추석 상차림은 한 해 동안 조상의 보살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 것이니만큼 정해진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식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정도라면 가정마다 새로운 풍속을 만들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역귀성은 기본, 쌍거풀 수술은 선택
해마다 되풀이되는 교통체증에 지친 자식과 학업에 바쁜 손주들을 위해 시골에서 부모님들이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역귀성을 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요즘 명절에는 농촌보다 도시로 가는 길이 상대적으로 더 막힌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다. KTX 등 일부에서는 명절 연휴에 역귀성 차편을 이용하는 고객에게 30% 할인 혜택을 제공하기도 한다. 이뿐만 아니라 명절기간 동안 교통체증을 벗어나 일찍 차례를 지내고 가족이 함께 해외로 여행을 가거나 그동안 미뤄왔던 미용수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미 여행․항공업계와 의료업계에서는 명절을 큰 대목으로 보고 할인혜택 등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하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 시댁은 선택, 처가는 필수
가정 내 여성의 지위가 높아지면서 시댁보다는 처가를 먼저 찾는 가정도 늘고 있다. 우선 시댁에서 차례만 지내고 나면 나머지 연휴는 처가로 이동해서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명절에 아들이 많은 집은 썰렁하고 딸이 많은 집은 북적인다는 말도 있다. 이외에도 합리적인 방법을 택한 가정도 늘고 있다. 해마다 명절에 쉴 수 있는 날이 짧을 수도 길 수도 있기 때문에 설날과 추석과 같이 큰 명절을 구분하여 한 번은 시댁에서, 나머지 한 번은 처가에서 보내기도 한다. 시댁이나 처가가 멀거나 명절 휴일을 모두 사용할 수 없는 직업을 가진 가정에서는 이런 합리적인 방법으로 가정의 평화(?)를 지킬 수 있다.
☞ 이렇게 깊은 뜻이! 송편 찔 때 솔잎을 까는 이유는 무엇?
송편은 곡식이 잘 익게 해줘서 감사하다는 뜻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해 가장 먼저 수확한 햅쌀로 반달 모양이 되도록 빚어 동그란 보름달처럼 농산물을 더욱 잘 키워달라는 의미를 담는다. 송편의 ‘송’자는 ‘소나무 송’인데 이름 그대로 하면 솔잎을 깔고 찌는 떡을 말한다. 송편을 만들 때 솔잎을 까는 이유는 소나무의 기운을 받아 겨울에 건강하게 지내라는 의미도 있지만 솔잎을 사용하면 살균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다른 나무에 비해 10배나 강한 ‘피톤치드’를 내뿜는데 이는 그만큼 살균효과가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 냉장고가 없던 시절에도 솔잎을 이용하면 송편을 오랫동안 상하지 않게 먹을 수 있었다고 하니, 조상들의 삶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해 동안 감사한 분들에게 선물 보낼 때
‘안전하게’ 보내는 방법
추석을 맞아 평소 고마웠던 분들에게 선물을 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물을 보낼 때 보통 택배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 명절에는 다른 때에 비해 택배물량이 많이 몰리는 만큼 배송사고가 일어나기 쉽다. 또한 배송기간이 평소보다 1~2일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여유 있게 미리 보내는 것이 좋다.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선물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택배를 이용할 때 포장법과 주의사항, 파손 시 대처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 “택배 이렇게 포장하면 안전~”
추석에는 과일과 같이 손상되기 쉬운 선물을 보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포장에서부터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먼저 사과나 배, 복숭아, 포도 등은 낱개 포장해서 상자에 담으면 좋은데, 이때 낱개 포장한 후 공기 충전 비닐이나 신문 등을 이용해 상자 속의 내용물을 고정하면 더욱 안전하다. 국물이 있거나 부패가 우려되는 것은 반드시 비닐로 2~3겹 포장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담은 후 아이스팩으로 변질을 막아야 한다. 또한 부직포나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할 때는 주소와 연락처를 적은 운송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물에 젖어도 지워지지 않는 유성펜으로 주소와 연락처 등을 따로 적어두는 것이 좋다.
- “택배가 파손되었다면 이렇게 대처~”
택배 상자를 전달받으면 우선 내용물에 이상이 없는지 얼른 살펴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택배 기사가 떠난 후에 제품의 손상을 증명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인데, 아무래도 번거롭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를 직접 전달받지 못하고 경비실 등에서 찾아왔다면 문제가 발견된 즉시 스마트폰 등을 이용하여 사진을 찍은 다음 택배회사의 고객센터에 신고해야 한다. 택배회사를 통해 배상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는 50만 원이기 때문에 가능하면 고가의 선물은 직접 전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