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쌀쌀하지 않은 날씨의 12월 초,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락의 발길들은 하나 둘 느릿하게 찾아들고
덕분에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넘쳐나니 책 읽을 시간이 많아졌다.
해서 얼마 전에 우듬지님이 추천한 책 "다니"를 읽고 있자니
무설재 신선으로 부터 전화가 날아든다.
문경 동성초등학교 후배들이 서울에서 찾아오고 있다 는 전언 끝에
외출중 인지를 묻는다...이즈음의 행보, 만연한 송년회로 잦은 외출에 뜨락을 비웠을까 싶은 염려지만
한가한 시간을 누리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은지라 책과의 씨름을 즐기면서 생각보다는 굳건하게
무설재를 지키는 중이다.
어쨋거나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뜨락이 시끌시끌...차실을 나가보니
신선과 함께 찾아든 후배 왈,
"무설재를 거의 다 찾아들었으나 금강산도 식후경인라 도로 나가 끼니를 해결하고 왔다" 라네.
서울에서 부터 찾아드느라 끼니때를 놓친 그와 그녀들.
나이란 저절로 세월 속에 함몰되는 것이 아니라 때론 밥 힘으로 달려오는 지도 모를 일이어서
건너 뛴 한 끼는 앉아서 수다 떠는데 완벽하게 필요한 허리 받힐 힘을 빼앗는 것이 아닌지 싶은
노심초사가 앞섰을까...
재경 동문회에서 처음 만나 인연의 싹을 틔웠다는 그들인지라
만남의 쑥스러움이나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타향살이에서 맺어진 인연을 더욱 귀하게 여기며
내 피붙이만큼이나 서로를 챙기는 모습이 참으로 좋아 보인다.
늘 익숙한 것과의 만남, 그것이 비록 그다지 긴 인연이 아니었어도 어쩐지 편안한...뭐 그런 것들과 어울려
무설재 신선은 말없음 가운데서도 편안함 그 자체를 누리는 중이다.
동향이라는 이름만 달아도 누구보다 반겨 맞이하는 것이 우리네 정서이다 보니
신선 또한 그 언저리를 비껴가지는 않는다...아니 더하면 더했지 비껴가기는.
초딩시절부터 단짝이었던 친구,
그 친구는 어릴적 친구의 부탁에 거절하는 법이 없다.
뭘까....아련함? 여전히 친구와의 지나간 시절들이 그리운 것일까?
철모르던 시절의 추억이란 부풀려질대로 부풀려져 천상의 기억으로 다가오는 것 일까?
암튼,
망설임 없이 한걸음에 본업을 젖혀놓고 함께 달려와 별 말없이 시간을 공유하는 그들,
친구라는, 소싯적 동무라는 이름이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를 일이다.
참으로 발랄하다.
스스럼이 없다.
태생적으로 밝고 명랑하다...어떤 수식어를 붙여도 어느 것 하나 낯설지 않은 그녀 서봉옥님.
신선의 5년 후배로 재경 동문회에서 사무국장을 맡을 정도로 적극적이고 야무지고 어울림에
무던하고 무난한 성격으로 누구나와의 조화에 걸림이 없을 듯하다.
단 보기보다 아날로그적 사고와 행동을 가진 탓에 한발 더디게 가는가 싶어도
어느 것 하나 놓치고 가는 법은 없다.
온갖 허드렛 일을 자청하면서도 늘 웃는 모습이고 보면 타고난 천성은 물론이요
서울살이에서 터득한 노하우가 아닐까 싶고 그녀의 반쪽은 문경에서 우리나라 제일의 오미자를
생산 판매 중이라 의외로 기러기 부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천적이고 긍정마인드 가득인 그녀가 예.쁘. 다.
서울살이 20년에도 자청해서 "오늘 시골에서 올라온 아줌마 같다"는 그녀 서옥희님.
누구보다도 격렬하게 문경 사투리를 구수하고 그러나 감칠 맛나게 구사하는 그녀이고 보면
오늘 서울로 올라왔으면 어떠랴...산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을.
그러니까 그녀는 세상살이 어려운 것 쯤은 안중에도 없다.
밟히면 밟히는대로 걸리면 걸리는대로 뚫고 나아가는데야 누가 그녀를 말리겠는가.
도전에 따라 올 자 없고 내침에 당할 자 없는 그녀의 행보는 보기보다 진화된 그래서
무설재 쥔장도 아나로그적으로 감당하는 스마트폰 정도는 쓱싹, 이리저리 만지다가
황소가 뒷 걸음 치다 개구리 잡는 것 보다는 더 빠르게 성능을 찾아내는 묘한 재주를 지녔다.
사고는 아나로그적인데 행동은 디지털적이라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무엇하나 겁나는 것이 없어 주어지면 주어지는 대로 척척 일을 해내면서
새로운 도전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는데 최근에는 산의 매력에 흠뻑 빠져 이산 저산을 오르내리는 재미와
아이들 방과 후 돌봄이를 자처하면서 책 읽어주는 산생님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는 말씀이고 보면
생긴 것은 오늘 시골에서 올라온 아줌마 라는 그녀의 말에 담긴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한다.
조용하다...말 없음표의 사나이 등장이다 채외준님.
물설고 낯설었을 서울살이에 내놓으라는 운전 솜씨로 웬만한 서울 길은 내손 안에 있소이다 를 자랑하는
택시 운전의 베테랑 이지만 소박하고 진중함으로 깔끔하게 서울을 누비고 다니지 않을까 싶은 쥔장 생각.
별 말 없이 앉아서 가끔씩 내뱉는 말, 좋다....그러게
시공간을 초월하는 만남이란 그저 함께 여도 좋기만 한 것을...3년 차의 세월은 어디론가 흘러버리고
비록 선후배로 만나지는 인연일지라도 엮여질 끈이 단단하다면 두 말 할 나위 없이 좋은 우리네 이고 보면
안연, 함부로 대할 일은 아닐 것이다.
한참을 웃고 떠들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시간을 나누면서 더욱 돈독해진 선후배의 인연.
자리를 옮겨 무설재 본집을 탐색하고 사진을 찍으며 즐거움을 나누다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한번, 첫 걸음이 어렵지 두번째 걸음은 쉬울 것이다.
다시금 찾아들 날을 기다리면서 무설재 찾아들기가 소원이었다 는 그녀 서봉옥님의 말을 기억한다.
언제든지 부담없이 편편하게 찾아드소서...
첫댓글 저는 위에 사진에 묘령의(?) 아줌씨가 신선님 어깨에 기대어 앉아 있는 걸로 잘 못 봐서 잠시 "에고 감딱이야~!" 했네 그려~!ㅎㅎㅎ
다담의 즐거움이야 뭐 안 들어도 오디오였을 테고... ㅎㅎㅎ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어쨋거나 유쾌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