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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에게 이명박은 ‘성역’인가
[김종철 칼럼] "계좌 뒤져서 녹색성장 경험 전달 못해" 공개적으로 공격받고도 무반응이니
전직 대통령 이명박이 지난 1월 22일 한국은 물론 세계가 놀랄만한 황당한 주장을 했다. 그는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열린 ‘극동포럼’에 나가 ‘소명(召命)’을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세계 각국이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긴급재정을 편성한 뒤 도로를 포장하거나 교량을 건설했지만 우리는 4대강 사업을 통해 건설경기를 살릴 수 있었고,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자랑했다. ‘혼이 정상’인 인간이라면 입 밖에 낼 수 없는 새빨간 거짓말이다. 교회 장로라는 사람이 목사와 장로 등 기독교인들로 구성된 포럼이 주최한 특강에서 그런 허위사실이 진실인 듯 버젓이 ‘공언’했다는 사실이 더욱 놀랍다.
이명박 정권이 강행한 4대강 사업이 22조원이라는 거액의 국가 예산을 쏟아부어 ‘영포회’를 비롯한 토목업자들과 대기업들에 천문학적 액수의 특혜를 안겼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게다가 그 사업은 국토와 자연을 파괴하는 무도한 행위였다. 이명박이 대통령 자리를 물러나기 직전인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이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시설물 품질 및 수질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가 그것을 입증한 바 있다. “설계 부실로 총 16개 보 중 11개의 내구성이 부족하고, 불합리한 수질 관리로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 한편 비효율적인 준설계획으로 향후 과다한 유지관리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진실이 그런데도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은 세계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경제위기를 넘긴 사업이었지만 나는 지금까지도 역적으로 취급받고 있다”고 억울해 했다.
이명박이 대통령 임기 중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말은 터무니없는 허위이다. 그는 2007년 대통령선거 운동 기간에 ‘연 평균 7% 성장, 국민소득 4만 달러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만들기’(이른바 747 공약)를 내세웠지만 5년 뒤에 드러난 것은 그 공약이 ‘공염불’이라는 사실이었다.
이명박은 특강에서 이런 말도 했다. “다른 전직 대통령들은 여러 가지 안 좋은 일이 발생했지만 나는 아직까지 별다른 일이 없었고, (박근혜 정부가) 우리 정부 장관들도 뒤졌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나는 청렴하고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 이 말도 사실 왜곡과 날조의 ‘극치’를 보여준다. ‘영통대군’이라고 불리던 그의 형 이상득이 갖은 비리와 부정 때문에 옥살이를 했고 그의 측근 다수가 같은 길을 걸었는데도 ‘소명(하느님의 부르심)’을 주제로 한 특강에서 어떻게 그런 거짓말을 할 수 있는가? 지각있는 청소년들은 물론이고 ‘서천 소도 웃을 일’이다.
이번에 ‘청렴’을 유난히 강조한 이명박은 널리 알려져 있듯이 ‘전과 14범’이라는 추한 이력을 가지고 대통령이 되었다. 무허가 건축, 공직선거법 위반, 15 번의 위장전입 등등. 그는 17대 대선 투표일을 앞둔 2007년 12월 7일 “우리 내외가 살아갈 집 한 칸이면 족하므로 그 외 재산 전부를 내놓겠다”며 사회 환원을 약속했다. 그러고는 2009년 7월 6일 장학·복지재단인 청계재단을 설립해서 일부 부동산과 동산을 제외한 재산의 상당부분을 재단에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다. 2009년 8월 공식 출범한 청계재단은 330억여원으로 추정되는 이명박의 부동산 소유권을 모두 이전받았다. 그러나 재산 기탁이 아닌 재단 설립이라는 점과, 이사장과 이사들이 그의 측근들이라는 점에서 진정성을 의심 받았다. 2009년 12월 청계재단이 갚은 채무에는 이명박과 개인친분이 있는 천신일에게서 대선 시기에 빌린 돈 30억원이 포함되어 있었다. 장학금 규모도 처음에 논의되던 계획보다 절반 이상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이명박의 ‘재산 사회 환원’은 대국민 사기극임이 드러나고 말았다.
이명박이 ‘부끄러움 없이 국가를 경영했다’고 주장한 것이 전혀 설득력이 없음은 2012년 18대 대선 시기에 국가정보원, 보훈처, 국군사이버사령부 등 공기관들이 노골적으로 저지른 선거부정행위에서 여지없이 드러난다. 그 기관들의 업무를 감독하는 최고 책임자였던 이명박은 비록 퇴임 뒤에라도 그런 부정이 드러나면 국민들을 향해 마땅히 사과를 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이 선거부정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해 당당히 검찰의 조사를 받을 용의가 있다고 밝혔어야 옳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자원외교’라는 이름으로 해외에 31조원을 투자했다가 국제적 사기를 당하거나 부실한 투자로 국고에 거액의 손실을 끼친 사실은 ‘무능과 무책임’의 대명사였다. 그가 퇴임한 지 한참 지난 2014년 12월 말 국회에서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구성되어 활동에 들어갔으나 여당인 새누리당 의원들이 증인 조사 등을 사사건건 방해함으로써 특조위는 결국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검찰은 ‘부실 자원외교’의 대표 격인 전 석유공사 사장 강영원이 2조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한 혐의로 기소했으나 서울지방법원 형사25부는 지난 1월 8일 “하베스트 인수 과정에서 피고인이 배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런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박근혜 정권 들어 이명박 정권 당시의 대표적 부정과 비리에 대한 사법처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4대강 사업의 위법적 수의계약’, ‘대통령 선거 부정’, ‘부실 자원외교’ 말고도 이명박 자신이 저지른 ‘내곡동 사저에 청와대 예산 도용’ 같은 사건도 없던 일이 되어버렸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박근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노동자, 농민, 빈민, 지식인, 문화예술인 등 각계각층의 여러 인물들을 ‘진실하지 못한 사람’ ‘혼이 비정상인 인간’으로 몰아붙여 왔다. 그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런 사람들 가운데 다수를 탄압하거나 공직 또는 삶의 터전에서 추방했다. 그런데 희한한 것은 ‘혼이 비정상’이라는 면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 할 이명박에 대해서는 박근혜가 지난 3년 가까이 침묵을 계속했다는 사실이다. 이명박은 지난 22일의 경주 특강에서 박근혜를 대놓고 공격했다. “외국은 전직 대통령을 현직과 같이 예우하지만 우리나라는 2~3년간은 가만히 있는 것이 관례”라면서 “재단을 설립해 녹색성장의 경험을 후진국에 전달하고 싶었지만 (계좌 등을) 뒤져서 결국 만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노골적 비판에 대해서도 박근혜는 1월 24일 현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작가이자 연출가인 김상수는 1월 23일 페이스북에 다음과 같은 글을 올렸다.
“이 미친 헛소리를 계속 듣는다는 것은 여간 고역이 아니다. 연합뉴스 보도에 의하면 22일 경주에서 이명박은 자화자찬에 이어 박근혜를 조롱했단다. 박근혜는 이명박이한테 소처럼 단단히 코를 꿴 것인가. 범법자에게 조롱까지 당하고도 꼼짝 못하니.”
박근혜가 공격을 받고도 반박을 하지 못하는 상대는 이명박뿐이 아니다. 이른바 ‘친이명박계’도 박근혜에게는 ‘성역’처럼 되어 있다. 그 계보의 좌장이라는 국회의원은 박근혜가 국민을 무시하는 언행을 보이거나 잘못된 정책을 펼치면 가차없이 비판을 가하곤 했다. 그러나 그를 비롯해서 ‘친이계’의 핵심 인물들은 유승민처럼 ‘배신자’로 낙인 찍혀 철퇴를 맞은 적이 없다. 그런데 친이계는 정작 이명박이 대통령 임기 중에 저지른 온갖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 비판도 하지 않았고, 그가 오늘날 파렴치하게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데도 제동을 걸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는 그들조차 ‘혼이 비정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명박은 대통령 재임 기간에 저지른 위법·불법 행위뿐 아니라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로 어떤 금전적 이익을 취했는지에 관해서도 검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 뒤에 그는 ‘역사의 무덤’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 옳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을 엄단할 의지도 능력도 없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거듭 말하지만, 오는 4월의 총선에서 야권이 연대를 통해 승리함으로써 그를 반드시 법정에 세워야 한다. 불행히도 총선 결과가 야권에 좋지 않게 나온다면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어 이명박을 단죄해야 할 것이다.
[경향신문] 역사적으로 볼 때 한반도에 거주하는 피지배층이 진정 이 땅에서 태어나길 잘했다고 느낀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살아가는 고통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시대에 걸쳐 다양한 기록이 남아 있는데, 최근 인터넷의 집단지성에 의해 그것은 ‘헬조선’이라는 신조어로 압축되었다. 물론 임진왜란 당시에는 영어가 쓰이지 않았으므로, 한양을 향해 질주하는 일본군을 피해 자기 집안 위패를 싸들고 도망가던 선조를 바라보던 조선의 백성들이 ‘헬조선’이라는 단어를 쓸 수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와 비슷한 취지의 분노와 원망의 언어는 다양한 기록에 남아 있다. 조선의 백성들이 영어를 알았다면 ‘헬조선’을 부르짖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임진왜란의 상흔이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병자호란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외적이 북쪽에서 내려온 탓에 임금에게는 백성과 나라를 버리고 만주로 도망치는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 남한산성에 틀어박혔다가 항복을 했다. 당시 조선의 여성들은 침략자들에게 집단으로 납치되었다가 그 중 일부가 무사히 돌아왔는데, 제대로 나라를 지키지도 못했던 남자들이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에게 ‘환향녀’라고 손가락질을 시작했다. 역시 용어만 없다 뿐이지 ‘헬조선’이었던 것이다.
‘헬조선’의 역사는 조선왕조가 몰락하고 대한민국이 시작된 이후에도 지속됐다. 북한군의 동태가 심상치 않았지만 초대 대통령 이승만은 요지부동이었다. 실제로 침략이 개시되자 그는 누구보다 민첩하게 도망길에 올랐고, 모두가 다 알고 있다시피 한강 철교를 폭파하며 자신의 도주로를 확보했다. 폭파되는 다리 위에서 목숨을 잃은 800여명의 국민들, 다리를 건너지 못한 채 발이 묶인 수많은 국민들에게 과연 이 나라가 자유롭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이었겠는가? 조선시대나 일제강점기나 해방 후나 일관되게 ‘헬조선’이었을 따름이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나는 한마디로 단정짓지 못하겠다. 하지만 ‘헬조선’은 그 성격이 매우 뚜렷하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그 의사결정에 따른 책임을 지지 않는 나라, 그것이 바로 ‘헬조선’의 본질이다. ‘윗분’이 되면 아무 판단이나 함부로 내려도 된다. 반면 당신의 신분이 ‘아랫것’으로 결정되어 있다면, 심지어 자신이 내리지도 않은 결정 때문에 덤터기를 쓰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가령 걸그룹 트와이스의 쯔위 사태를 되짚어보자. 애초에 문제의 씨앗을 뿌린 것은 MBC다. 소품으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들고 와서 쯔위의 손에 쥐여주지 않았다면 그런 논란이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미 인터넷 생중계 영상이 나왔고, 그것을 중국의 누리꾼들과 대만 가수 황안이 보았다. 그렇다면 이제 JYP엔터테인먼트에서 소속 가수를 보호해야 할 차례 아닐까 싶었는데, 그들은 초췌한 모습의 쯔위를 앞세운 사죄 동영상을 내보냈다. ‘어떻게 자신들이 보호해야 할 가수에게 저런 짓을 시킬까’ 놀랍지만, 다시 말하건대 ‘헬조선’의 문화적 전통을 염두에 둔다면 전혀 놀랍지 않은 일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재벌 기업들이 앞장서서 벌이고 있는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1000만 서명운동’에 자신의 이름을 적어넣었다. 대통령이 이렇게 팔을 걷어붙이자 총리부터 공직자들이 줄줄이 서명을 하고 있으며, 심지어 입법부의 일원인 국회의원들까지 충성 경쟁에 나서는 추세다. 법과 제도에 의해 움직이는 나라라면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이지만, ‘헬조선’의 문화적 전통 속에서 이것은 너무도 자연스럽다. ‘윗분들’은 이 법이 필요하지만, 그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질 생각이 없다는 확고한 의사의 표현이다. 만약 이렇게 해서까지 법을 바꿨는데 경제가 안 살아나면 그건 서명운동에 참여한 1000만명의 국민 때문이지, 죽었다 깨어나도 박근혜 탓은 아니게 된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는 권한과 책임이 따로 노는 ‘헬조선’에 대한 거부 선언이기도 하다. 국가, 기업, 기타 사회 모든 영역에서 ‘윗분들’이 책임을 지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
<노정태 | 자유기고가>
[경향신문] 물질은 부족해도 사람이 살아있던 시절이었다.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집들에서는 사람 냄새가 났다. 나와 남이라는 경계가 모호하던 그때, 좋은 옷과 맛난 음식이 아니어도 그렇게 부끄럽거나 자존심 상하지 않았다. 그 푸르른 날을 살았던 젊음들은 참 밝고 깨끗해 보였다.
최근 종영한 <응답하라 1988>이 그려낸 풍경화다. 많은 사람들처럼 필자 역시 “그래 그 시절은 참 괜찮았어”라며 그때를 곱씹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시절 청춘들의 삶이 정말 드라마 속 풍경처럼 그렇게 정겹고 빛나기만 했을까.
우리는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곤 한다. 음식을 먹어도 옛날 어머니가 해주시던 그맛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시골풍경만 나와도 옛집을 떠올리며 지그시 담배를 문다. 이처럼 과거를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절로 추억하는 것은 정말 그때가 살 만했고 아름다워서일까?
‘응팔’의 그 시절에도 아픔과 시련은 많았다. 1987년 6·10항쟁의 현장이 잠깐 비치긴 했지만 그 당시 대학생들은 마지막 저항을 계속하던 군부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고교생들은 학교로 독서실로 대학입시에 매달렸고, 젊음들은 저마다의 삶을 위해 가슴앓이를 했고, 부모들은 부모들 나름대로 자식 키우기에 힘들어 했다. 지금이나 그때나 이 땅을 살아야 했던 청춘의 삶은 누구랄 것도 없이 오십보백보였다. 게다가 마지막 장면인 1995년 보라의 결혼식에서 사진사를 향해 “동네친구들”이라고 외쳤던 그 청춘들은 불과 2년 후에는 한국사회의 모든 가치관을 뒤흔들고, 공동체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칼을 겨눴던 외환위기와 맞닥뜨려야 했다.
그 아수라의 세상에서 그들은 어떤 삶을 살아갔을까. 동룡의 음식점은 문을 닫을 수도 있겠고, 덕선은 그렇게 자랑스러워했던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았을까.
이처럼 인간의 삶은 행복과 불행이 번갈아 일어남에도 과거를 아름답게 기억하는 것은 과거의 문제가 아니다. 해답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현재에 있다. 이 시대가 주는 결핍 때문이다. 현재의 결핍과 이루어지지 않는 나의 욕망이 씨줄과 날줄처럼 얽혀 과거를 아름답고 살 만했던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불가에서는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立處皆眞)을 말한다. 처하는 곳마다 주인공이 되며, 서있는 그곳이 오직 진실일 뿐이라고. 곧 현재를 살라는 말이다. 생생히 살아 숨쉬는 지금만이 진실일 뿐 지나가고 다가올 것들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응팔’의 그 젊음들도 시절인연에 따라 그 시대를 열심히 살아갔다. 어찌 영상 속에 그려진 그것만이 그 시절 청춘들의 모습이겠는가. 정도만 다를 뿐 당시 청춘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과 힘겨움 역시 오늘의 청춘들과 그리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2016년 이땅의 청춘들 역시 이 시대를 제대로 살아가야 한다. 기성세대와 기득권자들이 짜놓은 판 위에서 웃고 울고 춤추는 광대로서가 아니라 판을 새로 짜는 주인공으로서 살아가야 한다. 그럼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명약관화하다. 물론 정치권력, 자본권력, 관료권력들의 그물망은 촘촘하기 그지없다. 이들 3대권력은 서로를 도닥이며 기득권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공정한 심판자가 돼야 할 대통령은 이미 룰의 집행자로서 자격을 잃어버렸다. 민주주의의 원칙인 삼권분립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재벌이 벌인 서명판에 스스로 펜을 들고 뛰어들어 서명까지 해댄다. 이에 재벌기업들과 관변단체들은 뒤질세라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다.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알다시피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청춘들의 피가 찬물처럼 식어 버렸다는 것을 일찍이 간파했다. 우리들이 나의 앞길만을 생각하는 파편화된 삶에 골몰하고 있음을 그들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민주주의와 정체된 경제활력, 극우로 치닫는 사회분위기와 북핵위기에 기인한 멀어지는 통일의 꿈 등등. 무엇보다 청년들에게 현실은 암울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시대만을 탓하고 자포자기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더 이상 ‘헬조선’ ‘삼포세대’ ‘이생망’이라는 말로 스스로를 비하하거나 패자의 절망 속에 허덕이고 있어서는 안된다. 현재 자신이 있는 그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분노해야 한다. 바꿔야 한다.
2개월여 후면 우리 공동체의 명운을 가를 총선이 다가온다. 지금 이 땅을 살아가는 선우와 보라, 택이와 덕선, 정환과 동룡이 곧추세워야 할 시대적 화두는 무엇일까. 이 위태로운 시대를 향해 청춘들은 어떤 응답을 할 수 있어야 할까. 응답하라 2016.
<배병문 | 대중문화부장>
[사설] 정권과 재벌의 낯 뜨거운 ‘청년고용대책
[민중의소리]현 정권의 ‘노동개혁’ 압박과 선동이 극에 달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재계의 길거리 퍼포먼스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하는 연출을 하는가하면, 심지어 20일에는 청년고용증대책으로 대학구조조정까지 내놨으니 가관도 이런 가관이 없다. 인력수급의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잘 팔리는 이공계는 늘리고 잘 안 팔리는 인문계는 줄이겠다는 것인데, 이런 단세포식 황당무계한 발상이 또 어디 있을까. 정부 스스로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더라도 이런 행태가 얼마나 허황되고 기만적인지, 그간 정부가 시행해온 ‘청년고용대책’이 얼마나 한심한 것이었는지 낱낱이 밝혀져 있기에 하는 말이다.
기획재정부가 한국고용정보원에 발주하여 지난해 12월 제출된 ‘청년 고용대책 이행 사항 모니터링 및 실효성 제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제출하였는데, 정부의 그간 청년고용대책 모니터링 결과 취업성공률은 26%에 불과하였다. 그나마도 인턴이나 시간제 등 소위 비정규직 나쁜 일자리가 절반에 달하였다. 200만원~ 300만원 사이 월평균임금은 19.3%에 불과하였고, 80%정도는 150만원의 저임금이었다. 취업자 중 대기업은 10.4%, 중견기업은 9.9%에 불과하였고, 중소기업이 62.9%로 압도적이다. 정부의 청년고용대책에 참가한 60%는 여전히 “일자리 찾는 중”으로 조사되었으니 해마다 2조원을 쏟아 부은 결과치고는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해마다 전문대졸 이상 청년 구직자는 약 38만 명씩 증가했지만, 이들에게 적합한 일자리의 증가 폭은 연평균 약 14만 명에 그쳤다. 지난 10여년 쭉 그래왔다. 즉 재벌대기업과 공공부문의 일자리는 오히려 줄거나 늘지 않는데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온통 중소영세기업과 비정규직 저임금 일자리뿐이니 청년실업문제가 해결될 리 만무하다. 특히 노동력 수요의 주된 당사자인 재벌을 방치한 채, 정부가 노동력 공급측면에서만 접근하는 ‘노동개혁’ ‘청년고용대책’이니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다. 도려내야할 암세포는 놔둔 채, 외려 다른데 만 골라서 들쑤셔대 온 셈이다. .
청년실업문제의 근원은 재벌편중의 경제구조와 정권의 그릇된 정책이 낳은 산물일 뿐이다. 08년 경제위기 이후 대다수 국민들이 그 고통을 짊어질 때, 삼성은 당시 7조원에 불과하였던 사내유보금이 232조 7천억원으로 33배나 증가하였고, 10대 재벌기업은 평균 30배나 증대했다. 30대 재벌 전체적으론 710조원이나 축적하였다. 재벌기업은 정부가 청년고용대책을 쏟아낼 때마다 온갖 생색 다 냈지만, 정작 청년일자리에 빗장을 걸어 잠근 장본인은 바로 그들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실노동시간 대폭 축소 등 강도 높은 재벌개혁은 외면한 채, 걸핏하면 노조 탓이고 국회책임을 걸고넘어질 뿐이다. 공공부문 일자리 확충 나아가 청년고용의무제 등 실효적인 대책은 꿈도 꾸지 못한 채 오로지 ‘쉬운해고’와 ‘비정규직 확산’의 ‘노동개혁’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 혹한의 맹추위에 얼어 죽을 각오로 200일 넘게 고공농성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눈길 한번 보내지 않고, 거리 서명에 나선 재벌을 향해선 ‘엄동설한’ 운운하는 걸 보면, 염치도 체면도 최소한의 도덕과 양심도 없다고 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헬 조선’이란 절규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다.
[한겨레] 국방부가 22일 외교·국방·통일부 합동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한·미 군당국 간의 북한 핵·미사일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채널을 올해 안에 구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즉, 이제까지 두 나라가 독자적으로 운영해온 미사일방어(엠디) 관련 정보를 미군의 데이터 교환 네트워크인 ‘링크-16’에 연결해 실시간으로 주고받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의 미사일방어망을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방위망에 편입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또 미·일 군당국 사이에는 이 시스템이 이미 운용되고 있기 때문에 한·미의 미사일 정보 공유는 바로 한·미·일 공동 엠디 체제, 더 나아가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세 나라는 2014년 12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관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을 체결한 바 있다.
국방부 당국자는 이런 방침이 “정보공유를 하는 것이지 엠디 체제 편입이 아니다”라고 말하지만, 궤변에 가깝다. 엠디 체제는 정보-판단-결심-타격의 유기적인 단계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만 분리되어 들어가고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미국 엠디 체제 편입과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에 부정적인 여론을 달래려는 말의 유희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더욱이 북한의 제4차 핵실험 이후 한국과 미국에서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제를 중심으로 한 대북 엠디 강화론을 고려하면, 국방부의 방침은 사드 배치와 한·미·일 공동 엠디 체제를 염두에 둔 사전 터 닦기의 인상을 준다.
북핵 위협이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대비를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한·미·일 엠디 체제 강화, 한반도 사드 배치로 나가는 것은 신냉전을 몰고 와 북의 도발을 억지하기는커녕 지역 정세를 더욱 긴장 국면으로 몰고 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외교적 해법을 뒷전으로 미루면서 군사적 대응만 앞세우는 것은 북핵 해결의 주요 수단인 국제협력을 얻는 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지금은 핵을 가진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할 것인지를 놓고 관련 부서, 관련국 사이에서 먼저 큰 그림을 그린 뒤 그에 맞는 효과적인 대응에 주력할 때다. 두서없는 강경론의 경쟁으론 북핵 억지도 할 수 없고 국제공조만 해치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돌출적인 엠디 강화론은 잘못된 방향 설정이다.
[한겨레]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이 20대 총선의 지역구를 253석으로 현재보다 7석 늘리고 비례대표를 그만큼 줄여 47석으로 하기로 23일 합의했다. 선거가 석 달도 남지 않은 터여서 늦게나마 합의된 게 그나마 다행일 수 있겠지만, 내용을 살펴보면 잘했다고 치하할 일이 결코 아니다.
합의 자체가 만시지탄이다. 국회는 기존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진 지 1년이 넘도록 선거구 획정을 미뤄 사상 초유의 선거구 공백 상태를 초래했다. 이제 합의했다지만 다른 법안과의 연계 때문에 선거법 처리가 늦어질 수 있고, 구체적인 선거구 획정에도 또 시간이 필요하다. 이로 인한 온갖 책임은 여야 정당 모두에 있다.
여야가 서둘러 합의한 내용은 더 실망스럽다. 여야는 그동안 논의된 여러 방안보다 지역구 수를 훨씬 늘렸다. 합의대로라면 여야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 인구 미달로 통폐합되는 선거구는 많이 줄어든다. 대신 수도권 선거구가 늘어나고, 그만큼 비례대표가 줄었다. 비례대표 의석을 희생해 여야가 각각 당선이 확실한 지역구, 특히 농촌 선거구를 지킨 셈이다. 시간만 끌다 게리맨더링으로 끝낸 과거 사례와 다를 바 없다. ‘투표가치의 평등’이란 애초 목표는 실종되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짬짜미’만 남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가장 큰 잘못은 비례대표 축소다. 헌재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선거구별 인구 편차에 따른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거대정당과 군소정당 사이의 투표가치 불평등이다. 승자 독식의 현행 소선거구제에선 유권자 30% 정도의 지지만 얻어도 당선되고 나머지 표는 ‘사표’가 된다. 득표가 의석으로 돌아온 결과를 계산하면 18대와 19대 총선에서 두 거대정당이 얻은 1표는 군소정당이 얻은 표의 4~6배 가치였다. 국회가 소수자 등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두루 대변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이런 한계에서 비롯됐다. 헌재 지적대로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엔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보다 직능 대표성이 더 중요해지는 추세이기도 하다. 당연히 비례대표를 확대해야 하는데도 여야는 되레 이를 줄였다. 시대적 요청에 역행하는 막무가내의 협잡이다.
앞으로 불합리한 선거제도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는 더 절실하다. 선거가 임박해 시늉만 하다 각기 제 이익만 챙기는 일은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
- 끗 -
첫댓글 고맙습니다.
쥐바기??왜하필이시기에?? 냄새가나누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