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잠의 행복
오늘 아침에는 원래 63빌딩 견학을 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어제 하루 종일 돌아다녀 너무 피곤했기 때문에 아침 일정은 취소하고 그냥 푹 쉬기로 하였다. 나는 집에 와서 오래간만에 늦잠을 자고 따뜻한 물로 샤워도 하니 너무 좋았다. 그런데 집에 있으면서 '내가 그동안 너무 편하게 부족한 것 없이 많은 것을 누리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돌구지에서는 부족하지만 감사하며 작은 것을 나누며 부족하면 다른 것으로 대신하며 그렇게 생활했었는데, 집에서는 모든 것이 내 손이 닳는 곳에 있었던 것이다.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것을 한 달여의 광활 생활을 통해 나의 가족을,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 숭실대 견학, 허준수 교수님과의 데이트
점심에는 허준수 교수님께서 서울팀 모두에게 점심을 사주시겠다고 하셔서 선생님이 다니는 학교도 구경하고 맛난 점심도 먹을 겸 해서 숭실대로 모두 모였다. 미라클 팀, 서울 원정대 팀, 꾸러기 팀. 숭실대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우리 조는 교수님을 뵙기 전에 학교 안에 있는 ' 한국 기독교 박물관'을 견학하였다. 박물관의 테마가 기독교 역사여서 그런지 아이들이 받아들이는데에는 조금 어려웠던 것 같지만.. 옛 유물들을 신기해 하며 옛체를 호기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읽는 모습이 천상 어린아이들 다웠다. 또 나는 숭실대의 세워진 역사와 광복 후 기독교로 인해 이루어진 교육, 학교 사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아이들이 잘 듣고 이해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박물관을 견학하고 많은 것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그에 따르는 사전 교육이 선생님으로 부터 이루어 진다면 아이들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물관을 견학하고 나서는 허준수 교수님을 만나뵈었다. 교수님께서 동작자활후견기관의 사업 중 '도시락 사업'을 하는 곳에서 안심 돈까스, 스파게티 등을 미리 주문해 놓으셔서 우리가 도착하니 이미 맛있는 점심이 준비되어 있었다. 양이 굉장히 많고 맛도 좋았는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했다. 남기는 음식이 아까워서 열심히 먹어보려했지만, 너무 배가 불러 차마 다 먹지 못하고 많이 남겼다. 얼마나 아까웠는지 모른다. 그렇게 점심을 모두 먹고 나니, 교수님께서 " 여러분, 점심을 얻어 먹었으니 밥값을 해야겠죠?" 농담처럼 말씀하시며 우리에게 모두 자리에 앉으라고 하신다. 그리고 나서는 학년 별로 나와서 칠판에 아이들 자신의 이름, 학년, 좋아하는 과목, 장래희망을 적어보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처음에는 쭈뼛쭈뼛하였지만 나중에는 신중하게 하나하나 적었다. 교수님께서는 아이들이 다 적은 것을 보시고 아이들의 이름을 불러 얼굴을 확인하시고는 피드백을 해주셨다. 교수님께서 선희에게는 " 네 꿈은 경찰이구나. 정의로운 경찰이 되어야 한단다. 하지만 약자를 돌보는 마음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복지를 공부하는게 어떻겠니. 그리고 나서 시험을 쳐서 경찰이 된다면 참 좋겠다." , 가애에게는 " 소아과 의사 참 좋지. 저녁에 급하다고 호출불려갈 일도 없고 말이야. 하하. 그런데 의사가 되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한다" 이렇게 말이다. 이렇게 교수님을 뵙고 와서 아이들이 자신들의 꿈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는지 너무도 좋아했다. 특히 선희는 사회복지학과를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이야기를 하니 사회복지를 전공하는 나로서는 참 기분이 좋았다.
★ 세계가 내 손에 있소이다
교수님을 만나뵙고는 다시 부천으로 왔다. 원래의 계획은 스케이트를 타는 것이었는데 스케이트 장에를 가보니 빙판이 너무 녹아서 스케이트 타는 사람들이 너무 재미없게 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는 그 옆에 있는 아인스월드를 가기로 했다. 입장권이 너무 비싸서 스케이트 장에 가기로 한 것이었는데..지혜 선생님 아버지(조병천 님)께서후원금을 긴급 지원 받아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아인스월드'는 유네스코에 지정되어 있는 세계 문화 유산을 실제크기의 1/25로 재현 축소해 놓은 세계 건축물 테마파크이다. 나는 부천에 살고 있으면서도 입장권이 너무 비싸서(어린이 10000원, 어른 16000원, 평일 기준) 들어가 보지 못했었는데 아이들 덕분에 들어가 보게 되니 너무도 좋았다. 25개국 109점의 유명 건축물들이 있었는데 가장 인상깊고 멋이 있던 건물들은 영국 존에 있는 빅벤, 웨스트민스터 사원, 버킹엄 궁전이었다. 그 웅장함과 정교함에 반했었다. 특히 빅벤은 거꾸로 가는 시계로 유명한 곳인데, 이 곳의 미니어처에도 거꾸로 가는 시계가 달려있어 우리는 이 것을 보고 함성을 질렀었다. 또 유럽 존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왔는데, 여기서 우리 조 아이들은 리듬에 맞추어 흥겹게 춤을 추기도 했다. 매사에 참 자연스럽고 감정도 풍부하고 솔직한 아이들임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에서는 4시쯤 이곳에 들어가 6시에는 입체 영상관에서 '공룡 구출 대작전' 3D 영화도 보았다. 입체 안경을 쓰고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서 짧은 영화를 관람했는데 의자가 어찌나 앞, 뒤, 옆으로 흔들리는지 무서워서 혼쭐이 났다.
★ 2기 미영 선생님과 투나에서 데이트
오늘 저녁은 2기 미영 선생님이 저녁을 사주신다고 하셔서 7시쯤 아인스월드에서 나와서 송내로 부지런히 나갔다. 미영 선생님이 저 발치에서 보이니 지난 2기때 함께 모둠여행을 했던 성실이와 선희가 너무 반가운지 선생님께로 뛰어가 안겼다. 아름이와 가애는 처음 뵙는 선생님이었지만 편안하게 인사하며 저녁을 먹으러 갔다. 우리는 송내에 있는 대형 쇼핑몰 '투나'에 올라가 냉면과 덮밥으로 저녁을 먹고 투나 구경을 하였다. 예쁜 옷들도,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옷들이 너무 많아서 우리는 유혹을 참느라 너무 힘이 들었다. 옷도 구경하고 악세사리들도 구경하고 눈 요기를 참 잘한 시간이었다.
★ 여행의 하이라이트, 마지막 밤이여..
집으로 돌아오니, 지혜 선생님 아버지께서 아이들에게 주신다며 노트와 색연필을 사놓으셨다. 또 저녁을 푸짐하게 먹었는데도 피자를 시켜 주셔서 우리는 냠냠 맛있게 또 먹었다.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라 하는지 선물도 못 받고 배불러서 피자도 먹지 못했지만 난 마냥 기분이 좋았다. 11시쯤이 되어서는 아름이가 산 초와 우리 집에 있던 초를 꺼내어서 불을 붙이고 불을 끄고 차분히 앉아 분위기 잡고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다. 그런데 갑자기 아름이의 초에서 크게 불이 일더니 불이 날 것 같은게 아닌가. 우리는 잽싸게 초를 끄고는 다시 불을 켰다. " 분위기 잡다가 사람 잡겠다, 어휴.." 우리는 부모님께 여행의 소감과 감사하다는 인사를 덧붙여 편지를 썼다. 아이들은 " 부모님께 편지쓸 때는 부모님을 어떻게 불러야하는지 모르겠어요~ 맨날 엄마~ 하고 부르는데 편지쓸때만 어머니~ 하려니까 너무 민망해요." 한다. 그래서 나는 " 그냥 편한대로 써~ 감정이 담긴 글이 더 중요한 거지 뭐.." 했다.
★ 나의 행복지수
편지를 쓰고 나서는 <나의 행복지수>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나의 행복지수는 자신이 태어나서 지금까지 어떠한 일이 있었고 그리고 30세 까지 어떠한 일이 있을 것 같은지 상상하여서 그 때의 행복 점수를 그래프로 표현하는 인간관계 훈련 중의 하나이다. 나는 이 활동을 통하여 아이들이 서로에 대해 더욱 알고 친해지고 아픈 감정이 있었다면 개방하고 서로의 위로를 통해 치유받기를 원하는 마음에 이 활동을 해 보았다. 아이들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편하고 자유롭게, 솔직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가애 같은 경우는 걸음마를 4살에야 시작했는데 그 때 부모님께서 너무 기뻐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때 저도 가장 행복했을 꺼예요" 이야기를 해 주셨고 9 살때 교통사고가 나서 많이 다쳤을 때에는 너무 힘들었다며 행복지수가 거의 바닥에 달하기도 했다. 아름이는 가장 행복한 순간이, " 저는 가장 행복했을 때가요, 11살 그니깐 작년에 밀크라는 강아지 데리고 왔을 때예요."라고 한다. 지금은 그 강아지가 너무 커 버려서 다른 사람에 주었다고 하는데 그래서 많이 서운하다고도 하고. "저는 빨리 중학생이 되고 싶어요. 중학생이 되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며 15살에 행복지수 만점이다. 아름이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초등학교 6학년 때가 떠오른다. '나도 빨리 중학생이 되어 교복이 입고 싶었었는데...' 선희는 올해 남자친구가 생긴게 일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20살에는 꼭 대학의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할 꺼라며 그때가 되면 너무너무 행복할 것 같다고 어서 선생님같은 대학생이 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선희가 가장 힘들었을 때에는 9살에 철암을 떠나 천안으로 전학을 갔었을 때라고 했는데, 다시 철암에 와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고 이야기를 했다. 성실이는 5살때 화상 입고 12살 작년에 팔이 부러졌을 때 너무 슬펐다고 이야기를 했고 12살 지금 서울 여행을 같이 온 친구들과 자매를 맺은 때가 너무 행복했다고 한다." 저희들끼리 서로 따돌리지 않고 친하게 지내기 위해서 자매를 맺었어요. 같이 돈도 절약해서 공부방에 필요한 책도 살꺼구요. 이 우정 꼭 지켜 나갈 꺼예요." 라 한다. 지금 철암 초등학교의 문화는 서로 왕따 시키는 것이 자연스러운 놀이처럼 팽배해져 있다고 하는데.. 이렇게 친구를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계속되었으면 그리고 널리 퍼졌으면좋겠다. 이 시간을 마치고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학교이야기, 남자친구 이야기를 들었다. 아이들의 수다가 어찌나 재밌고 유쾌한지 시간이 많이 지났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듣고 있었는데 어느 덧 1시가 다가왔다. 나는 너무 피곤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아이들은 서울의 마지막 밤을 잠으로 보낼 수 없겠는지 쉴새 없이 이야기를 계속한다. ' 그래, 선생님 집에서의 마지막 밤. 못 다한 이야기 나누며 즐겁게 보내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