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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재사랑-160차 산행] ♣ 강원도 평창 <백적산(白積山>
▶ 2016년 1월 17일 (일요일) ◀
♣ [산행 코스]… [중부-영동고속도로]→ 평창I.C→ 평창 대화면 모릿재 터널 입구→ 모릿재→ 899고지→ 975고지→ 새판재(안부)→ 백적산→ (하산길)→ 이목정(평창군 봉평면 이목정리)→ 봉평→ 424도로→ 홍천군 내면 식당→ 56번도로→ [동홍천→경춘고속도로]→ 귀경
♣ [프롤로그] — 새해, 그 순결한 시간의 백지 위에 희망이라는 삶을…
☆… 2016년 새해가 밝았다. ‘새로운 시간(時間)의 시작(始作)’은 늘 우리를 설레게 한다. 앞으로 다가올 미지(未知)의 시간에 대한 기대감과 희망 때문이다. 우리말에서 ‘해[年]’라는 글자는 ‘희다(白)’는 말에 어원을 두고 있다. ‘희다’는 것은 아무것도 쓰지 않은 백지(白紙)이고, ‘처음’이라는 의미이다. 우리의 삶이란 이 화선지의 빈 공간에 ‘희망’이라는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이다. 어디 새해만이 그런가. 하루 하루 새날을 맞는 아침도 다르지 않다. 옛날 탕(湯) 임금은 아침마다 당신이 사용하는 세숫대야에 새겨놓은 ‘苟日新 日日新 又日新’, 즉 ‘진실로 날로 새롭게 하고, 날로 날로 새롭게 하라’는 글을 마음에 새기면서 하루를 시작했다. 그리하여 탕(湯) 임금은 만인이 흠모하는 성군(聖君)이 되었다. 그의 통치가 태평성대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가 통치하는 나라는 ‘너와 나 그리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살았다. 이 글귀는 우리 옛 조상들도 수신(修身)의 좌우명으로 삼아왔고, 오늘을 사는 우리도 마음에 새길 만하다.
☆… 사실,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은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무척 어려운 상황이다. 파행을 거듭하는 구태정치는 끝내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갖은 난관과 어려움 속에서 예측할 수 없는 경제 상황도 난맥이지만, 사회는 법질서와 기강이 무너지고 하루도 빠짐없이 패륜적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으로 야기된 가공할 국가적 위기 앞에서도 국민적 분열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으니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난국을 슬기롭게 타개하고 ‘더불어 살아야 한다!’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숙명적인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 20세기 최고의 문호로 불리는 미국의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 그는 만년의 역작인 ‘노인과 바다(The Old Man and the Sea, 1952)’에서 “어쨌든 하루하루가 새로운 날이다(Every day is a new day)”하며 포기하지 않는 불굴(不屈)의 의지(意志)를 희망(希望)으로 승화시켰다. 84일 동안이나 물고기를 잡지 못한 늙은 어부가 ‘오늘만은 꼭 성공하리라’는 다짐을 마음에서 되뇌는 말이다. 그는 작품에서 “인간은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게 아니야, 죽었으면 죽었지 패배란 있을 수 없다”, “물고기가 잡히지 않을 때에는 물고기가 나에게 사색할 시간을 주었다고 여기면 된다” 등의 어록을 남겼다. 소설 속 이야기는 잡은 고기를 지키지 못하는 안타깝고 슬픈 결말로 끝을 맺지만, 헤밍웨이는 이 작품으로 엄청난 반향을 일으키며, 퓰리처상(1953년)과 노벨문학상(1954년)을 받는 영예를 안았던 것이다.
♣ [오늘의 산행지] — ‘한강기맥’에 갈라져 나온 ‘주왕지맥의 백적산’
☆… 오늘의 산행지 백적산(白積山)은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과 진부면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으로, 평소 일반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오지(奧地)의 산이다. 여름철이면 원시림으로 울창한 산이다. 민창우 대장의 말에 의하면, 오월-유월에는 ‘산나물의 천국’이라고 했다. 그만큼 자연의 생태계가 건강하게 보존된 곳이다. 백적산이 소속된 주왕지맥은 백두대간의 오대산[두리봉]에서 갈라져 나온 한강기맥의 계방산 동쪽 2km지점에서 남하하여, 영동고속도로[진부터널]를 넘어 백적산(1,143m)을 솟아 올리고, 그 아래로 잠두봉, 백석산(1,365m), 가리왕산(1,561m), 청옥산(1,256m)을 거쳐 동강의 백운산(883m)과 영월의 봉래산(800m)으로 이어져 대미를 짓는 산줄기이다.
☆… 주왕지맥을 분수의 경계로 하여 그 동쪽에는 진부의 오대천(五臺川)이 흘러 내려 여량에서 내려오는 골지천과 만나 정선의 조양강이 되어 동강(東江)으로 이어져 흐르고, 지맥의 서쪽의 산록에서 발원한 봉평천-대화천이 상류가 되어 평창강에 유입 되어 흐르다가, 평창의 한반도면에서 주천강과 합류하여 서강(西江)이 되어 흐른다. 주왕지맥이 마무리되는 영월에서 동강과 서강이 만나 남한강(南漢江)의 본류가 되는 것이다. 산의 지맥은 하나의 대맥에서 여러 갈래로 갈라져 나오고, 물은 여러 지맥의 수많은 산곡에서 발원하여, 그것이 모아지고 모아져서 하나의 큰 가람을 이루나가는 것이다.(山主分而脈本同其間 水主合而源各異其間))
♣ [산으로 가는 길] — 신임 ‘남정균 회장’-‘민창우 기획’-‘박은배 회계’ 체제의 첫 산행
☆… 오늘은 2016년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신임 남정균 회장을 위시하여 김준섭·김영이·한영옥 부회장, 민창우 기획위원, 박은배 회계위원, 김화영 산행전문위원, 김동만 대장, 유형상·허향순 부대장, 오수정 감사 등 우리 산악회의 새로운 집행부가 시무(始務)하는 산행이다. 특히 김동만 대장은 새로 산행대장으로 위촉된 멋쟁이 산악인다. 날렵하게 산을 잘 타서 ‘다람쥐’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된다. 전임 장병국 회장은 고문으로 추대되었다. 오늘은 개인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한 김영이 부회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임원들은 모두 참석하였다. 그리고 호산아 고문을 비롯하여, 김의락 님, 강재훈 님, 안상규 님, 전평국 님, 조인규 님과 그 지기, 박건우 님, 홍명식 님, 김기봉 님, 문승배 님, 김재철 님 부부, 장태임 님, 이달호 님, 박현주 님, 장영서 님, 이명자 님과 이정선 님, 조희우 님과 아들 우현 군, 지평의 지기 강우신, 임백기 두 분, '다람쥐' 대장의 지기 순이 님 등등 많은 대원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그 동안 잘 참석하시던 전진국 님과 이종열 님 그리고 김영이 부회장과 나천옥 님이 오늘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 오전 7시 50분, 예정시간보다 늦게 서울의 군자역을 출발했다. 약속된 시간은 꼭 지켜야 한다. 우리의 분홍버스(진성관광 권용길 기사)는 중부고속국도와 영동고속국도를 타고 원주의 문막휴게소를 경유하여, 오늘의 산행지인 강원도 평창을 향해 질주해 나갔다. 달리는 버스 안에서 신임 남정균 회장이 새해 인사와 함께 ‘우리 산악회 발전을 위하여 정성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히고 회원들의 아낌없는 성원을 당부했다. 장병국 고문도 여전한 ‘미남론’으로 덕담을 했다. 이어서 신임 민창우 총무·기획위원이 ‘유인물’을 통하여 오늘의 산행지 ‘백적산’에 대한 안내와 우리 산악회 ‘2016년 연간 산행계획’을 발표하였다. 우선 2월은 눈 산행에 초점을 맞추어 산행지를 정하고, 3월에는 <시산제>를 거행하고, 4월에는 전라남도 완도의 ‘상황봉’을 무박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나머지 자세한 계획은 ‘카페’에 올릴 것이다.
♣ [산행 들머리 ‘모릿재’] — 강원도 평창군 대화면과 진부면을 잇는…
☆… 평창I.C에서 국도에 내린 우리의 버스는 평창군 대화면 31번국도를 따라 잠시 남행하다가 대화면와 진부면을 잇는 산간도로를 타고 들어가 모릿재터널 입구에 도착했다. 오전 10시 20분, 산행의 들머리에 이른 것이다. 모릿재는 주왕지맥의 백적산과 잠두봉 사이의 고갯마루[鞍部]이다. 지금은 터널이 생겨 산을 오르는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한다. 산록의 응달에는 일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이곳에서 남쪽으로는 잠두봉-백석산-가리왕산이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백적산으로 올라가는 길목을 따라가면 한강기맥으로 이어진다.
♣ [6.25전쟁의 격전지-백적산] — ‘역사는 그렇게 피의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다’
☆… 그런데 백적산은 6·25전쟁의 격전지로 유명한 곳이었다. 모릿재 한편에 <6.25 전사자 유해발국 기념지역>-‘하진부리 전투지역’ 입간판이 서 있었다. 그 내용의 전반은 이렇다.
▶ 이곳 백적산 일대는 6.25전쟁 당시 1951년 3월 6일부터 12일까지 7일간 국군 제7사단과 북한군 2군단 사이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곳으로 험준한 산악지형을 사이에 두고 국군과 분한군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거듭한 끝에 국군은 백적산 일대와 속사리~하진부리 지역을 수복하는 데 성공하였으며, 전투 결과 북한군 1,160명 사살, 포로 19명과 소총 등 132정을 노획하였고, 국군은 130명 전사, 99명 부상, 180여 명이 실종되는 등 수많은 국군 장병들이 포연과 함께 사라져간 순국의 현장입니다.
☆… 그리고 국방부와 36보병사단의 이름으로 내걸린 입간판에는 ‘2008년부터 국군전사자 유해 발굴 작업을 진행하여 지금까지 12구의 유해를 수습하여 국립현충원에 안장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오늘 이 백적산 산행을 시작하면서 나라를 위해 젊음을 바친 호국 영령들을 생각하며 잠시 마음의 묵도를 올렸다. 평화는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역사는 그렇게 피의 대가로 이루어진 것이다. 지금은 평화롭기 그지없이 등산을 즐기는 산이지만 이곳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목숨을 바쳐야 했던가. 그런데 아직도 이 강토는 안보의 위험지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반도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 [산행의 들머리 모릿재] — 눈이 쌓인 산길을 오르는 대원들…
☆… 오전 10시 50분, 모릿재 이정표에서 본격적인 산행에 시작되었다. 오늘의 백적산 산길에는 우리 산악회 대원들만이 산행을 했다. 날씨는 엷은 구름이 끼었지만 지난 주중의 한파(寒波)와는 달리 오늘은 비교적 포근한 날씨였다. 산의 남쪽 기슭은 눈이 녹아 낙엽이 수북한데 응달이나 높은 산록에는 일전에 내린 눈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길은 외줄기, 대원들이 열(列)을 지어 산을 오른다. 오늘 산행의 선두는 ‘반소매’ 승조 김화영 대장이 서고, 후미는 김동만 대장이 대원들을 수습하여 오기로 했다. 베토벤 유형상 부대장은 중간에서 대원들의 산행을 도우며 고리를 잇는다. 산길은 처음부터 오르막이었다. 산록에는 여름의 옷을 다 벗어버린 나목(裸木)들이 적막하게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처음 산길은 마른 낙엽이 버석거렸지만 그 다음 이어지는 오르막길 주변은 눈밭이었다. 겨울의 정취가 싸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몸은 훈훈해지고 금방 땀이 솟는다. 이마에 와 닿는, 차가운 공기의 감촉이 아주 산뜻해서 좋다. 바람이 불지 않아 한결 쾌적한 느낌이다.
♣ [899고지를 지나고] — 올려다보면 아득하고 돌아보면 쏟아질 듯한 가파른 오르막길
☆… 오전 11시 10분, 899고지에 이르고 금방 안부로 내려섰다. 바람이 불지 않는 고즈넉한 눈밭이다. 응달의 산기슭에는 적설이 그대로 쌓여 있었다. 다시 오르막을 차고 오른다. 길은 주왕산맥의 능선 길이다.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한참동안 계속되는 오르막길, 그리고 다시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산의 남쪽 기슭은 눈에 다 녹아서 마른 낙엽이 쌓여 있고 북쪽의 응달의 산길은 눈이 그대로 쌓여 발아 푹푹 빠지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안부로 내려가다가 다시 아득한 오르막길이 앞을 가로막았다. 눈이 다 녹은 마른 낙엽이 쌓인, 경사가 아주 심한 오르막길이다. 대원들의 간격이 점점 벌어진다. 산은 토산(土山)인데 급경사의 산길은 길었다. 한참을 올라가다 올려다보면 아득하고 뒤를 돌아보면 쏟아질 듯 아찔한 느낌이 든다. 몸의 균형을 잡지 못하면 구르기 십상이다. 다리의 근육이 긴장하고 통증도 증가되었다. 아주 가파른 경사면, 퍼석퍼석한 낙엽 길을 오르며 숨은 턱에 차올랐다.
♣ [975고지를 지나고] — 그리고 하얀 눈길을 오르는 대원들의 상기된 얼굴
☆… 오전 11시 47분, 975고지 산마루에 올라섰다. 힘겨운 경사면을 타고 오른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앙상한 나목의 가지 사이로 멀리 잠두봉-백석산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장엄하게 뻗어가는 겨울 산의 풍경이다. … 이제 눈 쌓인 능선 길, 서서히 내려가다가, 다시 얼마간의 바위가 있는 길을 따라 능선을 차고 오른다. 하얀 눈길을 오르는 대원들의 상기된 얼굴이 생기가 넘치고 볼그레한 안색이 잘 익은 복숭아 빛깔이다. 뒤를 따라 올라오는 길목에서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 [‘안부 새판재’를 지나고] —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막바지 가파른 산길
☆… 백적산 주봉을 앞에 둔 안부(鞍部)로 내려왔다. 지도상에 ‘새판재’로 표기된 곳이다. 얼마간 평탄한 눈밭, 가늘고 앙상한 나뭇가지가 눈 속에 뿌리를 묻고 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숨을 고르고 나서 다시 가파를 산길을 차고 오른다. 경사가 아주 급한 곳이라 안전자일을 설치해 놓았다. 자일을 나무에 조여서 매어놓아서 자일이 나무를 파고 들어간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문승배 대원이 “저거 그대로 두면 나무가 죽겠는데…” 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자일이 나무를 조인 것이 아니라 나무가 자라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살아있는 나무다. 산길은 경사가 아주 가팔랐다. 대원들은 설치 된 자일을 잡고 오르기도 했다. 토산인 975고지와는 달리 가파른 산길에 바윗덩어리가 앞을 가로 막고 올려다 보인다. 응달의 눈이 그대로 있어 겨울 산을 타는 맛이 난다. 일단의 바위에 올라서니 동쪽과 남쪽의 산세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개를 돌려 정상이 있는 서쪽을 바라보니 높다란 바위에 승조 대장이 두 팔을 벌리고 포즈를 취한다. 따라오는 대원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정상을 치고 올랐다.
이 엄동설한 한 겨울에, 그것도 1,000m 고지의 설산 위에 장갑도 끼지 않고 반소매 티 하나 걸치고 의연히 서 있는, 저 사나이!! 그는 누구인가!
♣ [해발 1,143m, 백적산 정상] — 주왕지맥과 백적산에서 바라본 장엄한 산군(山群)
☆… 낮 12시 30분, 백적산 정상(頂上)에 올랐다. 지도상에는 1,143m인데 정상의 이정표에는 1,141m로 표시되어 있었다. 승조 대장을 비롯하여 김기봉 님, 김영서 님 등 선두의 대원들이 이미 도착하여 후속 대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정상은 눈이 덮여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사방이 첩첩산(疊疊山)이다. 앙상한 겨울나무들이 조밀하게 서 있는 설산의 풍경이 아득하게 포진되어 있다. 북쪽으로 용평면 계방산으로, 남쪽으로는 백석산으로 이어지는 주왕지맥이요, 서쪽에는 가까이 대화의 금당산(1,173m)이 솟아 있고, 동쪽으로는 진부면 오대천 건너의 두타산(1,394m) 산줄기와 그 뒤쪽으로 용평의 발왕산(1,458m)을 비롯한 백두대간의 첩첩산봉들이 포진하고 있는 것이다. 백적산은 이렇게 평창의 대화면과 진부면, 그리고 용평면의 한 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 대원들이 올라오는 대로 정상의 이정표를 배경으로 하여 인증샷을 눌렀다. 김동만 대장이 수습해서 올라온 후미의 대원들이 모두 정상에 올랐다. 대원 전체의 기념사진을 찍고, 또 지기와 어울려 사진을 찍기도 했다.
♣ [양식없는 사람들] — ‘그들에게 산(山)은 먹고 마시고 놀다가는 행락의 장소일 뿐이다!’
☆… 그런데 산정(山頂)에는 ‘꼴볼견 인간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0여 명이 넘는 일군의 남녀등산객들이 산 정상의 너른 공간을 독차지하고 앉아서 버너에 불을 피워서 불판 위에 지글지글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희희낙락 왁짜하게 떠들면서 산중에서 불을 피우고 기름진 고기를 구워먹고 있는 것이다. 이건 ‘꼴볼견’이 아니라 ‘범법자(犯法者)’들이다. 대한민국 어느 산에서도 불을 피워서 취사(炊事)를 하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다. 산중에서 담배 한 대를 피우는 것도 벌금 50만원을 부과하는데, 삼삼오오 모여앉아 몇 개의 버너에 불을 피워 취사를 한다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그냥 사자후(獅子吼)를 토하여 대갈(大喝)을 하고 싶었으나 ‘막무가내 싸움판’이 될 것 같아 속으로 삼키고 말았지만 참으로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민 대장도 아주 불쾌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 산불의 80% 이상이 등산객들의 담뱃불이나 이러한 취사 중의 실화(失火)로 발생했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저 같은 무리들에게는, 산(山)이란 심신을 단련하고 자신을 정화하는 도량(道場)이 아니라, 단순히 먹고 마시고 놀다 가는 행락(行樂)의 장소일 뿐이다. 양식 없는 사람들이 판을 치는 세상의 구태가 이 무구한 산중에서 태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 [하얀 눈밭에서의 오찬(午餐)] — 따뜻한 마음과 정성을 나누는 자리…
☆… 그래서 우리는 저들을 피하여 내려온 1,100고지의 산록의 눈밭에 자리를 잡아서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1시, 불편한 눈밭이지만 집에서 준비한 도시락으로 내어놓고 다함께 요기를 했다. 산에서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즐거움이 있고, 그래서 따뜻한 정감이 넘친다. 건네주는 막걸리 한 잔이 더운 가슴을 시원하게 쓸어내리고, 따라주는 커피 한잔이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오늘은 하산하자마자 신년회를 겸하여 산행 뒤풀이가 계획되어 있어 너무 배불리 먹지 않도록 환기했다.
♣ [급경사의 눈밭 하산 길] — 산죽(山竹), 하얀 눈밭에서 푸른 기개(氣槪)를 세우는…
☆… 오후 12시 45분, 점심식사 후 산행을 계속했다. 지금부터는 아래로 내려가는 하산 길이다. 백적산 정상의 주왕지맥에서 벗어나 이목정리의 굴암사로 내려가는 산길이다. 산록에는 경사가 급하고 많은 눈이 쌓여 있어 매우 미끄럽고 몸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웠다. 대원들 모두 아이젠을 장착하고 조심스럽게 열을 지어 산을 내려왔다. 눈밭에 미끄러져 ‘자기영역 표시’를 하는 대원도 있었다. 경사진 눈길을 30분 정도 내려오니 산죽(山竹)의 군락지가 나타났다. 눈밭 속에 푸른 기개를 칼날처럼 세우고 있는 산죽의 자태가 산인(山人)의 생기를 솟아나게 했다. 오늘은 푸근한 날이지만 혹한의 강풍이 몰아치는 날에도 산죽은 제 빛깔을 그대로 살려서 바람을 가를 것이다. 겨울 산, 눈밭에 살아 있는 생명은 경이롭다.
후미 대원들을 수습해오는 다람쥐 김동만 대장
♣ [밭을 가로 지르고] — 눈 덮인 산간 도로는 빙판(氷板)이었다!
☆… 완만하게 내려오는 능선 길이 이어졌다. 안부에 이르러 좌측으로 산중의 밭길로 내려섰다. 눈 쌓인 평원에서 대원들의 무사 하산을 기념하는 전체사진을 찍고 산간도로로 내려섰다. 콘크리트로 포장된 1차로의 산길에는 눈이 덮여있고 일부 구간에는 눈 속에 아주 미끄러운 빙판이어서 조금만 삐끗하면 그냥 ‘발라당’ 넘어지기 십상이다. 민 대장과 김 대장이 아이젠을 풀지 말라고 당부한 이유가 있었다. ‘꽈당’, 결국 풍성한 엉덩방아로 강원도 평창에 ‘자기 땅’을 표시한 대원이 속출했다. 호산아의 카메라가 그 중의 한 장면을 놓치지 않았다. 다치지 않고 넘어져서 모두 재미있게 웃었다!!
꽈당!!
♣ [하산 완료] — 신년회를 위하여 홍천의 내면으로 향하는 길
☆… 오후 2시 정각, 용평면 이목정리, 굴암사 입구의 도로에 하산을 완료했다. 우리의 버스가 늦게 도착하여 도로(‘굴안이길’)을 따라 한참 내려오다가, 연락을 받고 들어오는 버스를 맞이하여 승차했다. 오늘 신년회 및 산행 뒤풀이는 홍천군 내면에 있는 식당에서 하기로 예약을 해 놓았다. 우리는 이목정리에서 6번 국도로 나와 대화의 장평에서 봉평을 경유하여 424번 지방도로를 이용하여 예의 ‘보래봉터널’을 통과하여, 구룡령으로 가는 56번 국도에 위치한 내면의 식당을 향하여 주행했다.
♣ [대화 장평에서 봉평을 지나며] — 작가 이효석(李孝石)의 문학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곳
☆… 그런데 대화의 장평과 ‘봉평’을 잇는 이 길[6번 국도, 경강로]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단편소설『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가 된 곳이다. 소설에서 '허 생원'은 방울소리 처량한 나귀를 끌고 '동이'와 함께 봉평장에서 대화장까지 70리 길을 달빛을 조명 삼아 타박타박 걷던 그 길이다.
봉평으로 들어가는 길목 [2014. 이효석 생가 탐방 때 쵤영한 사진] ☆… 그날 우리도 이 길을 지나갔다
☆… 요즘 <효석문학 100리길>로 단장한 흥정천 옛 둑길은 제방공사로 약간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달맞이꽃이 길섶을 수놓고 길이 좁아 세 사람이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서서 걷던 산길은 국도 6호선으로 확장 포장되어 버렸다. <효석문학 100리길> 중 제1구간인 ‘문학의 길’은 봉평의 물레방앗간에서 팔석정과 노루목 고개를 지나 속사천 여울목까지 7.8㎞. … 흥정천 ‘팔석정(八石亭)’은 시조 ‘태산이 높다하되…’ 그 <태산가>를 부른 양사언(楊士彦)이 강릉부사 시절에, 이곳의 수려한 경치에 반해 정사도 잊은 채 8일 동안 신선처럼 노닐며 경치를 즐겼다는 곳이다. 여덟 군데의 바위에는 낚시하기 좋은 바위라는 뜻의 석대투간(石臺投竿)을 비롯해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州), 석지청련(石池靑蓮), 석실한수(石室閑睡), 석요도약(石搖跳躍), 석정위기(石亭圍棋)라는 글을 새겨 놓아 팔석정으로 불린다.
☆… 허 생원과 나귀가 숨을 헐떡이며 넘던 노루목은 지금은 영동고속도로가 지나면서 절반은 없어졌다. 연전(年前)에 필자가 답사해 보았더니, '허 생원'와 '술이'와 그리고 '동이' 등 세 사람이 걸어갔을 만한 고갯길은 온통 잡초 투성이었다. 수령 수백 년은 됨직한 노송 한그루가 홀로 수십 년째 고갯마루를 지키고 있었다. 다음은 작품 속에서 ‘달빛을 머금은 산허리의 메밀꽃 밭’을 걸으며 그 정취를 묘사한 대목이다. 달밤의 서정적 풍경 묘사가 압권이다.
▶…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붓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가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메밀꽃 필 무렵』중에서
메밀꽃이 만발한 봉평 들판의 풍경 [2014. 사진]
☆… 물은 깊어 허리까지 오고 속 물살이 센 데다 돌멩이도 미끄러워 허 생원이 물에 빠졌던 여울목은 노루목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있다. '동이'의 따뜻한 등에 업혀 나온 '허 생원'은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눈치 챈다. 그리고 동이의 어머니이자 '성 서방네 처녀'가 홀로 살고 있다는 제천을 향해 길을 잡는다.
☆… 가산 이효석(1907~1942)의 단편소설『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인 강원도 평창의 봉평은 9월 초부터 중순까지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태기산을 비롯해 흥정산, 회령봉 등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에 둘러싸인 산골마을 봉평은 이효석이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이다. 대표작『메밀꽃 필 무렵』비롯해서『산협』과『개살구』의 무대인 남안동 마을과 흥정리, 속사고개 등이 1930년대의 모습을 흐릿하게나마 간직하고 있는 추억의 마을이다.
봉평 <이효석의 생가>의 겨울 풍경 [자료 사진]
♣ [신년회 겸 신년 산행의 뒤풀이] — 남 회장의 따뜻한 정성, 보글보글 두부찌개…
☆… 우리는 그 봉평을 경유하여 홍천군 내면의 식당에서 ‘신년회’ 겸 ‘2016년 백적산 신년산행 뒤풀이’를 했다. 오늘은 신임 남정균 회장이 회원들을 위하여 자리를 베풀었다. 보글보글 끓는, 따끈한 두부찌개는 아주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은은한 양념육수에 부드러운 손두부에 황태와 버섯을 넣고 끓인 찌개는 아주 맛이 깊고 구수했다. 그리고 곤드레나물, 도라지, 고사리 등 갖가지 산나물무침은 그 특유의 향기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식탁에 내 오기가 무섭게 바닥을 드러내어 여기저기서 리콜을 계속했다. 지난 번 송년회를 이 식당에서 하고나서 모두 음식 맛이 좋다고 하여 다시 오게 되었는데, 오늘도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 이 집에 처음 온 조인규 대원과 박건우 대원도 음식이 맛깔스럽다고 칭찬했다. …
☆… 좌중의 호산아 고문이 일어나 신년맞이의 덕담과 함께 오늘 새해를 맞아 따뜻한 자리를 만들어 준 남정균 회장에게 감사하면서 건배를 제의했다. 호산아 고문이 “새재사랑산악회를!” 큰 소리로 선창하고, 대원들이 이어서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를 힘차게 세 번 복창했다. 서로 잔을 들어 따뜻한 우정을 나누어 마셨다. 오늘의 회식은 새해의 정겹고 아름다운 출발의 한 의식(儀式)이었다. 감사를 드린다.
♣ [에필로그] — 2016년, 지혜와 정열로 행복한 한 해가 되기를 기원드리며…
☆… 오후 4시, 우리는 상경 길에 올랐다. 홍천군 ‘내면’에서 56번 국도(구룡령길)를 타고 ‘상뱃재-하뱃재’를 지나 ‘서석’을 경유하여 ‘동홍천’에서 고속도로에 올랐다. 이어지는 경춘고속도로를 이용하여 무사히 귀경했다. 경춘가도의 가평-서종 구간에서 도로의 차량이 많아 좀 지체되기는 했지만, 저녁 7시 정각에 서울의 군자역에 안착했다. …
2016년은 육십갑자로 병(丙)이 상징하는 ‘붉은색’과 신(申)이 의미하는 ‘원숭이’를 합해 ‘붉은 원숭이띠’의 해다. 1956년 이후 60년 만에 돌아오는, 정열(情熱)과 지혜(智慧)의 상징인 병신년(丙申年)을 맞이하여 대원들 모두 소원 성취하시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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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글과 함께 발길이 다았던 곳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감사합니다!! 섭!!
우리가 산에 갔다 오고 나니, 날씨가 이렇게
매섭고 춥습니다.
새해, 청정한 눈밭에서 받은 산의 정기로
씩씩하고 따뜻한 나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문님 좋은글 너무너무감사합니다 항상고맙고 감사하면서 산에갈날만기다리는 소녀 ㅎ ㅎ 모든식구의 이름도 어쩌면 잘외고있으세요 저는 못외고있지요 앞으로노력을많이해야겠어요 두사람 이름 잘못기재되었어요 김영서는 장영서 김명자는 이명자 입니다 추운날씨에 감기조심하세요 추운주말 편한이보네세요 고맙습니다
어멈머 머!!
큰 실수를 했군요!
찬바람 스치는 산길에서 언뜻 들은 이름이라
제대로 챙기지 못했군요!!
죄숑!
성명, 정정(訂正)했습니다.
따뜻한 마음의 글, 감사합니다!!
저는 많이 많이 감사 하면서 한달을기다립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