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는 평소보다 졸음을 참지 못하는 것이 느껴져도 춘곤증 때문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졸음을 참지 못하는 것은 질병과도 관계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밤에 충분히 잠을 잤는데 식사를 하는 중이나 대화를 하는 등 잠에 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꾸만 졸음이 쏟아진다면 기면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기면증 환자수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기면증 환자는 2008∼2010년에는 1300~1400명 선이었지만, 2011년 이후 매년 25% 이상 늘고 있다.
◇때와 장소 가리지 않고 잠드는 게 대표 증상
기면증은 밤에 충분히 잠을 자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리고 무기력증이 생기며 본인도 모르게 잠에 빠지는 질환이다. 뇌의 시상하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히포크레틴'이라는 세포가 죽으면서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히포크레틴은 우리가 낮에 활동할 때 각성 상태를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히포크레틴이 줄면 낮에 갑자기 졸음이 밀려오고 밤에는 잘 자지 못하게 된다. 이 세포가 죽는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표적인 증상은 '수면발작'과 '탄력발작'이다. 수면발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순식간에 잠에 빠져드는 증상이다. 수면발작이 일어나면 식사를 하거나 대화를 하는 도중에도 순식간에 잠들어 버린다. 통상적으로 10~20분 후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일어나지만, 2~3시간 후에 이러한 양상이 되풀이된다. 탄력발작은 몸의 기운이 빠져버리는 증상이다. 탄력발작이 일어나면 웃기거나 화를 내는 등 갑자기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순식간에 고개가 떨어지거나 갑자기 다리 근육의 힘이 빠지면서 주저앉아 버린다. 또한 기면증은 의식은 멀쩡하지만, 근육의 힘이 없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수면마비'와 잠이 들거나 깰 때 환각을 느끼는 '입면환각' 등의 증상을 동반하기도 한다.
◇가족력 강하게 작용, 치료는 쉬운 편
기면증은 유전적인 원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질병이다. 가족력이 있으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기면증 발병 위험이 40배 높아진다. 불규칙한 수면습관도 기면증의 원인이 되며, 드물게 뇌종양 때문에 발병하기도 한다.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알려졌지만, 기면증이 발병했다고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약물복용만 잘하면 일반인과 비슷한 수준으로까지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치료는 행동수정 요법과 약물치료를 주로 한다. 낮 졸음 증상은 중추 신경계를 자극하는 약물을 복용하면 증상이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다. 화가 나거나 우스갯소리를 들을 때 힘이 쫙 빠지는 탈력발작에는 항우울제가 도움이 된다. 가장 졸린 낮에 10~20분 낮잠을 자는 등 행동수정 요법도 치료에 효과가 있으며, 평소 카페인 음료같이 수면을 방해하는 것들은 섭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 허다민 헬스조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