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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천보 전투 금 인쇄 원판. 북측 전람관 내부에서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 현재 팸플릿에 담긴 사진으로 전해지고 있다. 출처:ⓒ 한국기자협회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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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통합진보당에서 민주통합당까지 '종북논란'을 이끌어 온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사들이 앞다퉈 과거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김일성 보천보 전투 기사 금 인쇄원판과 보석 시계 등의 고액 선물을 준 것이 보천보 전투 75주년을 맞은 4일 다시 불거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보천보 전투는 일제강점기 시절 항일운동에 대해 강경책을 써 한반도 내 독립투사가 신음하던 1937년 6월 4일, 김일성이 소수의 빨치산 부대를 이끌고 접경 지역의 자그마한 마을인 함남 보천보를 점령하고 관공서를 불 지른 사건이다.
이는 항일무장독립운동에서 김일성의 명성이 단번에 올라가는 계기가 됐으며, 북한에선 아직도 "조국 땅에서 울린 첫 총성"이라면서 김 전 주석의 용감함을 찬양하고 있다.
<동아일보>(당시 사장 김병관) 취재단은 1998년 10월 26일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김 전 주석의 보천보 전투 소식을 다룬 호외 신문기사를 금 1.2kg을 들여 원판으로 제작해 선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묘향산 국제친선전람관에 전시돼 있다.
또 이에 앞서 같은 해 9월 15일에는 당시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현 회장)과 호암미술관 홍라희 관장이 준 보석 박힌 손목시계를 김 위원장에게 선물했으며, 북측은 시가 1천만원 상당이라고 주장했다.
두 언론사가 이처럼 북한 최고 지도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엄청난 고가의 선물과 김일성을 사실상 찬양하는 선물을 주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앞다퉈 북한을 비판하고, 일부 국회의원에 대해 색깔론을 적용해 '종북세력'이라면서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이날 공개적으로 "이명박 역적패당은 아이들을 위한 이 경사스러운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에도 심술사납게 찬물을 끼얹는 망동을 부리고 있다"며 조선·중앙·동아일보의 구체적 좌표를 공개하면서 "사과하지 않을 시 조준사격 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언급된 언론사는 '조선소년단 창립 66돌 경축행사'를 보도하면서 <동아>는 "北, 소년단 2만 명 ‘김정은 호위병’으로 양성", <조선> "北 김정은, 10대 환심 사려고 2만 명 미소년·미소녀를 불러…" 등의 기사 제목을 꼽았다.
그럼에도, 이 두 언론사는 이날 북한을 겨냥한 힐난을 쏟아붓고 있다.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 주사파' 본색 드러낸 임수경 막말"이라는 제목으로 "민주당 내 주사파 종북세력의 실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라면서 북한 추종세력이 국회에 입성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중앙일보>도 이에 질세라 사설 "19대 국회 내일 개원하라"라는 제목으로 "입법부에서도 64년 헌정사상 처음으로 적잖은 종북주사파가 진입하는 사건이 벌어졌다"라면서 색깔론에 입각한 비난을 쏟아냈다.
이를 본 트위터리안들은 "누가 누구를 욕한 것인가?", "원조 북한 추종인가?", "진짜 종북신문은 동아일보", "수구꼴통 논리대로라면 진짜 종북이 요깄네?", "이런 게 제대로 된 종북이다", "동아일보의 보천보 전투 금판 상납도 종북" 등으로 비아냥댔다.
앞서 트위터 여론에선 통합진보당 이석기 등 일부 국회의원에 대한 박근혜의 '종북검증 논란'이 일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과거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과 만난 뒤 함께 사진을 찍고, 그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두고 "박근혜 위원장도 종북세력"이라는 멘션을 올려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이는 '종북논란'이 얼마나 유치한 것인지를 보이기 위한 진 교수의 일갈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보수언론과 일부 트위터리안 사이에선 이석기 등 통합진보당에 이어 민주통합당까지 색깔론을 대입해 비난을 가하고 있다.
이를 본 트위터리안 will i****(@aris****)은"<동아일보>이 보천보 전투기사 동판에 폭탄을 숨겨서 금을 입혀 북한에 기증한 다음 폭파시켰다면 칭찬할 일이지. 근데 폭탄은 없었는지 김일성박물관에 그걸 전시했대. 북한인민들 체제이념교육에 도움이 되라고 기증했다고 볼 수 있지"라면서 <동아일보>가 순수한 의미로 줬다고 해도 만들면 충분히 종북이 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새누리당 등 보수여론의 논리대로라면) 김일성의 보천보 전투 기사 동판에 금을 입혀 갖다 바친 동아일보는 북한 공작원이겠네?"라고 '색깔논쟁'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트위터리안 바닷*(@2ba****)은 "이건희와 김우중의 선물, 김종필은 은수저를 정몽준은 골프채를 선물"이라면서 국내 대기업 회장 등도 모두 북한 추종 세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로 1989년 당시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은 다이너스티 승용차를 선물했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자서전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낸 가전제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대형 TV, 에이스침대가 보낸 가구 세트 등.
한편 <한겨레>는 두 언론사와 달리 2001년 2월 8일과 9월 17일 두 차례 방문 당시 나무 밥상과 만년필, 한겨레 창간호 동판 등 3개의 소박한 선물을 전한 것으로 드러나 보수언론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