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면 바위섬에서. |
균도와 세상걷기를 시작하고서 나 역시 몰랐던 아들에 대해서 알아가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균도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아이다. 덩치도 남달라서 키 182에 몸무게도 100kg이 넘는다.
그리고 자폐성향도 식탐에 몰려 있어 먹기를 즐긴다. 특히 탄산음료 때문에 자주 말다툼이 있다. 그리고 취침시간이 12시를 훨씬 넘어가기 때문에 같이 걷고 있는 나 역시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오늘 출발은 지난밤 균도와의 전쟁으로 몹시도 피곤하게 시작되었다. 우리를 에스코트하고 있는 경주경찰서 교통과 경찰관의 전화로 겨우 일어났다. 밤새 나를 괴롭히던 균도는 빙긋이 웃으면서 빨리 가자 재촉한다.
오늘 가야 할 길은 20km를 훨씬 웃돈다. 균도는 20km가 넘으면 굉장히 힘들어한다. 3차례의 세상걷기를 통해서 이런 사실이 검증되었던 까닭에 답사 중에서 이런 일정은 일주일에 한 번 정도로 배치되어 있다. 바다를 휘돌아가는 동해안로를 따라 걷기라 나는 풍광을 즐기지만 균도는 오로지 앞만 바라보고 간다.
균도와 세상걷기를 처음 시작한 뒤 2차 때부터 균도와 같은 발달장애인들과 같이 국토순례를 계획했으나 균도와 같은 친구들을 찾지 못했다. 시일이 장기간이고 거리의 압박으로 참가자를 구하지 못했다.
하루에 15km 정도면 다들 가능하리라 생각했는데, 부모들의 동의를 구하지 못했다. 아마 이것마저도 발달장애인의 선택이 아니라 부모의 선택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언제나 부르짖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이 부모에 의해서 좌절되는 경우를 자주 봤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문제는 부모의 교육으로 바뀌리라 생각한다. 한 달에 몇 차례 열리는 부모 교육에서 자기결정권을 이야기하고 역설로 부탁도 하지만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하지 못한다'라고 결정하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균도는 내가 보기에는 특별한 발달장애인이 아니다. 그냥 걷기를 좋아하는 자폐성 장애의 특징이 있는 보통의 21살 청년이다. 부모 여러분도 한 번쯤 우리와 같은 시도를 해보라는 좋은 예를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오늘은 가는 길에 균도와 무지하게 싸웠다. 보이는 슈퍼마다 탄산음료를 먹는다고 나랑 전쟁을 하고 울고 떼쓰고… 몸도 힘든데 마음마저 힘들게 한다.
이제 일주일이 지났다. 앞으로 걸어갈 일이 멀게만 느껴진다. 그렇지만 처음 이것을 기획할 때부터 마음먹은 것이 있다, 전 일정을 머리에 넣으면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이 순간만 기억하고 간다. 그래야 균도도 나도 부담 없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먼 길 균도에게 힘을 줄 수 있는 것은 바라보는 사람의 관심입니다. 며칠 전부터 방송에 비친 균도 모습을 기억한 사람들이 균도에게 던져주는 '파이팅'이 우리의 내일을 걷게 합니다. 작은 걸음으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마음으로 우리는 걸어갑니다. 힘을 주세요.
▲균도, 오늘도 부양의무제 폐지의 깃발을 들고 달린다. 감포는 참가재미가 최고. |
▲균도는 20km가 넘으면 징징거린다. 이제 고개 넘으면 구룡포입니다. |
▲포항에 들어오다. |
▲장기면 바위섬 앞에서. |
이진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