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교황은 몰타, 포르투갈, 키프로스, 영국, 스페인 등을 순방하며 그리스도교 일치 증진 및 타종교와의 일치·친교에 한 걸음 나아갔다.
바오로 사도의 지중해 표류 1950년을 기념해 4월 몰타를 방문한 교황은 오랜 그리스도교적 전통 안에서 복음에 충실한 삶을 살 것을 당부했으며, 5월 포르투갈 방문에서는 파티마 성모 발현 목격자인 복자 프란치스코·히야친타의 무덤 앞에서 기도를 바쳤다. 교황은 또 6월 그리스정교회 지역인 키프로스를 방문, 중동 지역 평화·화해를 강조하고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동 특별총회 의안집을 발표했다. 아울러 교황은 9월 영국 방문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및 성공회 수장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와 만나 가톨릭과 성공회 간 친밀한 관계를 약속했고,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의 시복식을 거행했다. 또한 교황은 11월 스페인을 방문, 바르셀로나 성가정성당 축복식을 주례했다.
- 몰타를 사목 방문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4월 17일 발레타 외곽 라밧의 성 바오로 사도 동굴에서 기도를 바치고 있다.
■ 추기경 24명 임명 … 아시아 1명 포함
올해 보편교회는 24명의 추기경이 새롭게 탄생하는 경사를 맞았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10월 20일 5개 대륙 13개 나라의 고위 성직자 24명을 새로이 추기경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전체 추기경 수는 203명으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교황 선출권을 지닌 80세 미만의 추기경 수는 121명이 됐다(11월 기준).
교황은 11월 20일 거행된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들에게 신앙을 수호하고 교회 안의 평화를 증진하는데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 교황이 추기경 서임식에서 새 추기경에게 추기경의 상징인 빨간색 모자를 씌워주고 있다.
■ 사제의 해 폐막 … 세계 사제대회 열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성 요한 마리아 비안네 신부의 선종 150주년을 맞아 선포한 ‘사제의 해’(2009년 6월 19일~2010년 6월 11일) 특별 희년이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교황은 6월 11일 성 베드로 대성당에서 전 세계 사제 1만50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사제의 해 폐막미사를 거행했다.
또한 교황청 성직자성은 9~11일 로마에서 세계 사제대회를 열고, 전 세계 동료 사제들과 함께 사제직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다.
- 사제들이 동시통역기를 통해 교황의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 복자 마더 테레사 수녀 탄생 100주년
평생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한 복자 마더 테레사 수녀(1910~1997)의 탄생 100주년(8월 26일)을 맞아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렸다.
테레사 수녀가 설립한 사랑의 선교 수녀회는 8월 26일 인도 콜카타 본원 성당에서 기념미사를 봉헌했으며, 콜카타대교구도 3일간 수녀의 일생을 다룬 영화를 상영했다. 수녀의 고향 마케도니아와 알바니아 등 동유럽 국가에서도 사진전, 음악회 등이 잇달아 마련됐다.
- 사랑의 선교 수녀회가 8월 26일 마더 테레사 수녀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 2010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동 특별회의 개최
유혈사태로 긴장과 폭력이 만연한 중동지역 문제 해결을 모색하는 세계주교대의원회의 중동 특별회의가 10월 10~24일 바티칸에서 열렸다.
이번 특별회의는 중동지역 가톨릭 신자들이 정치·사회적 문제로 겪는 고통과 어려움에 대해 논의하고, 지역에서 벌이는 자선·교육·의료사업 등을 격려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동지역 가톨릭교회 주교들은 대회 중 성명을 발표, 유엔이 이스라엘의 아랍 영토 점령을 종식시키는데 적극적 역할을 해줄 것을 촉구했다.
- 중동 지역을 위한 주교 시노드 개막미사가 10월 10일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교황의 주례로 봉헌됐다.
■ 아이티·파키스탄 재난에 보편교회 구호 활발
지진과 홍수 등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아이티와 파키스탄 등 나라를 위해 교회가 긴급 구호에 나섰다.
아이티는 지난 1월 200년 만에 최악의 지진이 발생해 22만여 명이 사망했으며, 파키스탄도 7월 홍수로 인해 최대 1600명이 사망, 200만 명이 이재민으로 전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국제카리타스는 아이티와 파키스탄에 재난 발생 직후 구호팀을 조직, 즉각적인 지원 작업에 나섰으며, 교황도 이들의 비극적 상황에 구호의 손길을 호소했다.
- 지진으로 무너져 내린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대성당.
■ 반그리스도교 테러 잇따라
파키스탄과 이라크 등에서 무슬림 세력의 소행으로 보이는 반그리스도교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파키스탄 라호르에서는 9월 세 차례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최소 35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 11월에는 이슬람 예언자 모하메드를 모독했다는 혐의로 사형 선고된 파키스탄 그리스도교 신자 여성에 대해 교황이 파키스탄 정부와 관계 당국에 석방을 호소했다. 지난 10월 이라크에서도 한 가톨릭교회에 알 카에다와 연계한 무장괴한들이 난입, 최소 37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입었다. 11월에도 3명의 그리스도인 가정이 피해를 입는 등 폭탄 테러가 이어졌다.
최근 파키스탄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한 그리스도교·이슬람교 지도자들은 신성모독법이 차별적인 법이며 개인적인 분쟁에서 보복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고 법 개정을 공동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 신성모독법을 빌미로 사형선고를 받은 파키스탄 여성 아시아 비비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 군중들.
■ 중국에 복음의 빛 전한 마태오 리치 선종 400주년
- 마태오 리치
교황청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그의 업적을 소개하는 특별전을 열어 큰 반응을 얻었다.
중국 상하이교구도 5월 11일부터 7개월간 ‘마태오 리치의 해’를 개막하고 기념 기간에 돌입했다. 중국교회는 이 기간 중 세미나, 음악회, 사제서품식을 통해 마태오 리치의 정신을 기억하는 시간을 가졌다.
■ 메리 맥킬롭 수녀 등 시성 … 뉴먼 추기경 등 시복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 10월 ‘고아·어려운 이웃들의 성녀’ 호주 출신의 메리 맥킬롭 수녀를 비롯해 ‘몬트리올의 치유자’ 캐나다 베세트 수사, 스타니슬라오 솔티스 신부, 칸디다 마리아 예수 수녀, 줄리아 살자노 수녀, 카밀라 바티스타 다 바라노 수녀 등 6명을 성인 반열에 올렸다.
또한 폴란드 공산 정권 치하에서 순교한 예지 포피우스코 신부, 성공회 쇄신 및 개혁운동을 전개한 후 가톨릭으로 개종한 영국의 뉴먼 추기경 은 복자품에 올랐다.
-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10월 17일 성베드로광장에서 열린 시성식 미사를 주례하고 있다.
■ 중국,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 서품
11월 중국 정부가 교황의 승인 없이 궈진차이 신부를 칭다오교구 주교로 임명, 서품식을 강행했다.
교황의 승인이 없이 이뤄진 주교 서품은 가톨릭교회에 ‘고통스러운 상처’를 남겼고, 중국 정부가 주교들에게 서품식에 참석하도록 강요한 것은 양심과 종교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교황청이 성명을 통해 비난했다. 정부 관리들의 감시 속에 진행된 이날 서품식에는 정부의 강압으로 교황을 따르는 주교들 중 8명이 참석했다.
- 2006년 중국 정부와 교황청 모두 승인을 받았던 중국 랴오닝성 선양교구 페이쥔민 주교의 서품식 장면.